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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경북대의 추락 어디까지?…신입생 자퇴 지역거점국립대 최다

10명 중 1명 이탈 '반수 계류장'…90년대 학과 통폐합 후 내리막
교수 채용 비리·개인정보 유출…안일한 태도 취해 이미지 먹칠

 

'말은 제주로,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속담이 대학 진학에서는 진리에 수렴하고 있다. 대구경북 지역거점국립대인 경북대의 거듭된 추락 탓이다. 고교생들이 가고 싶어 하지 않고, 들어갔더라도 이내 탈출하고 싶은 학교가 됐다.

 

지역민들의 신뢰에도 금이 가고 있다. 최근 들어 잇따른 각종 비위와 수수방관식 위기 대처를 직시하면서다.

 

학생들은 입학과 동시에 졸업 이후를 걱정한다. 어린 학생들부터 떠나고 있다. 2021년 한 해에만 465명의 신입생이 경북대를 떠났다. 지역거점국립대 중에서도 가장 많았다. 대학 등록 후 수능에 재도전해 수도권 대학 진학을 노리는 반수(半修)가 흔하다는 것도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름만 잠시 올려두는 계류장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퇴보하고 있는 학교의 위상에 우려의 시선만 쌓여간다. 가장 먼저 언급되는 것이 입학 성적이다. 경북대의 신입생 입학 성적은 1970~80년대와 비교하는 건 아예 불가능하고 2000년대와도 비교하기 어려워졌다. 취업률도 명함을 내밀기 곤란하다. 의과대학, 수의과대학, 최근 생긴 약학대학을 비롯해 일부 공과대학 학과 등 효자 학과들이 상쇄하며 이끌고 있다.

 

경북대의 추락을 언급하는 건 새삼스럽지 않다. 추락 경고음은 1990년대부터 들렸다. 1970년대 전자공학과를 온실로 삼아 특화대학의 명성을 유지하던 것이 1996년 문민정부 시절 학부제 도입 이후 학과 통폐합으로 내리막길을 걷더니 2000년대 중반 이후 급전직하하기 시작했다. 일부에서는 2000년대 KTX 개통이 불러온 빨대효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과거의 영광에만 파묻혀 대구경북 유일의 지역거점국립대라는 칭호를 잃지 않을 것이라는 낭만적인 태도가 지금의 경북대를 불러왔다는 지적에도 힘이 실린다.

 

이런 마당에 지성의 상아탑이라는 지역거점국립대로서의 이미지에 먹칠을 하는 사건도 잇따라 터지면서 지역민들의 시선도 싸늘하다. 교수 채용 비리, 개인 정보 대량 유출 등 학문의 전당에서 벌어질 거라 상상할 수 없던 일들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믿고 자녀를 보낼 만한 대학 목록에서 지워지고 있다. 두터운 선배층, 장구한 역사를 아무리 장점으로 내세워도 통하지 않는다. 특단의 자구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학령인구 절대치가 감소하는 2024년 이후에는 손쓰기 어려울 정도로 위상이 추락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까지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한 교수는 "국립대 구성원으로서 사립대학에 비해 주인의식이 약해 보인다. 내부에서 자정의 목소리가 나와도 제 식구 감싸기식으로 흐지부지되는 이유"라며 "일부 교직원들도 조금 근무하다가 다른 국립대 등으로 옮겨가니 열정적으로 임하지 않고, 책임을 미루려는 게 보여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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