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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부산서 찍고 칸이 선택한 두 영화, 한국 콘텐츠 위상 보여 줬다

한 나라서 영화 2편 수상 이례적
한국 영화계 축적된 에너지 표출
남우주연상 마지막 장벽도 넘어
수상작 2편 모두 부산에서 촬영

“박찬욱! 송강호!”. 한국 영화인의 이름이 세계 영화제의 중심인 칸국제영화제에서 두 번이나 호명됐다. 한국영화 103년 역사상 최초의 일이다.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이곳의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쾌거에 이어 역사에 길이 남을 일이 됐다.

 

 

평단·관객 호평받은 한국영화

 

박찬욱 감독과 송강호가 올해 칸영화제의 주요 상을 석권하면서, 한국 영화는 세계 영화계의 중심에 우뚝 섰다. 서구 영화 중심인 칸영화제에 올해 한국영화 두 편이 경쟁부문에 진출한 것도 이례적인데 두 작품 모두 주요 상의 트로피를 거머쥐어서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미국과 프랑스 영화를 제외하곤 그동안 한 나라 영화 두 편이 경쟁부문에 간 것 자체가 드물다”며 “한국영화뿐 아니라 세계 영화로 범위를 넓혀도 대단한 일”이라고 봤다. 특히 올해 칸을 찾은 그는 박 감독의 ‘헤어질 결심’을 언급하며 “현지에서 관객과 평단 반응 모두 굉장히 좋았다”고 전했다.

 

‘헤어질 결심’은 유부남 형사 해준(박해일)이 산정상에서 추락사한 남자의 중국인 아내 서래(탕웨이)를 의심하며 잠복수사하다 둘 사이에 미묘한 감정이 싹트게 되는 이야기다. 지난 23일 칸영화제 공식 상영 이후 5분간 기립박수와 함께 호평이 쏟아졌다. 각국 평론가 10명이 참여하는 ‘스크린데일리’ 평점에서도 21편 경쟁작 중 가장 높은 3.2점(4점 만점)을 받아 황금종려상 유력작으로 거론되며 주목받기도 했다.

 

이번 수상을 두고 높아진 한국영화와 배우, 문화콘텐츠의 위상을 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019년 영화 ‘기생충’이 칸영화제와 미국 아카데미상을 휩쓴 데 이어 이듬해 배우 윤여정이 아카데미상의 여우조연상을, 지난해 배우 오영수가 ‘오징어 게임’으로 미국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을 받은 결과가 차곡차곡 쌓여 한국 콘텐츠의 가능성을 넓혔다는 설명이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한국영화계에 축적돼 있던 에너지가 올해 한꺼번에 표출됐다”며 “이번 결과는 명실상부한 영화 강국으로 성장한 한국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장이었다”고 봤다.

 

 

“1인치 장벽의 마지막 허들 넘어”

 

송강호는 칸영화제 초청 7번 만에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들어 올리게 됐다. 그는 2006년 ‘괴물’의 칸영화제 감독주간 초청을 시작으로 ‘밀양’(2007)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박쥐’(2009) ‘기생충’(2019) ‘비상선언’(2021) 등 칸의 레드카펫을 여러 차례 밟아왔다. 송강호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칸영화제 관례상 같은 영화에 본상을 1개만 주기 때문에 연기상을 받진 못했었다.

 

강 평론가는 “한국적인 감성을 지닌 송강호 씨의 연기상 수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전에 강수연·전도연 씨가 3대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지만, 아이를 잃은 엄마 역할이라 감정적인 공감대가 많이 작용했었다”며 “송강호 씨의 연기와 이번 캐릭터는 보편적이면서 한국적인 감성을 담고 있단 점에서 의미가 좀 더 다르다”고 했다. 이어 “송강호 씨의 남우주연상 수상으로 ‘1인치 장벽’의 마지막 허들을 넘었다”고 전했다.

 

 

‘헤어질 결심’ ‘브로커’ 모두 부산서 촬영

 

특히 이번 칸영화제에서 수상한 한국영화 두 편 모두 부산에서 촬영돼 눈길을 끈다. 송강호가 출연한 영화 ‘브로커’는 지난해 약 두 달 동안 연산동, 전포동, 다대포해수욕장 등 부산 지역 13곳에서 촬영했다.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은 2020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를 비롯해 금정산, 한국해양대학교, 기장 도예촌 등 23개 로케이션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두 한국 영화인의 칸 영화제 수상 소식에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축전을 보내 기쁨을 함께 했다. 윤 대통령은 박 감독에게 “한국 영화의 고유한 독창성과 뛰어난 경쟁력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박찬욱 감독님과 배우, 제작진 여러분의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송강호에겐 “영화사에 깊이 남을 송강호 배우님의 뛰어난 연기는 우리 대한민국 문화예술에 대한 자부심을 한 단계 높여주었고 코로나로 지친 국민에게 큰 위로가 됐다”고 전했다.

 

한편 올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은 스웨덴 감독 루벤 외스틀룬드의 ‘슬픔의 삼각형’에게 돌아갔다. 심사위원대상(그랑프리)은 루카스 돈트 감독의 ‘클로즈’와 클레어 드니 감독의 ‘스타스 앳 눈’이 공동 수상했다. 최우수 여자배우상(여우주연상)은 ‘홀리 스파이더’의 자흐라 아미르 에브라가 받았다.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