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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신문) [기획] 유치원 ‘교실 CCTV’ 의무 설치 찬반 팽팽

“아동 안전·학대 예방” vs “교권 침해 훼손 우려”

교육 과정에 있어 CCTV는 학부모와 교사에게 어떤 존재일까. 자녀를 공립유치원에 보낸 뒤, 교실 내 CCTV가 없어 답답한 상황을 겪었던 학부모와 2015년 어린이집 CCTV 설치가 의무화된 이후 교실 CCTV 아래서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는 어린이집 교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이에게 문제 발생 시 확인 필요= “국공립 유치원은 공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보니, 당연히 교실 안에도 CCTV가 있다고 생각해 안심하고 유치원에 보냈었죠. 어느 날부터 아이가 자주 멍이 들어와 유치원에 CCTV를 요구했더니, 교실 안에는 CCTV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국공립 유치원에 CCTV가 없다는 사실을 그때 알았어요.”

 

강선재(가명)씨는 아들이 유치원에 갈 수 있는 시기가 됐을 때, 병설 유치원을 선택했다.

 

3년 전, 당시 6살이었던 강씨의 아들은 언제부터인가 몸에 자주 멍이 들어왔다. ‘왜 멍이 들어왔냐’는 강씨의 질문에 아들은 우물쭈물거리며 대답을 잘 못하거나 기억이 안 난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렇게 멍이 들어오는 횟수는 잦아지고 멍도 커졌다. 강씨는 아이가 어디서 넘어져 다치는 건지, 학대가 있거나 싸우고 오는 건지 이유를 알고 싶었다.

 

“부모 입장에서는 갑갑한 노릇이죠. 당시 아들은 표현에 서툴렀어요. 그렇다 보니 두고만 볼 수는 없잖아요. 고민 끝에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 CCTV 열람을 요청했어요. 이유는 알아야 하니까요.”

유치원에 CCTV 열람을 요청하겠다는 강씨의 결심이 서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다. ‘혹여나 이번 일로 하여금 아이가 담임 선생님의 눈밖에 나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고민 끝에 강씨는 유치원에 요청했지만 CCTV는 교실을 제외한 외부, 복도와 계단 등에 설치돼있는 게 전부라는 답변을 받았다.

 

강씨는 “교실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은데, 과연 교실 외 달려 있는 CCTV만으로 아이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며 “3년이 지났지만 우리 아이가 멍든 이유를 아직까지도 모른다”고 당시를 떠올리며 분통을 터트렸다.

 

아동 학대 방지 등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유치원에도 CCTV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어린이집은 CCTV가 의무 설치돼 있다. 누리과정 안에 함께하고 있는 유치원 아이들도 어린이집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안전할 권리로부터 차별받으면 안 된다”며 “유치원 CCTV 의무 설치를 반대하는 논리로 ‘교사들이 아동학대 잠재 범죄자이냐’ 이런 식으로 접근을 하는데, 아이 안전에 대한 문제로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공 대표는 CCTV가 교사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공 대표는 “요즘은 부모님들이 아동학대에 대해서 워낙 민감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이 생활 사고라든지, 아이들끼리의 다툼 등이 발생했을 때 CCTV가 있음으로 해서 교사들의 결백을 밝힐 수 있다”고 전했다.

 

 

◇교권 침해는 불가피= “CCTV 아래서의 업무 환경에 적응은 했지만, 감시 하에 일하고 있다는 생각이 내재돼 있다 보니 사실 지금도 편하지만은 않아요.”

 

어린이집 교사로 근무한 지 올해로 8년째인 김민수(가명)씨. 민수씨가 근무하는 어린이집에는 차량이 다니는 외부는 물론이고, 각 교실을 비롯해 복도 등 유치원 내부 구석구석 CCTV가 설치돼 있다. 그는 “이곳에는 CCTV 사각지대는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민수씨는 CCTV 설치가 의무화된 어린이집 업무 환경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당시 근무하던 진주의 한 어린이집 교실 안에 처음으로 CCTV를 달았던 그날을 떠올렸다. 민수씨를 비롯해 함께 있었던 동료 어린이집 교사들은 심적으로 상당히 부담스럽다는 반응이었다고 한다. 아동학대에 대한 잠재적 가해자가 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린이집 CCTV 의무화 법이 통과되자마자 순식간에 모든 어린이집에 CCTV가 달리더라고요. 아무래도 저희 교사들 입장에서는 숨통이 콱 막힌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 심정이었죠.”

 

교실 안에도 CCTV가 생기면서 교사로서 아이들을 대하는 민수씨의 행동은 예전보다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과 유대감을 쌓고, 상호 작용을 이뤄내는 데 필요한 스킨십도 만에 하나 오해를 살 만한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겠다는 걱정에서였다.

 

“아이가 오늘 어린이집에서 혼이 났다고 하던데, 선생님 CCTV 좀 확인하고 싶어요.”

 

어떤 날에는 사소한 부분에 있어서도 CCTV 확인 요구가 당연하고도 가볍게 오가면서 민수씨와 동료 교사들은 “우리에게 교권이라는 게 있을까. 우리 인권은 어디에 가서 이야기를 해야 할까”라는 고충도 함께 토로한 적 있었다고 조심스레 전했다.

 

한편으로 어린이집 교사들이 CCTV를 통해 도움 받는 부분도 분명 있다고 민수씨는 말했다.

 

현재 근무하는 어린이집에서 민수씨는 한 반에서 20여명의 아이들을 맡고 있다. 많은 아이들을 맡고 있다 보니 아이들이 놀다가 민수씨도 모르게 생기는 상처가 있을 때가 종종 있었다.

 

“저희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아이들에게 발생한 부분들을 CCTV를 돌려봄으로써 정황을 파악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어요. 아이를 맡기는 부모님 입장에서 안전에 대한 측면에서도 CCTV가 있기 때문에 안심하는 부분도 있으신 것 같고요. 그렇지만 교사 입장에서는 득보다 실이 많은 것 같아요.”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를 넘어 유치원도 마찬가지로 CCTV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교육계 내에서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조 경남지부 관계자는 “CCTV가 교사를 보호하는 역할도 할 수 있겠지만 분명 양면이 있다고 본다”며 “국공립유치원 모든 교실에 CCTV가 있고, 그것이 녹화가 되고 또 학부모가 요구하면 공개를 해야 하는 현실에 놓이게 된다면 교사의 자율권, 수업 지도권이 훼손될 수 있고, CCTV 정보들로 인해서 문제 제기하는 학부모뿐만 아니라 타 유아들의 정보까지도 공개될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벌어져 큰 혼란이 야기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교사와 학부모 간 다른 부분에서 생긴 오해를 아동학대 신고를 통해 그 오해를 풀거나 화풀이 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학부모와의 관계도 조심하게 될 거고, 아이들과의 관계 형성에도 아주 소극적으로 대할 수밖에 없다. 유치원 현장 자체가 삭막화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통계로 보는 학부모와 교사 간 CCTV 인식 차이= 지난해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서 발표한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유치원 및 어린이집 환경조성 방안: 공간 구성 및 스마트기술을 중심으로’ 보고서에서 유치원, 어린이집 교사 823명과 학부모 41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CCTV 설치 필요 여부를 묻는 질문에 필요하다고 응답한 교사는 73.9%, 학부모 99.5%였다. CCTV 설치가 필요 없다고 응답한 교사는 26.1%로, 학부모는 0.5% 뿐이었다. 유치원 근무교사와 유아연령 담당교사들의 ‘필요 없다’는 응답 비율이 높았으며, 특히 국공립유치원 근무 교사들이 CCTV 설치가 ‘필요 없다’는 응답 비율(67.2%)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담당 연령이 어릴수록, 현원 규모가 클수록 CCTV 설치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반면 학부모들은 기관 유형이나 자녀 연령과 무관하게 CCTV 설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CCTV 설치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는 교사 65.1%, 학부모 33.4%가 ‘기관 내 안전사고 예방 및 안전사고 정황 확인’을 위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학부모 30.5%는 CCTV가 ‘아동학대 예방의 수단’이라고 응답한 반면 교사들은 3.5%에 그쳤다. ‘아동학대 의심 사례 발생 시 교사 또는 영유아의 보호수단’ 문항에는 교사 24%, 부모 25.1%가 답했다.

 

반면 CCTV 설치가 필요하지 않다고 응답한 교사들은 그 이유로 ‘교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인식해 사기 저하(32.6%)’를 가장 많이 꼽았으며, ‘교사의 교육 자율권 침해(26%)’, ‘불필요한 갈등 유발의 원인이 됨(21.9%)’ 순 등으로 응답했다.

 

교사와 학부모 간 CCTV 설치가 아동학대 예방에 기여하는 정도에 대한 물음에서는 교사(51.4%)와 학부모(63.8%) 모두 ‘대체로 기여한다’는 응답이 가장 높았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교사의 경우 ‘대체로 기여하지 않는다’는 응답도 30.4%로 높은 반면, 학부모는 9.5%였으며, 학부모들은 ‘매우 기여한다’는 응답이 26%로 높았지만 교사들은 9.4%만이 응답하는 등 차이를 보였다.

 

 

◇구성원들 목소리 귀 기울이고, 학부모 교사 간 신뢰 회복= 학부모와 교사 간 인식 차이가 인식 차이가 있는 만큼, 전문가들은 정책 시행 시에는 구성원들의 목소리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병만 경남대 유아교육학과 교수는 “과거 어린이집 CCTV 의무 설치가 법제화될 때, 아이들의 안전만큼 교사들의 인권·권리도 중요한데 학부모들의 목소리는 많이 담긴 반면 교사의 목소리를 듣는 과정은 부족한 상황에서 급하게 진행된 측면이 있다”며 “이번에는 공청회 등을 통해 양측 의견을 면밀히 파악해 나가면서 정책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교사와 학부모 간 대화의 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CCTV 설치는 동전의 양면이다. 교실에 CCTV를 달았을 때 장단점이 있지만 이건 안 달았을 때도 마찬가지다”며 “관련 연구를 비롯해 구성원들 간에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교사와 학부모 간 신뢰 회복이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전교조 경남지부 관계자는 “CCTV 의무 설치 등 법을 뚝딱 만든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무엇보다 교사와 학부모 간의 신뢰회복이 가장 중요하다. 선생님들을 믿는 학부모들은 교사의 행동이 긍정적으로 보일 것이고, 신뢰가 깨진 상황에서는 어떤 것도 곱게 보이지 않을 것이다”며 “교사들이 보다 전문가답게 행동할 수 있도록 가르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것이 필요하고, 아동학대와 관련해서는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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