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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타임머신 여행 '라떼는 말이야~']맨손으로 지뢰밭을 옥토로 일구다

1980년대 양구 해안면 무주지

 

 

6·25 '펀치볼' 격전지 휴전후 정부 주도 재건촌 조성
軍 주인 없는 무주지 개간 허용…주민 수십년 구슬땀
경작권 불법매매·국유지 갈등속 주민 보상 요구 계속

 

 

남북 분단의 비극을 안고 사는 강원인들은 그 상처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양구군 해안면은 1945년 광복 이후 이북 관할지역으로 있다가 6·25전쟁 때 수복됐다. 휴전 이후 정부는 수복지역 관리를 위해 1956년과 1972년 2차에 걸쳐 정책이주를 실행해 재건촌을 조성했다.

해안면 전체가 개척 당시 민간인통제선 마을로 현리·오류리·만대리·월산리·후리·이현리 등 6개리에 665세대 1,250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해안면은 해발 1,000m를 넘나드는 산들이 둘러싸고 있는 분지로 6·25전쟁 당시 외국의 종군기자가 화채(Punch) 그릇(Bowl)같아 펀치볼로 명명하며 불리기 시작했다. 이곳의 모양은 남북 방향으로 길쭉하며 남쪽으로 좁아진 접시와 같다. 특수한 지형으로 운석과의 충돌설과 차별침식설이 회자됐었으나 분지에서 운석의 파편이 발견되지 않아 차별침식설이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민간인출입통제선 안에 위치한 면(面)이며 지형적, 지정학적인 면에서 많은 특이점을 가지고 있다.

대암산을 비롯한 이 일대는 6·25전쟁 당시의 펀치볼 전투, 도솔산 전투, 가칠봉 전투가 벌어졌던 격전지다. 이를 기념하기 위한 전적비가 여러 개 세워져 당시의 상황을 말해주고 있으며 지금도 곳곳에 ‘지뢰'라는 푯말이 있어 처음 보는 이들의 가슴을 긴장하게 한다. 펀치볼과 대암산은 이렇듯 격전지였으나 전쟁 후 민간인 출입이 통제되면서 자연환경이 온전히 보존돼 왔다.

분지의 북서쪽에는 1990년 3월3일 발견된 제4땅굴이 자리 잡고 있다. 제1, 2, 3땅굴과는 달리 전동차에 탑승해 편안히 관람할 수 있으며 우리나라 최전방 가칠봉 능선에 위치한 을지전망대는 금강산 비로봉 등 내금강의 4개 봉우리를 전망할 수 있는 안보교육장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제4땅굴과 을지전망대는 통일부 양구통일관에서 출입신청서를 작성한 후 출입한다.

해안면에 처음 입주 당시 육군 6사단은 주인 없는 땅(무주지)을 가족 수에 따라 분배해 개간을 허용했다. 주민들은 맨손으로 갖은 고생을 하며 지뢰 위험을 무릅쓰고 폐허의 땅을 일궈냈다. 무주지를 40년 이상 경작해 오던 주민들은 1983년 7월 수복지역 내 소유자미복구토지의 ‘복구등록과보존등기 등에 관한특별조치법'이 제정되며 국가와 갈등을 시작했다.

무주지 국유화에 반발한 주민들은 대부료를 10년납부하면 무상불하 해 준다는 관계 공무원의 말에 주민동의가 이뤄졌다. 1996년 무주지의 60%가 국유화됐지만 20년 넘게 대부료를 납부한 주민들은 땅을 소유할 수 없게 됐다.

이주민들에게 토지와 경작권을 부여하면서 일정 기간 경작 시 소유권을 부여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국내 개별법 한계로 북한으로 피란 간 원주민의 토지소유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이주민들은 장기간 소유권 없이 경작만 해 왔다. 현재 3,429필지에 달하는 토지는 여전히 무주지로 남아 경작권 불법매매, 국유지 임차인과 무주지 경작자 간 갈등, 민통선 내 군작전 지역 관리 애로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주민들은 목숨을 걸고 개간한 땅 60% 이상은 개간비로 인정해주고 경작 주민에게 매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릉 안반데기, 정선 새비제, 태백 매봉산 등은 국가 주도 화전민 정리, 혹은 대간첩작전 등을 위해 임야를 개간, 분배 후 이주시키고 매각한 사례를 들어 주민들의 목숨과 맞바꾼 노동을 인정해달라는 것이다.

주민들은 양구군 해안면 국유농지 개간비보상 대책위원회를 조직해 2021년 7월, 10월 세종청사를 방문, 주민들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주민들은 올 2월8일에도 강원도청을 찾아 개간비 보상에 도지사가 나서 해결해 줄 것을 요구했다.

입주부터 지금까지 해안면 주민들은 맨손으로 펀치볼 일대 토지를 옥토로 바꿔 놓았다. 강원일보는 1980년대 주민들의 노동의 현장을 카메라에 담았다. 맨발, 맨손으로 지뢰밭을 일궈낸 주민들의 목숨 값은 정당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 상식과 공정의 시대를 연 새 정부가 분단의 현장을 지켜 온 주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해 70년 넘는 갈등을 해결하길 바란다.

김남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