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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미리보는 토요일]'천년의 축제'가 돌아왔다

강릉단오제

 

3년만에 대면행사 기대감 고조
30일부터 8일간 남대천 일원
신주미·신목잡이·소지 태우기
전통문화 즐기고 소원도 빌고


시민들의 들뜬 마음은 강릉단오제 신주미 봉정에도 드러났다.

(사)강릉단오제위원회(위원장:김동찬)가 지난 8일 ‘2022 강릉단오제 신주미'를 접수한 결과 4,044세대가 참여해 142가마(80㎏)의 쌀이 모였다. 단오가 시민 곁으로 돌아왔다는 것은 국사성황신을 직접 뵐 수 있음을 의미한다. 온라인 강릉단오제를 하면서 여성황사에서 단오굿은 계속 이어졌지만 시민들이 뵐 수 있는 기회는 없었다. 신과 인간의 만남이 없으면 신명도 빠진다. 신과 인간이 만나야 신명이 난다.

신명 나는 단오, 그 설렘의 의미는 신이 오신 강릉단오장을 누비며 신과 인간이 함께 이 축제를 즐기고 신의 마음을 기쁘게 하는 것이리라. 그리하여 내 소망이 신께 닿아 이뤄지기를 바라는 마음들이 모이기 때문이리라.

강릉단오제가 시작되면 소원을 빌 3번의 기회가 있다. 그 첫 번째는 신주미 봉정을 하면서다. 신주미를 바치는 봉투에 함께 담긴 소지종이에 생년월일과 함께 소망을 쓰면 신께 그 마음을 전할 수 있다. 지난 5일 신주미 봉정 봉투에 담긴 종이에는 신께 닿기를 간절히 기원하는 강릉시민들의 소망들이 모였다. 무병장수, 백년해로, 수능대박, 건강, 취업, 재물, 로또 1등, 아파트 당첨, 아이, 뱃살 없는 삶까지 개인의 소망뿐만 아니라 코로나19 박멸, 나라의 평안, 강릉의 발전 등 건강과 평안, 풍요, 화합 등 공동체의 소망을 기원하기도 했다.

두 번째 기회는 대관령국사성황제에서다. 국사성황신이 내린 신목을 치장하는 오색천의 예단에 생년월일과 함께 소망을 쓰면 된다. 강릉단오제의 오랜 단골인 할머니들은 국사성황신을 치장하는 오색천을 일부러 만들어 와 신목을 치장하며 소원을 빈다. 신과 가장 가까이 있으니 그 소망이 더 잘 이뤄질 것이라는 믿음에 자녀가 큰 시험을 앞두거나 진급을 앞둔 사람, 아이를 원하거나 결혼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대관령 꼭대기까지 올라 간절히 소원을 빌고 오색예단을 바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단오제 기간 단오굿당에 가 무녀에게 직접 소원을 말하고 빌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세번째 방법이다. 단오굿이 펼쳐지는 동안 무대쪽에서는 끊임없이 소지를 태우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약간의 소짓돈을 무녀에게 내고 소원을 말하면 무녀가 소지종이를 직접 태우며 소원을 빌어준다. 재미있는 것은 생년월일 외에 소원을 적지 않는다는 것. 즉, 백지소지를 태우는 것이다.

‘강릉단오굿 전승과 변화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강릉단오제 단오굿 이수자인 신희라 무녀는 “소지종이에 아무것도 쓰지 않아도 신이 알아서 소원을 들어준다는 오랜 믿음에서 생년월일로 자신이 누군지 밝히고 신께 소원을 비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물론 소지를 올리면서 당사자들에게 무엇을 빌지 무녀들은 얘기를 들어준다. 다시 말하면 바로 위에 국사성황신과 여성황신이 깃든 신목이 좌정해 있으니 그 소원을 말하는 것 자체가 신께 소원을 빌고 있는 것이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한가지 분명한 것은 강릉단오제는 천년의 시간이 지나오도록 강릉사람들의 소망을 모두 담아 공동체를 지켜 왔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강릉단오제가 대면행사로 치러지지 않은 2년 동안 시민들 마음속엔 헛헛함과 공허함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자, 3년 만에 대면행사로 펼쳐지는 강릉단오제. 아마도 많은 시민과 관광객이 코로나19로 갇혀 있던 마음을 보상받듯 매일매일 단오장 구석구석을 헤맬 것이다. 어딘가에서 막걸리에 감자전을 먹으며 친구들과 회포를 풀기도 하고, 난장을 뒤져 히트 상품을 찾아낼 것이다. 그중에서도 백미는 단오굿당을 찾아 코로나19 같은 몹쓸 전염병이 다시는 우리 근처에 얼씬도 못 하게 막아 달라 국사성황신께 비는 것이 아닐까?

강릉=조상원기자 jsw0724@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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