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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일보) [신팔도명물] 세계를 홀린 달콤하고 시원한 맛

1909년부터 시작돼 110년 역사 자랑…토양·해풍 등 배 재배 적합

주 품종 ‘신고’ 달고 과즙 풍부해 ‘인기’…전국 배 수출량 32% 차지

 

풍요의 계절 가을이 돌아왔다. 풍요의 땅 천안의 9월은 황갈색 배가 점령한다. 천안의 성환읍은 우리나라 양대 배 주산지 중 하나다. 하얀 배꽃으로 가득했던 나뭇가지들에 씨알 굵은 열매들이 주렁주렁 달린 모습은 풍요로움 그 자체다. 천안 성환 배의 역사는 1909년부터 시작한다. 성환 배는 과즙이 가득하며 당도가 높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천안지역 농민들은 땀과 노력으로 110년 성환 배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성환 배의 맛은 이제 지구 반대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천안은 지난해 배 수출 1000만 달러를 일궈냈다. 전 세계가 천안성환 배의 달콤 시원한 맛에 매료되고 있다.

▲110년 전통의 성환 배

전국 배 생산량의 약 10%가 천안에서 나온다. 생산량은 2만455t으로 전국 21만293t 대비 9.7%를 차지한다. 천안의 배는 110년의 긴 역사를 자랑한다. 천안시에 따르면 천안의 배 재배는 1909년 천안의 북쪽 성환에서 시작됐다. 예전에는 ‘천안성환 배’가 아닌 '성환 배'로 불렸다. 성환은 토양이 황토질로 비옥하고 배수가 잘되며 가까운 서해에서 해풍이 불고 일교차가 커 배가 자라기 적합한 땅이었다.

성환 배는 달고 과즙이 풍부해 오래전부터 전국적으로 사랑을 받았다. 1959년에는 성환 배 협동조합이 설립됐으며 이 조합은 오늘날 천안배원예농협으로 성장했다. 1970년부터 천안에는 급격하게 배 재배면적이 확대됐다. 성환에서 시작된 배는 인근 직산, 성거, 입장으로 뻗어갔다. 2000년 이후로 천안시의 배 재배면적은 전국의 약 7%인 1000㏊까지 넓어졌다. 지난해 기준 천안의 배 재배 면적은 971㏊로 전국 재배면적(9122㏊)의 10.6%가 천안에 있다. 이후 성환 배는 천안성환 배로 이름이 바뀌었다.

천안성환 배의 주된 품종은 신고다. 당도가 11.4브릭스(BX)로 다른 배 품종에 비해 상당히 높은 축에 속한다. 과중도 크고 결실을 많이 맺어 수확이 많다. 신고는 꽃가루가 거의 없어 수분수를 혼식해야 하며 기후의 영향을 많이 받아 재배하기가 까다롭지만 그만큼 품질은 으뜸이다. 또 육질이 연하고 과즙이 많으며 껍질도 얇다.
 

 

▲명성을 잇기 위한 끊임없는 기술개발

110년이 넘는 역사만큼 천안지역의 배 재배기술은 발전을 거듭해 왔다. 천안시와 천안배원예농협은 천안 성환 배의 명성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천안시는 지난 2007년부터 농특산물 브랜드 ‘하늘그린’을 출시해 배의 품질을 관리하고 있다. 1년에 한 번씩 까다로운 검사를 거친 농가만이 하늘그린을 사용토록 하고 있다. 하늘그린 브랜드를 입은 배는 고품질을 인증하며 매년 매출이 우상향을 그리고 있다.

천안시에 따르면 하늘그린 브랜드로 출하하는 배 농가의 매출액은 지난 2020년 238억4800만 원에서 지난해 259억7800만 원으로 약 9% 늘었다. 천안배원예농협은 품종 다양화를 시도하고 있다. 기존 신고뿐 아니라 ‘신화’, ‘원앙’ 등 신품종을 도입하며 과일 숙기를 다양하게 해 농가소득을 높이고 있다. 농협이 보급한 신화가 추석을 앞두고 올해 첫 수확했다. 신화는 벌써 시장에서 맛과 품질로 호평을 받고 있다.
 

 

▲세계인을 매료시킨 달콤 시원한 맛…천안 전국1위 배 수출단지

천안성환 배는 1986년부터 국내에선 처음으로 미국 시장을 노크했다. 1995년 수출단지를 조성해 1996년부터 본격적으로 수출을 시작하며 꾸준히 수출량을 늘려왔다. 지금 천안은 국내 전체 배 수출량의 32%를 차지하는 전국 1위의 배 수출단지다.

2017년 2934.9t, 2018년 4381.8t, 2019년 3323.4t, 2020년 3581.6t, 2021년 2437.1t 등 수출량이 상당하다. 18개 국가로 수출하며 지난해 기준 미국이 전체의 84.2%를 차지한다. 대과(501~700g, 10.6~12㎝)를 선호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에서는 중과(401~500g, 9.1~10.5㎝)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천안지역 배 농가에서는 수출용 중과는 부수적인 수익 창출원으로 자리 잡았다. 천안 배는 미국에서 상품성을 인정받아 바이어들의 지지를 받는 품목이다. 박성규 천안배원예농협 조합장은 “성환은 세계인이 좋아하는 한국 배의 요람이 됐다”라며 “천안배원예농협이 ‘천안원예농협’에서 이름을 바꾼 것도 배 수출이 시작되면서다”라고 설명했다.

▲젊어지는 천안 배 농가

천안 배 농가가 젊어지고 있다. 여느 농촌처럼 성환도 고령화가 걱정이었다. 천안지역 배 농업인 중 65세 이상 인구가 45%를 넘어간다. 하지만 최근 성환에서 나고 자란 후계농들이 돌아오고 있다.

7년 전 성환으로 돌아온 후계농 전병찬씨(40)는 기후변화에 맞는 농사법을 찾고 소비 트렌드에 맞는 다양한 품종을 시도하고 있다. 현재 그의 과원 규모는 부모님의 것보다 2배로 늘었고 매출은 2.5배 증가했다.

김기태 천안시 4H연합회장(33)은 20년간 성환에서 배 농사를 지은 아버지에게 농사일을 배운 후 유통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2019년 이마트의 1차 협력사로 선정돼 전국 이마트 매장에 천안 배를 납품하고 있다. NFC착즙 주스(물, 농축액 없이 원료를 압착하는 방식) 식품기업인 ‘좋은하루식품’을 운영하며 천안 배 가공 식품도 만들고 있다. 천안시 4H 연합회 배 작목회원 대다수는 후계농들이다. 김기태 회장은 “농업인이 활력이 있어야 농촌이 활력을 얻을 수 있다.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는 4H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일보=박하늘 기자

 

“품종 다양화 추진…천안 배 브랜드 확립”

박성규 천안배원예농협 조합장

 

박성규 천안배원예농협 조합장(사진)은 신고 중심의 천안 성환배의 품종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박 조합장은 “성환배는 그동안 제수용으로 소비됐다. 앞으로는 전 국민에게 사랑받는 과일로 변화해야 한다”면서 “성환배가 더 맛있어야 한다. 사랑을 받아야 가격을 받을 테고 농가소득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품종화에는 성환을 지속가능한 농촌으로 만들겠다는 복안이 깔려있다. 그는 “여름에도 배가 나올 수 있게 품종의 다양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판촉 전략을 꾸려 나가서 지속적인 판매가 이뤄지며 천안 배 브랜드를 확립할 것”이라고 했다.

박성규 조합장은 지난해 ‘2021 대한민국 식품대전 시상식에서 천안 배 수출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산업포장을 받기도 했다. 그는 올해 천안 배 수출규모를 4000t으로 잡았다. 그는 “올해 결실이 좋다. 큰 자연재해가 없었다. 수확량은 지난해보다 20% 더 많은 25만t”이라며 “수출 4000t이 목표”라고 밝혔다.

대전일보=박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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