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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K-탄생문화 '태실'·(上)] 태실이란 무엇일까

조선 왕실 출산 '장태 풍습'… 풍수지리 결합 '국운 기원'까지

 

인류의 역사에서 태아를 둘러싸고 있는 태는 단순히 출산 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로만 여겨지진 않았다. 이 때문에 태를 처리하는 행위는 땅에 묻거나, 태우거나, 물에 띄우는 등 여러 방식으로 이뤄져 왔다.

 

우리나라에서는 왕실에서 아기가 태어나면 명당과 길지에 해당하는 산을 찾아 정상에 태를 묻는 특유의 장태 풍습이 있었는데,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시설이 바로 '태실'이다.

우리나라에서 문헌을 통해 확인된 최초의 태실은 신라시대 김유신의 것이며, 조선시대에 이르러 안태등록과 의궤 등 기록을 남기고 체계를 갖추며 중요한 문화로 자리 잡게 된다.

심현용 한국태실연구소장은 "태도 사람의 일부라고 생각해 생명 존중 사상에 따라 신중히 처리했는데, 왕실에서는 이와 풍수지리 사상이 합쳐져 개인은 물론 국운과도 연관 지어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심 소장은 "태실은 산이 내려오다 다시 솟아오르는 산의 정상(돌혈)에 만들어졌다"며 "하늘로 솟아오르는 강한 기운을 받아 태주가 살아있는 동안 활동적인 생기를 받고 무병장수하며, 발전하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최초 태실 신라때 김유신 문헌 기록
산 정상에 설치 무병장수·발전 의미

태실은 관상감에서 미리 관리를 파견해 후보지를 선정하고, 입지 조건에 따라 3등급으로 나눠 배분했다. 태는 깨끗하게 씻어 내항아리에 동전과 함께 넣고, 이 항아리를 다시 외항아리에 넣어 밀봉한 뒤 태주와 관련한 기록을 적은 홍패를 달았다.

태를 안치할 장소와 시간을 결정하면 태항아리를 안태사에게 전달하고, 도성에서 태봉을 향해 떠나는 안태 행렬을 한다. 도착하면 돌로 만들어진 태함에 태항아리를 넣고 매장한 뒤 제를 지내면 마무리된다.

아기태실을 만드는 절차가 여기서 끝난다면, 그 아기가 왕위에 올랐을 경우 태실의 모습은 또 달라진다. 흙을 덮어 만든 봉분과 아기비를 없앤 뒤 바닥에 돌을 깔고 중앙태석을 올리며, 팔각난간석을 두르고 가봉비를 세운다. 이렇게 석물들이 추가된 태실의 외형은 왕릉의 모습을 생각나게 한다.

이러한 태실은 전국적으로 분포되어 있다. 왕릉의 경우 때마다 제사를 지내기 위해 도성에서 멀지 않은 곳에 조성됐지만, 태실은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경기도의 경우 지난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태봉과 태실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현재까지의 조사를 통해 확인한 경기지역의 태실은 65개소이며, 이 중에서 태주가 확인된 태실은 27개소이다.

왕의 태실인 가봉태실은 성종, 중종, 익종 태실 등 3개소로 파악됐다. 여기에 연산군의 태실이 광주 목현리에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문헌자료를 확인한 상황이다.

다만, 추정 장소 대부분에 이미 골프연습장이 들어서 있어 흔적을 발견하기 어려운 실정이며, 전문가들은 광해군 태실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연산군 태실도 폐위 후 파괴되어 관리되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 분포도 참조

 

왕위 등극땐 석물 추가 '왕릉 연상'
경기, 65곳 조사 27개소 태주 확인

경기문화재연구원은 이러한 기초자료를 토대로 광주 원당리 성종왕녀·연천 유촌리 화덕옹주 태실 발굴조사를 진행했으며, 보고서 발간과 학술심포지엄, 지표조사와 안내판 설치 사업 등을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학계에서 관심을 갖고 태실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진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도 갈 길은 멀다.

심 소장은 "태실에 대한 연구는 현재 초기 단계다. 지금처럼 시·도에서 태실의 정확한 위치, 관련된 사료 등을 찾아 집대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앞으로 태실과 관련해 고고학과 풍수지리, 정치사 등이 함께 연구된다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