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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일보) 수요 예측 실패가 부른 'SRT 예매 전쟁'…대안이 없다

오전 6-9시 운행 편수 5회 불과…KTX 13회와 대조
열차 증편·중련편성 사실상 '불가능'…SR "방안 강구"

 

# 서울 강남구 대치동 소재의 기업을 다니는 대전 시민 김모 씨는 올 초 수서행 고속철도(SRT) 예매 과정에서 당황스러운 일을 겪었다. 회사가 재택근무 방침을 철회해 장거리 통근 신세에 놓이자 막연하게 출근 하루 전 예매를 시도했지만 해당 시간대 열차가 모두 매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KTX 입석표로 서울역에 도착, 2번의 지하철 환승을 통해 가까스로 회사에 출근했다는 이 씨는 "도대체 왜 매일 SRT 티켓 예매 전쟁을 치러야 하는지, 정기권 예매는 왜 그렇게 힘든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수서행 고속철도(SRT) 예매를 위한 충청 지역민들의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예매 대란에 대한 해법이 열차 증편 등 실질적인 인프라가 확보되는 2027년까지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지역 쿼터제 도입 등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

2일 SRT 운영사인 ㈜SR에 따르면 출근 시간대인 오전 6-9시 대전·오송·천안아산역 탑승 수서행 SRT 열차 운행 편수는 평균 5회에 불과하다. 1편성당 앞·뒤 동력차를 제외한 객차는 8량이다. 같은 시간대 KTX 운행 편수가 평균 13회, 객차 15-20량인 것과 비교하면 현저히 적은 셈이다.

지난해 1년간 SRT를 이용한 승객은 하루 평균 6만 6033명으로, 수송수요가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된 2025년의 예측치(5만 9154명)를 11.6% 초과했다. 지난 2009년 사업 계획 당시 장래 교통수요 추정에 실패한 데다 국내 교통 관련 SOC 예비타당성조사 제도상 미래지향적 예측이 불가능해 현재의 SRT 예매 대란까지 이르렀다는 분석이다.

SR 측은 현재로선 여유 좌석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열차를 증편하려면 '평택-오송 간 2복선화'가 선결돼야 하는데 준공 완료 시점이 오는 2027년으로 예정돼 있다. 이 사업은 KTX와 SRT의 공동 이용 탓에 포화 상태에 놓인 평택-오송 구간에 새 철길을 추가하는 작업으로,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한 상태다.

열차 두 대를 붙여 좌석을 2배로 늘릴 수 있는 '중련 편성'도 불가능하다. 평일에는 SR이 보유하고 있는 32편성 중 10편성이 정비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SR은 지난 2019년부터 열차 14대를 신규 확보하기 위한 예비타당성조사를 실시, 2년 뒤인 2021년 예타가 통과됐지만 계약 업체 선정과 발주 등의 절차가 남아 있다. SR은 실제 투입되는 시점을 2027년으로 보고 있다.

결국 평택-오송 간 2복선화와 신규 열차 확보가 완료될 2027년까지 SRT 이용객의 불편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업무상 서울과 세종을 오갈 일이 많은 정부세종청사 공무원 A씨는 "세종에서 오송역까지 가야 하는데 SRT가 없어 KTX로 서울역을 가게 되면 강남까지 긴 이동시간으로 인해 하루 종일 피곤하다"며 "SRT가 매진되면서 KTX도 매진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서서 가더라도 SRT를 이용하고 싶은데 입석 판매 자체가 이뤄지지 않아 아쉽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SRT를 이용하려는 시민들은 일단 좌석이 남는 중간 구간까지만 예매를 마치고 열차 내에서 승무원에게 구간연장을 요청하는 식의 묘책(?)까지 쓰고 있다.

SR 관계자는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열차 정비 프로세스를 새롭게 구축해 평일 운행하는 차량을 늘리는 방법이 있다"며 "관련 인프라 확충이 완료될 때까지 이용객들의 불편을 줄일 수 있는 혁신 방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SR 측이 제시한 평일 열차 정비(10편성) 개선 방안의 경우 안전성 등을 감안하면 향후 증편 시기나 규모 등을 단언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결국 수요 예측 실패가 부른 SRT 예매 대란의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인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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