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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산삼축제 상림공원 가도가도 끝없는 ‘가을꽃 천국’

제17회 행사 앞두고 1㎞ 구간 온통 알록달록
백일홍, 안젤로니아, 숙근사루비아 등 만개
모노레일 타고 대봉산 오르면 가슴이 시원

9월 2~11일 경남 함양에서 3년 만에 제17회 함양산삼축제가 열린다. 행사가 열리는 장소는 함양의 대표적 관광지인 상림공원이다. 산삼축제만 관람하는 게 심심할 것 같다면 상림공원 꽃 정원을 둘러보고 대봉스카이랜드에서 모노레일과 집라인을 즐겨도 된다. 늦여름, 초가을을 맞아 함양으로 달려가 본다.

 

 

■상림공원 꽃 정원

상림공원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나그네를 반기는 곳은 초록 정원인 이끼원이다. 말 그대로 바닥이 이끼로 덮인 이끼 숲이다. 위는 푸른 나뭇잎, 바닥은 초록색 이끼로 덮인 숲은 글자 그대로 초록의 천국이다.

이끼원 뒤쪽은 연 밭이다. 연꽃은 거의 다 진 상태다. 이 모습을 보고 실망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서 조금만 더 걸어가면 비로소 입이 쩍 벌어진다. 연 밭 뒤쪽이 상림공원 꽃 정원의 시작이다.

 

 

여행객의 눈을 번쩍 뜨이게 만드는 놀라운 풍경은 노란색, 빨간색, 분홍색 백일홍으로 시작한다. 수백 년 묵은 나무들이 무성한 잎을 자랑하는 상림 숲을 따라 끝도 없이 백일홍이 이어진다. 상림 공원과 꽃 정원 사이의 산책로를 걷거나 뛰는 지역 주민들이 적지 않다. 상림공원과 꽃 정원의 색이 얼마나 짙은지 산책객의 왼쪽은 초록색으로, 오른쪽은 노랗고 빨간 색으로 물들 것 같다.

 

 

무한대로 이어질 것 같은 백일홍 꽃밭이 끝을 보일 무렵 하얀색, 보라색, 분홍색 꽃과 파란색 잎이 섞인 독특한 꽃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름도 생소한 안젤로니아다. 꽃말은 ‘천사의 얼굴’이라고 한다. 안젤로니아 꽃밭을 물끄러미 보고 있으면 천국의 색깔은 이렇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안젤로니아를 지나가면 다시 파란 잎 사이로 쑥 올라온 보라색 꽃 군락이 눈을 현혹시킨다. 꽃만 보면 맥문동이라고 착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빅토리아 블루라고도 불리는 숙근사루비아다. 꽃말이 건강, 장수인 걸 봐서는 약재로 많이 사용되는 모양이다.

 

 

꽃 정원은 여기서 끝난 게 아니다. 이게 겨우 절반 정도 왔을 뿐이다. 꽃밭 길이가 1km는 넘는다고 하니 앞으로 한참을 더 가야 한다. 꽃밭을 가꾸던 한 일꾼이 초록색 벤치에 앉아 쉬고 있다. 벤치 주변은 빨간 꽃이 에워싸고 있다. 평소에 보기 힘든 꽃이다. ‘당신을 짝사랑합니다’라는 꽃말을 가진 빅베고니아다. 여러 곳을 여행하며 많은 꽃을 봤지만 이렇게 귀엽게 생긴 빅베고니아는 처음이다.

 

 

멀리 말 조형이 보이고 그 앞에는 작은 정자가 세워져 있다. 말 조형과 정자로 가는 길에 다시 노란색과 주황색 꽃이 등장한다. 국화 종류인 메리골드, 즉 금송화다. 여러 가지 색의 꽃이 있지만 이곳에는 노란색과 주황색만 골라 심었다.

 

이제 꽃밭이 끝났나 싶어 다시 앞을 바라본다. 이런! 아직 갈 길이 멀다. 꽃밭의 끝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메리골드 밭을 지나자 다시 백일홍이 나타난다. 백일홍 꽃밭 사이에 서서 뒤를 돌아본다. 빨간색, 노란색, 주황색, 보라색 꽃밭이 줄줄이 이어져 있다.

 

 

백일홍 꽃밭 뒤에는 대표적 가을꽃인 코스모스가 나타난다. 가장 흔한 하얀색, 분홍색 코스모스는 아직 제대로 피지 않았고, 주황색 꽃만 화사하게 만개했다. 이런 색깔의 코스모스도 있었나 싶지만 분명히 코스모스다.

코스모스 꽃밭 뒤는 다시 보라색 꽃 천지다. 회색 구름이 옅게 낀 하늘과 푸른 상림과 나지막한 산, 그리고 그 아래로 넓게 펼쳐진 보라색 꽃의 향연은 마음을 황홀하게 만든다. 1km 가까이 이어진 상림공원 꽃 정원의 하이라이트다.

 

 

알록달록한 꽃 세상 사이에서 한 사진작가가 촬영에 여념이 없다. 때마침 빨간 드레스를 입은 젊은 여성이 사진작가 앞을 지나간다. 두 사람은 일행이 아니지만 ‘우연’은 야외 촬영을 나온 사진 팀의 모습을 연출시킨다.

보라색 꽃과 그 너머로 펼쳐진 노란색 꽃 사이의 길에서 우연히 만나 말없이 그냥 스쳐 지나가는 두 사람. 꽃밭 뒤쪽 시골길을 달려가는 하얀 자동차 한 대. 누가 약속을 정한 것도 아닌데 이들은 낯선 여행지에서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묘한 인연’을 만든다. 인생이라는 게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대봉스카이랜드 모노레일

상림공원에서 대봉스카이랜드까지는 자동차로 10분 정도만 달리면 된다. 개장한 지 1년 정도 된 대봉스카이랜드에는 평일인데도 적지 않은 관광객이 몰려든다. 시원한 그늘 아래에 관광버스도 두 대가 서 있다.

대봉스카이랜드 입구에서 모노레일과 집라인 표를 살 수 있다. 두 가지를 다 이용할 수 있는 통합권을 구입해도 되고, 모노레일만 타는 단일권을 구입해도 된다. 표를 산 뒤에는 셔틀버스를 타고 승차장까지 올라가야 한다.

대봉산을 오르는 모노레일 객차 한 대에는 최대 6명이 탈 수 있다. 좁고 낮기 때문에 탑승할 때 머리를 부딪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모노레일은 매우 가파른 철로를 천천히 올라간다. 정말 가파르기 때문에 몸을 빳빳하게 세우려고 애를 쓰면 나중에 목과 등이 아플 수도 있다. 좌석 받침대에 목을 맡기고 자연스럽게 뒤로 젖혀 앉는 게 좋다.

모노레일은 짜릿한 전율을 느낄 수 있다거나 신나는 쾌감을 즐길 수 있는 시설은 아니다. 깊은 산속을 느릿하게 올라가며 주변 풍경을 즐기는 이색 체험이다. 사람에 따라 싱겁다거나 시시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모노레일 이용객 상당수는 집라인을 즐기려는 사람이다. 이들에게 모노레일은 집라인 출발지점으로 올라가는 교통수단에 불과하다.

 

 

모노레일 종점은 대봉산 천왕봉 정상이다. 해발 1228m이니 꽤 높은 곳이다. 철로 길이로만 따지면 3.9km에 이른다. 이곳의 장점은 사방으로 탁 트인 시원한 경치다. 끝없이 이어진 봉우리를 바라보노라면 진시황이 보낸 서복이 이곳에서 불로초를 찾으려고 한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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