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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남아공 철교 위 호텔 열차에서 야생동물 탐험 즐겨보세요”

‘열차를 개조한 호텔에서 사자, 악어, 하마 등 야생동물의 천국을 구경하세요.’

 

아프리카의 최남단에 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가장 큰 크루거 국립공원에 100년이라는 긴 역사를 가진 열차를 개조한 호텔이 문을 열었다. 철교 위에 정지한 이 열차 호텔에서는 남아공 최대 규모의 야생동물 사파리를 즐길 수 있어 모험을 좋아하는 여행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자연을 사랑하는 여행객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이 호텔의 이름은 ‘크루거 샬라티-철교 위의 열차 호텔’이다. 코로나19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2020년 12월에 문을 연 크루거 샬라티 호텔은 열차 24칸을 연결해 만들었다. 열차 외에 별도의 객실 7개도 마련돼 있다. 열차는 크루거 국립공원 안을 흘러가는 사비 강 30m 위에 세워진 스쿠쿠자 철교에 서 있다.

 

크루거 샬랴티 호텔은 개장 이후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큰 인기를 얻었다. 많은 관광객이 100년 된 열차 객실에 앉아 악어와 하마가 헤엄치는 사비 강을 내려다보는 호사를 즐기러 모여들었다. 하루 숙박비가 최저 60만 원이지만 빈방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각 객실의 정면과 욕실에는 통유리가 설치돼 있어 숙박 손님은 하루 종일 어디에서나 철교 아래 국립공원 전경을 볼 수 있다. 객실에서 철교 아래를 내려다보면 악어, 하마, 물소, 코끼리, 사자 등 야생동물은 먹잇감을 찾아 다리 아래를 오가거나, 사비 강에서 물을 마시고 헤엄을 치기도 한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열차 밖의 철교의 교각 위에 만들어진 수영장이다. 이곳에서 수영과 일광욕을 즐기면서 크루거 국립공원의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또 철교 위에는 이동 통로가 따로 설치돼 있어 각 객실 승객이 다른 객실이나 라운지, 바 등으로 갈 수 있게 했다. 숙박 손님들은 밤에는 철교 아래 땅으로 내려와 캠프파이어 주변에 모여 저녁 식사와 술을 즐긴 다음 다시 객실로 돌아갈 수 있다.

 

 

하루 종일 객실에 머물러 있으면서 풍경을 즐겨도 되지만 낮에는 무개차를 타고 사파리 자동차 투어에 나설 수도 있다. 물론 40만 원인 참가비는 숙박비에 포함돼 있지 않고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크루거 샬라티 호텔을 스쿠쿠자 철교 위에 건설한 것에는 역사적인 사연이 담겨 있다. 1920년대에 크루거 국립공원을 방문할 수 있는 유일한 교통수단은 열차였다. 도로가 없어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것은 불가능했다.

 

 

9일 일정으로 크루거 국립공원 등에 관광객들을 싣고 달리던 열차는 야생동물 및 원주민 습격을 막기 위해 늘 스쿠쿠자 철교 위에 멈춰 밤을 보냈다. 크루거 국립공원으로 운행되던 열차는 1973년 중단됐다. 철교도 폐쇄됐다. 철교 위에 정차한 열차에서 숙박하던 국립공원 관람객은 대신 국립공원 인근 호텔이나 리조트를 이용하게 됐다.

 

 

크루거 샬라티 호텔이 스쿠쿠자 철교 위에 열차를 세워 호텔로 개조한 것은 100년 역사를 가진 크루거 국립공원 열차의 전통을 되살리기 위해서였다. 호텔 측은 홈페이지 인사말에서 ‘크루거 샬라티 호텔은 100년 전 먼 곳에서 날아와 크루거 국립공원을 누비고 다닌 탐험가들의 모험 정신을 기리는 곳’이라고 호텔 개설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한편 크루거 샬라티 호텔은 35%의 높은 실업률에 시달리는 지역 주민에게는 새 일자리를 제공하는 우물 역할을 하고 있다. 이 호텔이 고용한 현지 주민은 무려 200여 명에 이른다.

 

 

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