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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선감학원 특별기획 PART2·(1)] 우린 생존만이 숙제였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동창'

 

우리는 확인하고 싶었다. 선감도에 소년을 가두고, 선감학원을 운영하며 소년의 인권을 유린한 주체가 누구인지. 경기도가 보유한 선감학원의 기록을 하나하나 끄집어내 우리는 그것이 경기도, 나아가 국가가 자행한 일임을 두 눈으로 명확히 확인했다.

우리는 들어야 했다. 지옥도라 불린, 그 섬에 갇혀 유년을 보내야 했던 소년들이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온전하지 못한 삶의 원류는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인지, 중년이 된 소년들에게 직접 들어야 했다.

'지옥도'에서 유년 보낸 사람들
중년·노년이 되어도 불안·공포


선감학원 두번째 이야기, '나는 부랑아가 아닙니다'는 그렇게 기획됐다. 소년들은 말한다. 나는 부랑아가 아니었다고. 가난했지만 함께 온기를 나누는 가족이 있었고 나이에 맞게 성장하고 교육받을 권리가 있었다. 선감학원에 가지 않았다면 지극히 평범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당신들과 같았을 것이라고 분명히 말했다.

소년들의 유년을 송두리째 흔든 선감학원의 기억은 청년이 되고, 중년이 되고, 노인이 되어서도 그들을 불안과 공포에 잠식당하게 했다. 부랑아가 아니었지만, 부랑아가 되었고 지금도 부랑아로, 정착하지 못한 채 부유하듯 살아가는 그들은 '선감학원 피해자'들이다.

 

 

우리가 만난 피해자들은 하나같이 말했다.

"국가가 나를 부랑아로 만들었다. 그래서 나는 부랑아가 됐고, 부랑아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특히 피해자들은 지옥과 같던 그 날들을 입 밖에 꺼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이들이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의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되고, 경기도가 공식적인 사과에 나서면서 그간 억눌러왔던 마음들이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道 사과후 억눌러왔던 감정 토로
두 형제, 숨겨 온 이야기 들려줘


그렇게 진성·진동(가명) 형제를 만났다. 세간의 눈초리가 무서워 숨어 살아야 했던 형과, 다 잊고 잘 살고 있는 것처럼 스스로를 속이며 살아야 했던 동생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묻고 싶다.

부랑아의 기준이 무엇이고 부랑아임을 확신했던 그 이유를. '공적' 임무를 띤 공무원들이 가족의 생계를 위해 거리에서 돈을 벌고, 집 앞에서 친구들과 뛰어놀고, 오랜만에 시내로 놀러 나온 형제를 무작위로 잡아가야 했던 이유를 알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