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이내'로 묶여 왔던 시중은행 신용대출 한도가 올 7월부터 풀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달 말까지로 예정돼 있던 관련 규제가 연장 적용될 가능성이 거의 없어서다. 이로 인해 지난해부터 이어져 오던 가계대출 억제 조치들이 사실상 모두 사라지는 만큼 일각에선 가계대출 증가세를 우려하는 관측도 나온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은 현행 신용대출의 연소득 이내 한도 규제가 다음 달 풀리는 것으로 가정하고 대응 준비에 나섰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8월부터 시중은행에 신용대출 한도를 연 소득 수준으로 줄여 달라고 요청해 왔다. 그 해 12월에는 이 같은 내용을 금융행정지도로 '가계대출에 대한 리스크 관리기준'에 명시하고 효력 기한을 오는 6월 30일로 뒀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10개월여 동안 신용대출을 연 소득 범위로 제한해 왔다. 규제 이전 신용대출 한도는 대출자의 신용등급·직장 정보 등에 따라 많게는 연 소득 2-3배까지 가능했었다. 규제 적용과 함께 신용대출 한도가 절반에서 3분의 1 수준까지 축소돼 왔던 것이다.
그러나 금융권에선 이 규정이 이달 말 이후 추가 연장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6월 중순에 들어선 현재 시점까지 금융당국이 신용대출 한도 제한 규정을 연장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이로써 내달부터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기준만 충족한다면 은행권에서 대출자들이 다시 연봉 이상의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권은 신용대출 한도가 늘어나면 전세 관련 대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 중이다. 새 임대차법이 올 7월 말로 시행 2년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임대차법에 따라 임차인은 전세 계약 기간을 2년 연장할 수 있으며 계약 갱신 시 임대료 인상률도 5% 이내로 제한할 수 있다.
하지만 계약갱신청구권은 한 번만 쓸 수 있기 때문에 2020년 8월 이후 청구권을 행사한 적이 있는 전세 세입자는 올 8월부터 다시 계약하려면 시세에 맞춰 보증금을 올려줘야 한다. 이미 전세자금 대출을 최대한도인 5억 원까지 받은 세입자의 경우 오른 전세 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신용대출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올 들어 시중은행들은 마이너스 통장 최대 5000만 원 한도, 임차보증금 증액분만 잔금일 이전 전세대출 허용, 비대면 대출 취급 축소 등 규제를 대부분 없앴다. 여기에 연봉 이내 신용대출 한도 규제마저 사라지면 은행권의 대출 환경이 지난해 초 수준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일각에선 이 같은 대출 규제 완화가 가계대출 증가세를 다시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최근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가계대출에 대해 "전반적으로 진정되고 있지만, 경제 규모와 비교해 가계부채 수준은 여전히 높다"며 "4월에 다시 증가세(전체 예금은행 통계)로 돌아선 만큼 여전히 금융 불균형 위험을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민지 기자 zmz1215@daej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