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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대중들과 함께한 삶 감수성 가득한 위로 ‘이외수'를 다시 읽다

 

 

꿈꾸는 식물 - 타락한 현실 적응 못한 청년의 애환 담아내
들개 - 자유를 찾으려는 남녀 그려 '이외수 신드롬' 시작점
벽오금학도 - 스스로 가둔채 집필…3개월만에 120만부 팔려
보복대행전문 주식회사 - 해학·유머 속 한국사회 문제 다뤄

 


지난 25일 타계한 고(故) 이외수 작가는 평생 문단의 이단아, 독립군 인생을 살았지만 작품에 대해서 만큼은 진솔했다. 부드럽고 아름다운 문체는 대중이 공감했고, 섬세한 감수성이 가득 담긴 글은 많은 이를 위로했다. 그의 촌철살인 같은 어록과 감수성 짙은 세계는 남아 있는 작품을 통해 다시 들여다볼 수 있다.

■1970년대 ‘꿈꾸는 식물'=1972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견습 어린이들'이 당선되면서 문단에 발을 내디딘 이외수의 초창기 대표작인 ‘꿈꾸는 식물'은 첫 장편소설로 작가의 독특한 작품세계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특히 가난에 찌든 삶에 가끔씩 유곽에 빌붙어 살기도 했는데 이때의 경험이 집필에 도움이 됐다. 작품은 타락한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는 젊은이의 이야기다. 홍등가를 운영하는 아버지, 큰형과 함께 사는 소년 주인공 ‘나'의 애환과 고뇌를 1인칭 시점으로 담아냈다. 작가 특유의 섬세한 감수성과 독특한 반어적 문체가 돋보인다.

■1980년대 ‘들개'=1981년 발표한 ‘들개'는 작가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작품. 들개 그림에 영혼을 바친 한 남자와 그 그림에서 삶의 이유를 얻은 한 여자 이야기다. 두 남녀가 제도와 문명의 사슬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기를 원하며 다 쓰러져 가는 교사(校舍)에서 1년간 동거 아닌 동거를 하게 된다. 고립된 두 남녀의 충격적인 결말은 파장을 일으킬 정도였다. 빠른 전개와 호흡으로 쉽게 읽히는 문장으로, 작가 이외수의 문장력이 주는 힘이다. 1982년대 박철수 감독의 동명 영화작품으로도 만들어질 정도로 큰 인기를 모았다. ‘이외수 신드롬'의 시작을 알린 작품.

■1990년대 ‘벽오금학도'=벽오금학도는 스스로를 감옥에 가둔 채 만든 작품이다. 부인이 사식처럼 식사를 방에다 가져다 줄 정도로 본인에게 매우 엄격하게 틀에 가둬놓고 창작을 이어 갔다. 출간 3개월 만에 120만부 이상 팔리면서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입지를 다지게 됐다. 주인공 강은백이 어린 시절 우연히 오학동이라는 선계를 다녀온 후 그곳에서 얻어온 그림을 가지고 평생 오학동으로 다시 돌아가기 위한 여정을 그리고 있다. 소설 도입부의 ‘서울이 폐렴을 앓고 있었다. 가을이 각혈을 하고 있었다'라는 강렬한 한 문장을 통해 작가의 통렬한 현실 비판을 엿볼 수 있다. 그러면서 금이 쳐진 세상의 밖에서 은유적인 삶을 즐긴 작가의 본심도 들여다볼 수 있다.

■2000년대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2000년대 들어 작가의 작품은 괴물(2002년)과 장외인간(2005년),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2017년) 등으로 이어지며 더욱 완숙해진다. 그러면서도 젊은 감각을 유지하면서 물질이 지배하는 세상의 폐해를 꼬집으면서도 고립되기를 거부했다.

특히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는 동물학대와 4대강사업, 학폭 대명사인 일진, 성폭력을 세상으로 끄집어낸 미투(MeeToo) 등 피해자를 구제하지 못하고, 또 가해자를 처벌하지 못하는 사건들이 나열된다. 힘 좀 쓰는 권력자들을 향해 마치 방아쇠를 당기는 무거운 주제임에도 작가 특유의 해학과 유머가 완충 작용을 하며, 유쾌·상쾌·통쾌한 쾌락을 안겨준다.

허남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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