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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안용모 신비의 북극을 가다] 노르웨이 호르텐 트리하우스

높이 7m, 양면 유리창 너머 웅장한 자연…고목 사이로 찬란한 일출·일몰 동화 같아

 

오슬로에서 북극탐험을 기다리는데 노르웨이 친구 헤게리안(Hege Lian)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북극탐험을 도전하는 한국의 여행자를 위해 호르텐(Horten)의 유명한 숲속 나무위의 집, 트리하우스(Tree house)주인이 기꺼이 초청을 했으니 충전을 하고 가란다. 나무위에서 어릴 적 꿈을 만나고 싶었다. 꼭 가지고 싶었던 나만의 아지트 트리하우스를 찾아 나섰다.

 

◆ 피오르 숲속 뭉크의 마을 호르텐

숲속의 피오르 근처에 위치한 트리하우스는 어린이같은 공상을 자극하도록 지어진 숙소로 여행자들에게는 인기 만점이라는 것이다. 기대와 설레임을 안고 오슬로에서 기차를 타고 출발했다.

 

호르텐은 노르웨이 오슬로 남부에 있는 오슬로피오르 서안에 있는 작은 해안도시다. 도시 면적의 절반은 숲이고, 약 3분의1은 농업지역이다. 호르텐과 가까운 기차역은 스코품(Skoppum)으로 오슬로에서 남쪽으로 100km정도 떨어져 있어 1시간 10분이 소요된다.

 

 

호르텐은 1920년부터 많은 예술가의 휴양지로 각광받던 곳이다. 이 작은 마을에 뭉크(Munch)의 집이 있다. 이곳은 뭉크가 그의 집에서 바라보는 경치로 영감을 얻은 곳이란다. 뭉크가 여름에 즐겨 찾던 이곳에는 유명한 '다리위의 세 여자'를 그린 곳으로 알려져 있다. 뭉크거리의 조그만 뭉크의 집은 박물관으로 탈바꿈했다.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고 오슬로에서 많이 본 갤러리나 미술관은 지나치기로 했다. 주변의 작은 목조주택, 카페 및 갤러리가 있는 목가적인 비오는 거리를 거닐었다. 가능한 옛 모습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전형적인 시골마을이다. 마을길을 걷다보면 당시 화가들의 숨결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마중 나온 주인장도 빨리 힐링 숙소를 보여주고 싶은지 보이는 것은 뭉크의 마을인데 언덕 넘어 행복이 머무는 트리하우스를 자랑하기에 바쁘다.

 

 

◆ 아름다운 자연 속 이색 밀밭풍광

마을을 벗어나자 이내 녹색의 세계인 호르텐의 숲이 나왔다. 이곳은 거목들이 빽빽하게 서로 어께를 맞대고 있다. 여기서부터 이어지는 숲길은 과히 인상적이다. 또한 숲속의 들판을 따라 또다른 풍경이 다가왔다. 트리하우스를 찾아가던 도중 가장 가슴 뛰게 했던 것은 예쁘게 나 있는 길 양쪽에 펼쳐진 그림 같은 밀밭의 풍경이었다.

노르웨이에 이런 넓고 아름다운 밀밭 풍경은 경이롭기까지 했다. 잠시 밀밭에 들어가 풀냄새, 흙냄새를 맡아 보기로 했다. 밀밭은 처음에는 초록빛을 띠다가 점차 황금빛으로 물이 들면 또 다른 아름다운 풍경이 될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설렌다. 하나같이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소박한 풍경들이다.

터벅터벅 걷다가 어마어마한 크기의 나무들로 꽉 찬 숲속에 들어서며 잘 익은 딸기와 꽃사과 열매로 부지런히 허기를 채우며 신바람 나게 올라간다. 이렇게 멋진 풍경을 여기서 누리고 있다니 얼마나 행복한 여행인가. 가는 곳마다, 보이는 곳마다, 만나는 사람마다, 큰 행복을 느끼는 것 같다.

 

 

저멀리 이정표가 트리하우스를 가르키는 숲길에 도착하자 해가 황금들녘 위로 서서히 떨어지면서 백야의 현상에 호르텐이 황금빛으로 변한다. 처음 온 곳이고 내 나라가 아닌데도 그저 편안히 감겨오는 느낌, 전혀 낯설지 않다.

어디선가 둔중한 종소리가 모든 들판에 울려 퍼지는 시간, 대롱대롱 매달린 물방울의 조각들이 고향하늘처럼 마지막 구름사이로 얼굴을 내민 햇살에 반짝거린다. 다시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이곳에서 북극탐험의 모든 복잡한 생각들이 스르르 사라지고 마음의 평화가 찾아온다.

언덕의 산길을 올라 트리하우스를 향했다. 울창한 송림이 모아지던 곳에 높이 더 높이 새집처럼 있는 풍경이 그림 같다. 숲길에 예쁘게 걸어놓은 이정표가 나무들과 춤춘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나무위의 집에 대한 환상을 꿈꿔왔는데 그곳이 눈앞이다.

 

 

 

◆ 동심으로 돌아간 트리하우스에서 북극탐험의 희망을 꿈꾸다

트리하우스는 피오르 산기슭 언덕의 큰 소나무위에 얹혀있다. 나무위의 집이라는 생각으로 외형이 작아 보이지만 계단을 올라가면 얼마나 아늑하고 편안한 지 알 수 있다. 2층으로 구성된 트리하우스는 거실, 주방 및 아래층에 욕실이 있으며, 맨 위에는 편안한 침실이 있다. 양면에 유리창이 있어 숲의 공중전망과 전략적으로 배치되어 일출과 일몰을 모두 볼 수 있다.

이 트리하우스는 지상7m높이 4개의 큰 나무에 얹혀있어 숲속의 웅장한 전경을 보여준다. 360도 전망을 감상할 수 있는 객실에 테라스가 있고. 양쪽에 창문이 있어 자연, 물, 산을 눈으로 볼 수 있다. 한마디로 땅위의 힘듦을 내려놓는 곳이다.

어렸을 때 이런 아지트가 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했었는데, 거대한 나무에 만든 트리하우스에 올라가보니 동심으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비바람과 태풍, 눈보라를 견딜 만큼 튼튼하게 지어진 트리하우스는 여행자를 위한 거대한 둥지 같은 느낌이랄까. 마치 동화 속에 들어온 느낌이다.

 

 

이곳 트리 하우스는 어렸을 때 꿈속에 그리던 숲에 지어진 나무집의 고급 버전을 생각나게 한다. 호르텐의 트리하우스는 모두가 입을 모아 칭찬하는 곳이라 기대가 컸는데, 역시 많은 사람이 좋다고 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이래서 여행자에게 북유럽 럭셔리 오아시스라고 불린다고 소개한 것 같다.

창문 너머로 녹음 가득한 숲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때마침 가는 비가 내린 뒤라 더욱 운치가 있다. 나뭇잎이 팔랑이는 소리와 새소리가 자연의 교향악처럼 들리고, 바람이 지나가면 나무위의 집도 가볍게 춤을 춘다. 그 자체가 힐링으로 원시림처럼 우거진 숙소 주변 숲까지 통째로 즐길 수 있다.

자연에 가까이 가서 평온함을 느끼며 숲속의 숨 막히는 멋진 전망을 자랑한다. 새, 다람쥐, 산토끼와 오두막 주위에 많은 야생 동물도 볼 수 있다. 운이 좋다면 비버, 사슴을 모두 만날 수 있다. 하늘을 복사한 피오르는 타오르는 석양을 구름 속에 감추어 파동에 담는다.

테라스에서 고기와 생선을 구워 와인 잔을 기울이고, 온수 욕조에 몸을 담그니 세상이 다 내 것인 듯하다. 트리하우스에는 주방, 라운지 공간, 쾌적하고 편안한 침대가 마련되어 있다. 사면으로 난 창으로 나무 향이 스민 바람이 지나간다. 살아있는 나무위에 그대로 짓기 때문에 나뭇가지가 창문, 방 안, 계단 등을 관통하기도 했다.

 

 

곤충, 새가 날아들거나 새집을 짓기도 하고, 다람쥐가 찾아와 함께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나무가 인간에게 주는 선물 같은 트리하우스는 나무와 함께 벌레나 이끼마저 자연의 한 부분으로 이해하고 사랑하면 더 즐거운 힐링이 되는 것 같았다.

피오르에서 거무스레한 붉디붉은 일출이 피어오른다. 고목사이로 찬란한 선홍빛 태양이 숲속을 선명한 세상으로 변화하는 시간, 오늘만은 뜨겁게 기억해 달라는 트리하우스의 당부가 저다지 짙은 하늘에 아로새겨진다. 밝아오는 아침일출의 찬란한 햇빛에 숨 막히는 전경이 그림같이 펼쳐진다.

나무위의 하룻밤은 생각보다 편안했다. 트리하우스에서 바라보는 장엄한 일출과 숲속에서 보이는 피오르는 마법의 광경이다. 여행자가 꿈꾼 동화의 로망을 충족시켜 준다. 피오르 호수를 감상할 수 있는 파노라마 전망, 여행자도 지친○ 마음을 위로받고 북극탐험에 대한 새로운 희망을 꿈꾸는 보금자리였다.

 

안용모 대구가톨릭대학교 특임교수 · 전 대구시 도시철도건설본부장

ymahn11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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