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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메트로폴리탄 뉴욕]160년 역사 美 최초 인공공원…계층·인종 넘어선 화합의 상징

핫플의 어제와 오늘 (5)뉴욕을 지탱해주는 심장, 센트럴파크

 

맨해튼섬 한가운데 위치 뉴욕의 심장
19세기부터 공원내 엄격한 규율 지켜져
계층·종교·인종간 갈등 폭력 크게 줄어
존 레논 거주한 다코타 아파트부터

 

뉴욕 최고 호텔 등 세계적 명소 밀집
연인·가족들 운동 즐기며 쉼 공간
길거리 아티스트 즉석 공연 펼쳐
자유로움 넘어 평화로움 온몸으로 만끽


센트럴파크는 말 그대로 뉴욕의 심장이다. 맨해튼 섬의 한가운데 북쪽으로 자리한 위치도 사람으로 치면 딱 심장 또는 허파의 위치와 비슷하다. 남북 4.1㎞, 동서 0.83㎞ 직사각형으로 면적 3.41㎢인 도시공원 센트럴파크는 오래전 원주민이 살던 당시 맨해튼 섬의 숨결을 들려주듯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평화로이 풀밭에 누워 담소하는 연인, 뛰어노는 아이들, 반려견과 함께한 가족들, 풀밭 요가를 즐기는 요가족, 파크 내부 순환로를 달리는 사이클러, 숲 사이를 뛰어다니는 조거, 호숫가 산책로를 걷거나 보트를 즐기는 사람들, 산책로 옆에서 그림을 그리는 화가, 즉석 공연을 펼치는 길거리 아티스트. 뉴욕의 자유로움과 평화로움이 그대로 느껴지는 그야말로 뉴욕의 랜드마크 오브 랜드마크라 할 만하다.

센트럴파크는 옛날 맨해튼 섬의 자연 모습 그대로가 간직된 천연공원은 아니다. 1857~1860년 사이에 만들어진 미국 최초의 인공 도시공원이다. 당시만 해도 미드타운 42번 스트리트 위쪽으로는 거의 거주가 이뤄지지 않는 상태여서 버려진 땅 취급을 받던 곳을 도시 환경 개선 목적으로 시 차원의 거대 투자가 이뤄져 만들어졌다. 1857년 조경가 옴스테드(Frederick Law Olmsted)와 복스(Calvert Vaux)가 공동 제안한 디자인이 당선되면서 공사가 시작됐고, 더 살기 좋은 뉴욕을 만들자는 건설팀의 취지가 시민들의 격한 공감을 받으며 전 시민적 프로젝트로 추진돼 이뤄졌다.

19세기 중반 뉴욕은 계층, 종교, 인종, 정치 등 거의 모든 면에서 분열돼 있었다고 한다. 기득권 상위층과 비주류 하위층 사이의 갈등이 언제 터질지 모를 폭탄처럼 늘 불안하게 잠재해 있었다. 당시 센트럴파크 일대는 넝마주이 등 맨해튼 섬의 최하 계층이 돼지나 염소를 치며 모여 사는 빈민지구로 암벽과 늪지대로 이뤄진 험지로 사람이 거주하기 너무 척박해 내버려진 땅이었다. 공원 디자인 공모에 당선된 옴스테드는 이 거대한 공원을 분열된 계층간 화합의 공간으로 만들어 보자는 꿈을 가지고 시 당국과 긴밀히 협업했다고 한다. 공원 내에서 지켜야 할 규율을 만들어 지키게 하고, 경찰 인력들이 상주해 규제한 결과 적어도 공원 내에서만큼은 폭력과 갈등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지금의 공원은 당시 모습과는 많은 차이가 있지만 거대한 나무, 자갈길, 연극 마당 등 일부 흔적이 남아있다. 공원이 조성된 후에는 부유층, 빈민층 할 것 없이 함께 하는 뉴욕의 놀이명소가 됐는데, 여름에는 야외 공연, 겨울에는 스케이팅 등 다양한 행사가 개최됐고, 놀이에 참여하는 사람, 단순히 구경하는 사람 너나 할 것 없이 뉴욕시민 모두가 모여 즐기는 공간으로 자리 잡게됐다.

센트럴파크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명소가 하나 있는데, 전설적인 비틀스 멤버 존 레논이 살았던 다코타(Dakota) 아파트다. 파크 서쪽 72번가에 있는 대형 아파트로 최근 지어진 것 같이 생겼지만 실은 1884년에 지어진 아주 오래된 아파트다. 19세기 당시에도 허허벌판 파크 서쪽에 우뚝 선 뉴욕에서 가장 유명한 아파트였는데, 20세기 들어 존 레논 총격 사망 이후 더 유명해졌다. 센트럴파크 남단 바로 앞의 59번 스트리트는 1985년 플라자합의가 이뤄진 명소로도 유명한 플라자(Plaza) 호텔 등 뉴욕 최고의 호텔들이 밀집해 있는데, 이는 최근의 현상이 아니라 센트럴파크가 조성됐던 오래전 그 시절부터 줄곧 그래 온 것이다. 즉, 예나 지금이나 뉴욕의 최고급 호텔 지구는 센트럴파크 남단 59번 스트리트 부근이다. 파크 북쪽 110번 스트리트를 지나면 할렘지역이 펼쳐진다. 지금은 많이 현대화됐지만 그리 안전하지 않았던 과거에는 센트럴파크가 할렘과 브롱크스로 이어지는 북부와 중남부 사이에서 일종의 완충지대 역할을 해줬다고도 볼 수 있다.

필자가 뉴욕에 부임한 지 1주일이 지난 주말에 센트럴파크를 찾았던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59번 스트리트에서 길을 건너 어느 곳이 입구인지 한참을 헤맸다. 결국 사람들의 통행이 가장 많은 파크 서쪽 코너 콜럼버스 광장을 통해 들어갔다. 미로처럼 이어진 길을 걷다 보니 작은 숲이 나타나고 다시 걸으니 또 숲이 나타나는데, 마치 미로 찾듯 내부를 가로질러 한참을 북쪽으로 걸었다. 걷다 보니 그 유명한 더몰(The Mall), 베데스타 연못(Bethesda Fountain), 컨서버터리 가든(Conservatory Garden)과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주변 숲이 차례로 나타났다. 북쪽으로 더 걸으니 이쯤이면 파크 북쪽 끝이겠지 할 때쯤 웬 커다란 벽이 하나 나타난다. 알고 보니 파크의 북쪽 끝이 아니라 거대한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 저수지(Jacqueline Kennedy Onasis Reservoir) 벽이었다. 지도로 보면 대략 센트럴파크의 중간쯤에 해당한다. 도보로 센트럴파크를 종단하는 사람들은 너무 힘들어서 대부분 이쯤에서 발길을 돌리게 되는데, 필자도 역시 그쯤에서 돌아서게 됐다. 실제 북쪽 끝은 이 저수지를 지나서도 110번가 할렘 초입까지 한참을 더 올라가야 한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센트럴파크 내부 순환도로가 일방통행이라는 점이다. 자전거, 마차, 러너 모두 한쪽 방향(시계 반대방향)으로 달린다. 한번은 자전거를 타고 순환도로를 일주하려다 너무 지치는가 싶어 중간쯤 다시 돌아오려 한 적이 있다. 왔던 길로 다시 가려고 핸들을 돌리는 순간 나를 향해 달려오는 수많은 자전거, 러너 행렬에 부딪힐뻔했다. 그 틈을 뚫고 도저히 역주행할 수가 없어 할 수 없이 순방향으로 완주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파크 순환도로를 자전거로 달리고자 한다면 1시간 정도 끝까지 갈 것을 각오하고 시작해야 함을 알려주고 싶다.

뉴욕에 살면서도 솔직히 센트럴파크를 자주 가 보지는 못했다. 가더라도 거의 초입부 더몰과 베데스타 연못, 보트하우스, 쉽 메도우(Sheep Meadow) 정도만 계속 갔었던 것 같다. 키 높은 나무들로 빽빽한 더몰과 관광객들로 붐비는 베데스타 연못 주변엔 늘 화가들과 실력 있는 뮤지션들이 공연한다. 보트하우스는 봄부터 가을 사이 보트를 빌려 탈 수 있고 레스토랑 내부에서 보는 파크의 전경이 매우 아름답다. 대중적인 레스토랑 치곤 음식도 꽤 수준급이다. 파크 내부에 있는 많은 메도우 가운데 초입에 있는 쉽 메도우엔 일광욕과 피크닉을 나온 뉴요커들로 항상 붐비는데, 영화 속 모습과 똑같다. 박물관 부근의 파크는 상대적으로 조용하고 아늑하여 사랑하는 연인들이 산책하며 속삭이기 더없이 좋은 공간이다.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When Harry met Sally·1989년)에서 남녀 주인공이 데이트하던 평화로운 파크의 모습 딱 그대로다. 시간이 아주 부족하거나 아침 산책으로 걸을 땐 더몰 쪽으로 좀 들어가다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스트로베리 필드(존레논 추모공간)까지 다녀오는 것도 좋다. 짧지만 길이 아름다워 아침의 파크를 즐기기 제격인 코스다.

이들 관광지 말고도 파크를 제대로 보려면 마음 단단히 먹고 물과 배낭을 챙긴 후 하루를 통째로 보내야 한다. 숲이 크고 나무가 무성해 밤에는 위험할 수 있으므로 안전에도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센트럴파크는 과거에도 살인, 강간 등 많은 사건·사고가 있었고, 여전히 위험 요소가 많은 공간이기 때문에 가급적 파크 내부를 혼자, 특히 밤에 여행하는 건 피했으면 한다.

최재용 한국은행 강원본부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