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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최강한파에 난방비 폭탄 … 광주 저소득층의 혹독한 겨울

보일러 꺼 놓아 수도관까지 ‘꽁꽁’
옷 껴입고 이불 뒤집어쓰고 ‘덜덜’
독거노인·싱글맘 등 추위와 사투
에너지바우처는 턱없이 부족

 

고진석(83·광주시 남구 사직동) 할아버지는 오늘도 5평 남짓한 단칸방에서 홀로 온몸에 스며드는 한기와 싸우고 있다. 설 명절 이후 연일 최강한파가 이어지고 있지만, 치솟은 난방비 때문에 보일러를 맘 놓고 틀 수 없는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고씨는 뇌졸중으로 쓰러진 10년 전부터 걷는 것조차 어려워 수익이 전혀 없는 상태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식사와 에너지바우처 등 생활비를 지원받고 있지만, 최근 폭등한 난방비까지 감당하는 것은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지난 28일 영하의 날씨에 고씨의 단칸방은 실내임에도 차가운 바람이 벽을 뚫고 들어와 바깥 기온과 차이가 거의 없었다. 문에는 단열재를 붙이고 벽면에는 옷장과 커튼을 설치했지만 실내기온은 영하였다. 난방시설을 마음껏 틀 수 없는 고씨는 결국 내복은 기본에 두터운 패딩 점퍼에 목도리와 털모자까지 중무장하고 온몸을 이불로 둘러싸고 하루 하루를 버티고 있었다. 가스비를 아끼려 한 것이 오히려 고씨에게는 독이 됐다. 한파에 보일러를 아예 틀지 않은 탓에 수도관이 얼어버려 물까지 사용하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고씨는 “지난해 5만원으로 버틸 수 있었던 한달 난방비가 올해는 7만원으로도 부족하다”며 “가스비를 아끼려 전기장판을 켜려 했지만 전기요금도 올라 이조차도 쉽지 않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29일 광주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광주지역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는 6만3392명으로 차상위계층(3만7684명)까지 포함하면 10만명이 넘는 취약계층이 힘든 겨울을 보내고 있다.
 

특히 지난해 같은 달 대비 광주시 도시가스 요금이 35.8% 오르고 전기요금 역시 지난해와 비교하면 18.4% 인상돼 혹독한 겨울을 버텨내고 있다.

지난 27일 광주시 서구 쌍촌동 주택에서 만난 박복래(72)씨도 힘든 겨울을 지내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10년여 동안 셋방살이를 해 온 박씨는 치솟는 도시가스비를 감당하지 못해 난방을 아예 꺼 놓고 살고 있다. 집 안에서조차 목도리와 양말을 겹겹이 껴입은 채 전기장판과 히터를 켜고 이불을 뒤집어 쓰고 추위를 견디고 있는 것이다.

이런 박씨에게 또다른 어려움은 생리현상이다. 셋방 밖 마당에 놓인 화장실 변기는 틈만 나면 얼어버리기 때문이다. 뜨거운 물을 주기적으로 부어줘야 하지만, 물을 끓이는 가스비조차 부담된다는 것이다. 결국 집안의 모든 배관이 얼어 세탁기조차 돌릴 수 없어 며칠째 세탁물이 쌓이는 일이 일상이 됐다.

기초생활수급자인 박씨는 정부에서 지원받는 수급액조차도 월세와 보험비 등을 내고 나면 남는 돈이 한 푼도 없다고 전했다. 지난해 허리를 다쳐 큰 수술을 받은 뒤로는 일도 못 해 경제적 어려움이 더 커졌다고도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1년에 10여만원 수준인 한국에너지공단 에너지바우처로는 난방비를 대기에 턱없이 부족해 보일러를 꺼놓고 지내고 있다.

박씨는 “가족들과 떨어져 20년을 혼자서 이렇게 살다 보니 추위에는 익숙하다”면서도 “없이 사는 사람에게 별 도리가 있겠나. 날 풀리기만 기다리면서 사는 것이다”고 말끝을 흐렸다.

북구 문흥동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며 가게에 딸린 작은 방에서 아들과 단둘이 살고있는 싱글맘 유혜영(여·50)씨도 가스비 때문에 막막한 상황이다. 기초생활수급비에 가게에서 판매한 옷 수십만 원이 한달 수입의 전부인 유씨는 가게 임대료, 도시가스비 같은 공과금 등을 내고 나면 하루 식비를 겨우 맞추고 있다. 결국 오른 가스비가 감당이 되지 않아 가스비가 연체되고 있는 실정이다.

유씨는 며칠전 샤워중인 아들에게 “샤워를 오래하면 난방비가 많이 나오니 빨리 하고 나오라”는 말을 했다가 뒤늦게 후회하기도 했다. 한겨울에 뜨거운 물로 샤워조차 못하게 하는 엄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유씨는 “외투를 입고 이불을 2개씩 덮고 잠을 잘 때만 난방을 켜고 있지만 날아온 도시가스 고지서는 10여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사용량이 적었는데도 가스비는 비슷한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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