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애 류성룡(1542~1607)의 셋째 아들 수암 류진(1582∼1635)의 불천위 제사를 모시는 종가인 '상주 수암 종택'이 국가민속문화재 지정을 앞두고 있다고 29일 문화재청이 밝혔다.
불천위는 나라가 큰 공을 세운 인물에 한해 영원히 사당에 모시기를 허락한 신위(神位·신주를 두는 자리)를 뜻한다.
경북 상주시 중동면 우물리에 있는 수암종택은 속리산, 팔공산, 일월산의 지맥이 모이고 낙동강과 위천이 합류하는 '삼산이수'의 명당에 자리하고 있으며 ㅁ자형 본채를 중심으로 별도의 녹사청과 사당이 있다.
일설에는 류성룡 수제자였던 우복 정경세가 집터를 정했다고 한다. 우복 종택은 약 32㎞ 떨어진 상주시 외서면 우산리에 있다.
안채와 사랑채가 하나로 이어진 ㅁ자형 본채는 경북 북부지역의 건축적 특징을 잘 반영하고 있고, 특히 안채 대청 우측 마루방의 지면을 들어 올려 누마루처럼 꾸민 점은 다른 고택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구조다.
안채 대청 상량묵서(먹물로 쓴 글씨)에는 1858년에 지었다는 기록이 명확하게 남아 있는 등 비교적 원형의 모습을 잘 유지하고 있다.
또한 본채 남쪽 ㄱ자형의 녹사청은 수암 류진의 7대손인 류후조(1798∼1876)가 봉조하(奉朝賀, 조선시대 전직 관원을 예우하여 종2품의 관원이 퇴직한 뒤에 특별히 내린 벼슬)를 제수받은 후 녹봉을 지고 오는 관리들을 맞이하거나 묵게 하는 용도로 지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평소 검소한 생활을 했던 류씨 집안 특성을 반영해 별다른 장식이 없지만, 민가에 이러한 용도의 건물이 드물다는 점에서 희소한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이와 함께 수암종택에서는 불천위제사, 기제사, 묘제 등 제례문화가 현재까지 전승되고 있고 녹패, 간찰, 문집 등 고문헌과 등롱, 가마, 관복 등 민속유물이 잘 남아 있어 조선시대 중·후기 상주지역 상류 주택의 생활문화를 잘 보여주는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수암 종택에는 여러 흥미로운 일화들도 전해 내려온다.
흥선대원군은 한 때 이곳에 머물며 영남 지역 인물을 파악했다고 한다. 종택의 대나무 병풍이 흥선대원군 작품이라는 설도 있다. 고종이 왕위에 오른 뒤 류후조는 이조참판, 우의정, 좌의정에 임명됐다.
청렴했던 류후조는 녹봉이 떨어졌을 때 손님이 오면 아무것도 넣지 않고 끓인 물인 '백비탕'(白沸湯)을 놋그릇에 담아 대접했다고 한다.
류진 11대손 류우국(1895∼1928)은 상하이 임시정부 활동에 참여했고, 조선의열단에서 김지섭 등과 함께 활동했다. 베이징에서 '혁명도보', '혈조'와 같은 매체를 발행하기도 했다. 정부는 1990년 그에게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했다.
문화재청은 30일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