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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선감학원 특별기획 PART2·(2)] 형제복지원에서 선감학원으로… 국가의 '끔찍한 돌봄'

5년이 바꾼 59년, 수명씨 이야기

 

'우울, 고독, 생활고'.

하수명씨의 쉰 아홉 인생을 압축하면 온갖 부정의 단어들로 얼룩진다. 수명씨에겐 지우고 싶지만 지울 수 없고, 잊고 싶지만 잊을 수 없는 '5년'이 있다. 11살에 부산 형제복지원에 수용됐다 전원돼 13살에 안산 선감학원에 수용됐던 그 5년이다. 5년은 59년 삶을 우울에 시달리게 만들었고 평생 외톨이로 고독하게 했으며, 생활고를 겪게 했다.

"형제복지원과 선감학원에 수감된 기억들에서 좀 벗어나야 하는데, 그 생각들이 자꾸만 머릿속에 맴돌아요. 그때 감정과 생각에 사로잡혀있으니 밝은 생각을 하기 힘들고요. 거기에서부터 내 인생 모든 게 이렇게 (잘못)됐다는 생각도 많이 듭니다."

 

붙잡혀가 유년기 5년간 수용 생활
탈출후 수십년간 고통스러운 기억

 

 

수명씨는 그저 '남에게 민폐 안 끼치고 깨끗이 죽는 것'이 남은 인생의 계획이라고 말했다. 두 곳에서 있었던 기억이 떠오르는 매 순간 그의 자존감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오랜 시간 기억의 고통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서 이제는 헤어나오기 힘들 수준의 우울증을 겪고 있다. 가족도 없고, 왕래하는 친구도 없이 홀로 살아온 수명씨는 '당장 먹고 살기 위해' 일감을 찾아다니는 게 인생의 전부다.
 

"선감학원 탈출하고 3일 동안 동인천역에서 먹을 거 하나 없이 노숙했어요. 일할 곳이 없어 전전긍긍하다 한 식당에서 절 받아줬고 20년 동안 그 식당에서 일했죠. 식당에서 더 일할 수 없게 되자 기술이나 교육이 필요 없는 일거리를 찾아 서울, 성남, 충청남도 등 전국 방방곡곡을 다녔어요. 그렇게 막노동만 5년정도 하다 지금은 구두닦이로 20년째 하고 있습니다."

 

 

최근까지 민증도 못 만들어 생활고
국가·지자체 도움 없이 심신 지쳐

 

수명씨는 형제복지원과 선감학원에 있으면서 제대로 배우고 성장하지 못했다. 선감학원을 탈출한 후에도 교육을 받지 못했고 국가, 지자체의 보살핌을 받지도 못했다. 수명씨는 주민등록증도 만들지 못한 채 쉰살이 넘도록 살았다. 취업을 하고 싶어 주민등록증을 만들려 행정기관을 찾아도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평생 국가는 수명씨를 외면했다. 그는 '유령'으로 살아야만 했다.

"일을 하고 싶어도 주민등록증이 없으니 아무도 절 받아주지 않았어요. 몇 번을 (행정) 기관에 가서 만들어 달라 해도 이유도 제대로 설명 안 해주고 서류가 부족하다면서 무시당했죠. 그러다 보니 누굴 만나도 자신이 없고 결혼도 못하고 가족도 만들지 못했죠. 주민등록증 하나만 있었으면 했어요."

겨우 5년 전에야 충남 아산시청 직원의 도움으로 겨우 주민등록증을 만들었다. 기초생활수급비도 받을 수 있게 됐다. 국가가 망가트린 인생, 조금만 더 일찍 손을 내밀었다면. 내년이면 벌써 예순이다. 지금 그에게 남겨진 건 혹독했던 지난 인생으로 지칠 대로 지치고 악화된 심신뿐이다.

 

 

 

■사람을 찾습니다

 

▲1956~1982년까지 선감학원에서 일했던 교사 및 직원들의 연락을 기다립니다.

▲1974~1976년, 선감학원 내 양호실에 근무하며 구타당해 머리를 다친 수명씨를 치료해준 간호사를 찾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