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당내 최다선인 충청권 5선 정진석 국회부의장(충남 공주·부여·청양)이 추대됐다. 집권여당이란 중앙 정치무대에서 사령탑 역할을 수행하며 충청 정치력을 신장시킬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이를 발판으로 '차기 당권'으로 가는 '직행 티켓'에 한 발짝 다가서게 될지 주목된다.

국민의힘은 7일 오후 의원총회를 열고 정 부의장을 새 비대위원장으로 추인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의총을 마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차기 비대위원장에 정진석 부의장을 모시기로 의총에서 추인받았다"고 말했다. 당초 외부인사인 더불어민주당 출신 호남 중진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이 비대위원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맡기 어려울 것 같다"며 본인이 최종 거절의 뜻을 밝혔다고 한다.

정 부의장 역시 지금껏 여러차례 비대위원장직을 제안받았지만, 그때마다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도 권 원내대표가 직접 부탁했지만 거절했다는 전언이다.

그러나 외부인사들까지 줄줄이 비대위원장직 수락을 거부하자, 정 부의장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권 원내대표는 "이번에 새로운 비대위원장 후보를 물색할 당시 제일 처음 떠오른 인물이 정진석 부의장이었다"며 "(정 부의장이) 처음에는 완강하게 거절하다가 조금 전 세 번째 찾아갔더니 마지막에 승낙해주셨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를 역임했고, 의원들의 신임을 받아 국회 부의장을 하고 있어 당이 가장 어려울 때 도와주셔야 한다, 책임을 져 주셔야 한다고 계속 설득했다고 권 원내대표는 부연했다.

유력하게 거론된 박 전 부의장의 고사로 비대위 출범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정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으로서 '용단'을 내렸다는 평가다.

비대위원장직을 수 차례 거절해온 정 부의장 역시 차기 당권주자로 분류되는 만큼 현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알 수 없었던 데다, 이준석 전 대표가 새로 출범하는 비대위에도 가처분 신청을 할 것이라고 공언한 점이 변수로 꼽혔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당 혼란을 하루빨리 수습하고 정기국회에 집중하겠다는 기조 아래, 추석 전 비대위 출범에 박차를 가해온 대목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한 정 부의장도 이날 오후 국회 기자회견에서 "당을 하루 속히 안정화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정 부의장은 지난해 4·7 재보궐선거, 올해 6·1 지방선거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아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다. '충청대망론' 주자로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 대통령을 가장 처음 언급해 주목도를 높이면서 대선 승리에도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 대표적 친윤계 인사로 꼽히지만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관계자)'그룹과는 결이 다르다는 전언이 주를 이룬다.

실제 권 원내대표는 "(정 부의장은) 경선이나 본선에서 선대위 직책을 맡은 적이 없다. 당원으로서 윤석열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을 했고 선거 운동을 열심히 했다"며 "그런 것을 가지고 윤핵관이라 표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백승목 기자 qortmd22@daej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