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두 달 만에 울진에서 또다시 대형 산불이 발생해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이번 산불은 지난 3월 산불이 발생한 북면 지역보다는 남쪽으로 멀리 떨어져 있지만 도심인 울진읍과 인접해 불길 확산을 우려한 주민들의 불안감이 더했다.
실제로 불길이 남울진 입구에 위치한 자동차정비소와 타이어전문점 등을 덮치기도 했다.
산림청 중앙산불방지대책본부와 울진군 등은 지난 28일 낮 12시 6분 울진군 근남면 행곡리 국도변에서 발생한 산불이 23시간 34분 만인 29일 오전 11시 40분 완전히 진화됐다고 밝혔다.
산불을 피해 마을회관 등지로 대피했던 44명의 주민들은 무사히 집으로 돌아갔지만 가슴을 쓸어 내렸다.
특히 아직까지 3월 산불에 따른 피해복구가 완전하지 않은데다 이재민들도 임시주택에 거주하는 상황이어서 주민들의 산불에 대한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주민들은 "밤새 뜬 눈으로 불길이 잡히기만 기다렸다. 다행히 지난 3월 산불보다 빨리 진화돼 한 숨을 돌렸지만 또 다시 산불이 발생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트라우마가 생길지경"이라고 말했다.
이번 산불은 건조한 날씨와 강한 돌풍으로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산림당국은 조기 진화를 위해 지난 28일 해가 진후 헬기를 철수시킨 뒤 산불재난특수진화대 등을 집중 투입한데 이어 날이 밝자 소방헬기 40대와 진화인력 1천500명을 동원해 마침내 29일 오전 11시 주불을 잡는데 성공했다.
이번 산불로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축구장(크기 7천140㎡) 203개 규모에 해당하는 145ha의 산림 피해를 비롯해 인근 보광사 대웅전 등 6곳 9개동의 시설물 피해가 발생했다.
산림청을 중심으로 유관기관이 총력 대응해 산불 현장 인근 천연기념물 제96호(수산리 굴참나무, 수령 300년)와 제409호(행곡리 처진소나무, 수령 350년)를 화마로부터 지켜낼 수 있었다.
산림당국은 주불 진화 후에도 헬기 10대와 열화상 드론 2대를 투입해 잔불감시에 주력하고 있다.
산림청은 이번 산불이 국도변 낙석방지 철망 공사 중 용접 불꽃이 튀면서 산불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조사감식반을 투입해 정확한 화인과 피해면적을 조사할 방침이다.
남성현 산림청장은 "전국에 산불 상황이 많지 않아 헬기와 인력을 집중해서 투입할 수 있었는데다 그동안 노하우와 유기적 협조 체제 덕분에 산불을 빨리 진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울진에서는 지난 3월 4일 북면 두천리 야산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 같은 달 13일까지 213시간 43분 동안 1만4천140㏊의 산림을 태웠다.
또 주택 216채가 불에 타 468명의 이재민이 발생하는 사상 최대 규모, 최장기간 산불로 기록됐다.
산림당국과 울진군, 경찰 등은 산불 원인 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눈에 띄는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