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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新팔도명물] 꾸준한 개발에 정성 더한 결실 '포천 포도'

GAP 인증받아 어린 자녀에게도, 신 과일 못 드시는 부모님에게도… 이 포도는 '안심'

 

포천시에 들어서면 특이한 거리 풍경을 만날 수 있다. 가로수길 하면 흔히 플라타너스나 벚꽃을 떠올리지만 포천에는 '포도나무 가로수 길'이 있다. 도로 양옆으로 쭉 늘어선 포도나무가 신기해 저절로 시선이 가게 된다.

한적한 농촌 마을이 자리한 포천시 가산면에서는 포도나무 가로수길을 2010년부터 가꿔오고 있다.

이곳은 포천의 포도 주산지로 8~9월이면 포도송이가 주렁주렁 열려 마을이 온통 포도로 물든다. 이 무렵부터 이곳의 포도밭은 포도 상자를 전국으로 실어 나를 트럭들로 붐비기 시작한다.

포천에서 포도가 열리는 지역은 이곳만이 아니다. 주변의 소흘읍과 내촌면 일대 드넓은 포도밭에서도 빛깔 좋고 탐스러운 포도를 생산하고 있다. 그만큼 포도는 포천의 특산물로 입지가 탄탄하다.

포천에서 포도가 다량 생산되고 그 이름이 차츰 알려지다 보니 지금은 아예 '포천 포도'라는 상품명(지리적 표시 단체표장)을 달고 전국으로 판매되고 있다.

■ 포천에서 포도 농사가 잘되는 이유

대부분 과일이 그렇듯 포도도 당도에 따라 맛이 좌우된다. 특히나 최근 들어 품종 개량이 정교해지면서 갈수록 당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포천에서는 약 147㏊의 포도밭에서 포도를 생산하고 있고 '캠벨얼리(Campbell early)' 품종이 98%를 차지한다. 캠벨얼리는 일찍이 구한말 미국에서 들여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포도 품종으로 뿌리내렸다.

원래 과즙이 풍부하고 신맛과 향이 강한 게 특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와인 제조용으로 쓰기보다 생으로 먹는 것을 선호해 당도가 중요시됐다.

포천지역은 대체로 기온이 낮기는 하나 일교차가 커 포천 포도는 일반 포도보다 당도가 높고 빛깔이 좋은 편이다. 게다가 '비가림 농법'으로 병충해를 줄여 수확성도 크게 개선됐다.

가산면에서 재배되는 포도는 '꿀 포도'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유별나게 단맛이 강해 맛 좋은 포도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소흘읍에서 자라는 포도는 인근의 '광릉숲'이라는 천혜의 자연환경 덕에 더욱 귀한 대접을 받는다.

기온 낮지만 일교차 커 빛깔 좋고 높은 당도
비가림 농법 적용, 병충해 줄여 수확성 개선
소흘읍서 자란 과실, 광릉숲 덕에 귀한 대접

 

일반적으로 추운 지방에선 포도가 자라기 어렵고 상품성이 없을 거로 생각하지만, 포천 포도는 이런 통념을 여지없이 깨버린다. 기후 온난화의 영향도 있지만 지역 환경 특성에 맞는 농법을 꾸준히 개발해온 노력의 결실이다.

이처럼 포도 농사가 잘되다 보니 지역 내에선 포도가 과수 농업 중 재배 면적이 가장 넓다. 지역 과수 농업 관계자들은 이런 추세가 앞으로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잘나가는 '포천 포도'의 비결

포천 포도는 포도 알을 깨물면 과즙이 입안 가득 흐르고 묵직한 단맛이 오래 남는 게 특징이다. 껍질째 씹어도 신맛이 강하지 않아 먹기에 편하다는 게 농민들의 깨알 같은 설명이다.

그렇다고 단맛만 도드라지는 게 아니라 신맛이 은은히 깔려 균형을 잡아 준다. 포도의 신맛과 단맛의 균형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며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관리가 받쳐 주지 않으면 포도의 질이 일정하지 않아 포천 포도 전체가 소비자 신뢰를 잃을 수 있다.

그래서 포천에선 농민 단체가 중심이 돼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해 나가고 있다. 포천시 농업기술센터도 매년 농가에서 처음 수확한 포도를 대상으로 당도와 산도를 직접 측정해 농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런 품질관리 덕분에 포천 포도에는 '농산물 우수관리제도(GAP)' 인증표시가 붙고 있다. 여기에 '농약 허용 강화제도(PLS) 준수' 표시까지 붙어 안전한 먹거리임을 보증한다. 지난 2019년에는 '경기도 포도 품평회'에 출품돼 최우수상과 특별상을 받아 2관왕에 오르기도 했다.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포천에서 생산돼 출하되는 포도는 농촌진흥청이 제시하는 수확기준을 모두 충족할 수 있도록 철저히 관리되고 있다"고 말했다.

과즙 많고 껍질째 씹어도 강하지 않은 신맛
'농약 허용 강화제도준수' 표시도 붙어 안전
수확철이면 포도밭 직거래 차량들로 북새통


포천 포도가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또 다른 이유는 포도를 재배하는 농가 상당수가 직거래를 선호한다는 점이다. 소비자가 직접 찾아와 어떻게 생산되는지 눈으로 확인하고 맛을 본 뒤 구매하는 방식이 자리 잡은 것이다.

소흘읍 포도밭 일대는 포도수확 철이면 서울과 수도권 일대에서 찾아온 차량 행렬이 줄을 잇는다. 포도밭에 차려진 직판장에서 싱싱한 포도를 구매하기 위해서다. 포도 직구족 중에서는 단골도 꽤 있다고 한다. 이런 단골들의 입소문은 무시할 수 없는 홍보 효과를 낸다.

이곳 포도재배 농가 중에는 도매상 납품을 거절하고 직판만을 고집하는 농가도 있다. 오로지 방문판매와 산지직송만 해도 수지타산을 충분히 맞출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오히려 소비자들의 신뢰를 쌓아 '충성고객'까지 확보하고 있다.

■ 지자체와 농민의 협업 '시너지'

올해 8월 포천지역에는 거의 한 달 내내 비가 내렸다. 이어 9월에는 초특급 태풍이 찾아왔다. 이런 기상 이변에 농민들의 속은 타들어 간다.

포도 재배농가가 많은 가산농협에선 매년 기상청에 요청해 기상자료를 받아 분석한다.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를 이상 기후에 농민들이 대비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농협과 농민들은 기상자료 분석 결과를 토대로 한 해 농사를 설계해 작황에 미치는 피해를 최대한 줄여나가고 있다.

포천시 농업기술센터는 안정적인 포도 생산과 판매 증대를 위해 전문 인력을 길러 내고 있다. 매년 교육생들을 모아 10개월간 포도 재배기술을 비롯해 판매전략, 융·복합 기획 및 경영 전략 등을 교육한다.

이렇게 배출된 전문 인력들은 포도 생산 현장에서 제 몫을 해내며 주변에까지 신기술을 전파하고 있다. 단지 재배기술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다양한 마케팅 전략으로 판로도 적극적으로 개척해 내고 있다. 포천 포도가 서울과 수도권을 넘어 유통망을 전국으로 넓혀가는 것도 이런 시너지 효과 때문이다.

포천시는 포도 농가의 경영비 절감을 돕기 위해 포도에 씌우는 봉지를 직접 생산할 수 있는 공장 설치를 지원하는 등 포천 포도 생산에 꾸준히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엔 포도 재배에 피해를 주는 조류 퇴치를 위해 소음이 없는 레이저형 퇴치기도 지원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포천 포도는 이제 지역을 대표하는 과일로 과수 농업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포천 포도의 우수한 품질이 더욱 알려지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재배 농가뿐 아니라 지자체와 시민 모두가 내 고장 특산물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지지와 지원을 보내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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