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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일보) 치솟는 물가, 내리막 경기… 커지는 'S 공포'

소비자물가 5.4% 상승한 데 반해 GDP 성장률은 0.6% 그쳐
증시 전 거래일比 3% 넘게 폭락…환율은 하루 새 15원 급등

 

치솟는 물가 대비 경기는 연일 내리막길을 타면서 국내 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 대내외적 여건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물가상승·경기둔화 가능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코스피는 연일 낙폭을 키우고 있고 원·달러 환율은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불확실성을 키워가고 있다.

13일 한국은행과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5.4%나 치솟았다. 이는 2008년 5월(5.6%) 이후 13년 9개월 만에 최고치다. 지난해 1월 0.9%에 불과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년 6개월여 만에 5%대까지 돌파한 것이다. 국제유가 상승 등의 여파로 석유류가 34.8% 뛰었고 국제 곡물값 급등 여파로 축산물 가격이 12.1% 상승했다.

이 같은 물가 상승 배경에는 공급 측 요인이 크다. 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공급망 교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를 만나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원유·곡물 등 국제 원자재 등의 공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은 데 따른 물가 급등은 전쟁과 기후 위기 등이 맞물려 지속될 가능성 또한 높다는 게 지역 경제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뛰는 물가에 반해 경제는 성장속도가 더디기만 하다. 지난 1분기(1-3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6%에 그쳤다. 지난해 3분기(0.2%) 이후 가장 낮은 것은 물론 전 분기(1.3%)에 비해선 0.7%포인트, 전년 동기(1.7%)보다는 1.1%포인트씩 떨어졌다. 민간소비(-0.5%)와 설비·건설투자(각 -3.9%)가 부진한 결과를 보이면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또한 올해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종전보다 올려 잡고 경제성장률은 내려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물가 압력이 크게 확대되는 한편 소비 회복 지연으로 회복세가 둔화한 점을 이유로 들었다. OECD는 올해 한국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종전 2.1%에서 2.7%포인트나 상향 조정한 4.8%로, 경제성장률은 종전 3.0%에서 0.3%포인트 하향 조정한 2.7%로 각각 제시했다.

이로 인해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은 차츰 고개를 들고 있다. 조복현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는 "걱정하는 수준의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것인가에 대해선 반신반의하는 시선이 많지만 경제 성장이 둔화하며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슬로우플레이션 가능성을 제기하는 관측이 많다"며 "유가·곡물 값 상승 등 공급 측 요인에 의한 인플레이션, 전쟁으로 인한 교역 교란 등에 따른 경기 둔화인 만큼 당분간 지속될 여지가 크다"고 분석했다.

고물가·저성장 기조에 더해 금융시장 변동성 또한 커지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91.36포인트(3.52%) 내린 2504.51에 장을 마쳤다. 지난달 12일 기록한 기존 연저점(2546.80)을 깬 데 이어 종가 기준 2020년 11월 13일(2493.97) 이후 1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같은 날 원·달러 환율은 하루 새 15원 넘게 급등하며 1284.0원에 장을 마감했다. 환율은 장중 한때 1288.9원까지 상승했지만 오후 1시 35분쯤 외환당국이 구두개입에 나서면서 1280원대 중반까지 하락했다.

증시 폭락과 원·달러 환율 급등 모두 미국 물가 충격에 따른 여파로 풀이된다. 지역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4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자 고강도 긴축·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확산하면서 투자 심리를 악화시킨 것으로 보인다"며 "환율 또한 글로벌 시장의 위험 회피 심리가 커지면서 국내 금융시장까지 전이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민지 기자 zmz1215@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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