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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최전방의 땅 '철원']1억년 숨결 살아있는 현장에서 오대쌀과 환상궁합 미식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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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그대로 담은 맛과 명소

 

 

주상절리길 기암절벽·폭포수 장관·고석정엔 온통 꽃밭
뼈대만 남은 노동당사·백마고지 역사의 흔적 고스란히
한탄강 민물고기 매운탕에 두부·한우곱창·비빔밥 일품
동송시장에선 철원 쌀로 만든 이색 먹거리가 발길 잡아

 


■자연이 만든 봄, 인간이 만든 겨울=자연은 아름다움을 만들고, 인간은 아름다운 장소마다 찾아다니며 피 흘리고 싸운다고 했던가. 그래서 철원은 자연이 만든 봄과 인간이 만든 겨울이 공존하는 장소다.

우선 철원 한탄강 주상절리길(삭도)은 하루 만 명에 달하는 관광객이 몰리고 있는, 봄철 꼭 둘러봐야 할 명소다. 순담 매표소 또는 드르니 매표소에서 표를 끊고 들어서면 곧바로 입이 벌어지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된 한탄강을 배경으로 깎아지른 기암절벽이 숨통을 트이게 한다. 코스는 결코 쉽지 않다. 오르막을 오르다 땀이 비 오듯 쏟아지기도 하고 절벽에 기대 세워 놓은 다리가 흔들리는 듯해 잠시 주춤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절벽 틈에서도 꿋꿋이 살아 나가는 꽃과 나무들, 화산 활동의 남겨진 흔적들을 보다 보면 어떤 풍경이 있는지 기대하며 발걸음을 옮기게 된다. 암벽을 타고 흐르는 우렁찬 폭포들도 땀을 흘리고 식혀 가며 1시간 30여분을 걸은 이들만 누릴 수 있는 풍경들이다.

한탄강 주상절리길을 보고 고석정을 방문하면 온통 꽃밭이다. 노란색, 분홍색, 다홍색 등 온통 진한 색깔의 꽃을 배경으로 현무암 계곡 지형의 절벽과 우뚝 솟아 있는 고석(孤石)이 참으로 절경이다. 이 모든 풍경을 누릴 수 있는 정자에 오르면 그 옛날 왜 이곳에 정자를 만들어 놓았을지 수긍이 간다. 고석정을 향해 계단을 내려가면 수많은 드라마, 영화 촬영지가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침내 풍경에 다다르면 고석에 숨어 있다가 포졸들이 습격할 때 강물로 뛰어들었다는 임꺽정의 전설도 머릿속에 그려진다.

봄의 아름다움을 만났다면, 노동당사를 방문해 살아 있는 역사도 감상하는 것을 추천한다. 노동당사는 1946년 철원이 북한 땅이었을 당시 조선노동당이 철원과 인근 지역을 관장하기 위해 세운 건물이다. 콘크리트 구조의 3층 건물로, 현재는 2층과 3층이 무너져 골조만 겨우 남은 상태다. 광복 후부터 6·25전쟁 직전까지 반공활동가들을 고문하고 학살하는 장소로 쓰였다고 한다. 어둡고 좁은 복도와 빼곡한 각방을 보고 있노라면 국가폭력의 비극과 주민들의 아픔이 마음으로 다가온다. 백마고지 역시 꼭 둘러봐야 할 과거의 흔적 중 하나다. 6·25전쟁 때 국군과 중공군이 치열한 전투를 벌인 장소다. 당시 심한 포격으로 산등성이가 하얗게 벗겨졌는데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백마가 쓰러져 누운 형상 같다고 하여 ‘백마고지'라는 이름이 붙었다. 정상에서는 전투를 기념하는 기념관과 전적비, 호국영령 충혼비를 만나볼 수 있다. 기념관 벽면을 채운 열흘간의 혈전 기록이 치열하다. 실제 올라보면 고지는 5분이면 정상에 도달할 수 있을 정도로 야트막하다. 하지만 그 속에서 느껴지는 순국선열들의 희생정신은 결코 작지 않다.

■천혜의 곡창지대가 만들어낸 그 맛=바닷가에서는 생선 요리가 제맛이지만, 사실 ‘민물고기'의 강자는 내륙이다. 농경사회 안에서 민물 생선은 귀한 단백질 공급원이었고, 기생충이 다수 서식하고 있는 민물고기의 특성상 조리가 필수적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철원 한탄강 줄기를 따라 있는 직탕폭포 앞에는 매운탕 집이 몇 군데 있는데, 인근에서 잡히는 여러 민물고기를 넣어 끓인 매운탕이 일품이다. 그중에서도 메기, 잡고기, 빠가사리, 쏘가리 매운탕을 파는 ‘폭포가든'은 귀한 밑반찬과 시원한 국물 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향긋한 미나리와 쫄깃한 수제비에 이어 국물을 한입 떠 먹으면 걱정과 숙취가 시원하게 씻겨 내려가듯 얼큰하다. 비법은 무, 양파 등 각종 재료가 들어간 장을 6개월간 숙성시킨 장맛이라고. 매운탕에 들어간 생선살 역시 거칠게 흐르는 한탄강에서 나고 자라 단단하고 탱탱하다. 사장이 직접 만든 방풍나물 무침을 비롯한 각종 밑반찬과 매운탕 국물을 먹으면 쌀밥이 자꾸 들어간다.

고석정 앞에 있는 ‘삼정콩마을두부'는 철원 오대쌀과 철원에서 나는 콩을 이용해 만든 고소한 두부 요리를 먹을 수 있는 곳이다. 보리밥에 가게에서 직접 짜 오는 들기름을 휘휘 뿌리고 반찬과 고추장을 비벼 먹으면 그야말로 입에서 살살 녹는다.

철원에서 빠질 수 없는 또 하나의 메뉴는 육류다. 도내 최대의 축산단지가 위치하고 있는 철원에서는 돼지고기와 소고기는 물론 곱창을 비롯한 부속구이까지 알차게 맛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동송읍 ‘황소한우곱창'에서 한우곱창을 시키면 곱창과 각종 철원에서 나는 재료들이 정갈하게 담겨 나온다. 철원산 송화버섯과 철원 오대쌀로 만든 떡, 감자, 고구마, 양파, 파와 다래순, 오가피순까지 신선한 재료들이다. 지글지글 구운 곱창에서 고소한 냄새가 흘러나온다. 하나 집어 간장과 콩가루, 소금, 집고추장이 들어간 쌈장 등 다양한 소스에 기호에 맞춰 찍어 먹거나 양념된 깻잎에 싸서 입에 넣고 씹어보면 그렇게 쫄깃할 수가 없다.

■철원의 미래 만드는 ‘동송시장'=나가는 길에는 주요 관광지에서 10분가량 떨어진 ‘동송시장'에 꼭 들러보기를 권장한다. 규모는 작아도, 주민들의 깨알같은 지혜로 내공이 탄탄한 시장이다. 일단 동송시장 남문으로 들어서면 고소한 음식 냄새에 마음을 뺏기고 만다. 그중에서도 ‘한잎핫도그'는 철원에서 생산한 쌀가루를 넣은 쌀도넛집이다. 주문을 하면 바로 눈 앞에서 튀겨주는데, 갓 튀겨 노란 핫도그를 한입 베어 먹으면 반죽의 찰기와 고소함이 남다르다. 비법은 매일 아침마다 단골 떡집에서 떼 오는 철원산 습식 쌀가루라고. 이것이 끝이 아니다. 매대에 놓인 떡이 맛깔스러워 보여 구경하고 있으니, ‘이 집 떡이 최고'라며 손님들이 더 성화다. 그곳이 바로 ‘서울떡집.' 4년 전 귀농한 김길태(41)씨가 운영하고 있는 서울떡집. 철원에서 벼농사를 짓는 아버지가 직접 농사지은 오대쌀을 공급하고, 아들이 그 쌀로 떡을 지어 판다. 수입산 쌀로는 흉내낼 수 없는, 귀한 떡을 맛보고 싶다면 바로 추천이다.

이현정·김현아·박서화기자 / 편집=김형기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