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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문득 동네책방] <55> 미술전문도서관, 가창 ‘아트도서관’

지역 유일의 미술전문도서관… 8년 역사
120호 크기의 창 통해 보는 바깥 풍경 일품

 

 

대구경북 유일의 미술전문도서관인 '아트도서관'은 대구시내에서 30분 정도 청도 방면으로 나가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삼정산, 봉화산, 우미산 사이에 있어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들숨의 밀도가 다르다. 심호흡이 절로 일어난다. 녹동서원과도 멀지 않다. 내로라하는 미술작가들도 인근에 살거나, 작업실을 두고 있어 작은 예술촌이라 불러도 될 법한 동네다.

 

반듯한 정육면체 지상 3층 건물이다. 2층은 미술관을 겸해 활용하고 있고 1층 전체는 카페를 겸한 도서관이다. 숙박시설이었던 흔적이 진한 음영으로 도서관 바닥에 문신처럼 남아있다.

 

2014년 문을 열며 국내 첫 미술전문도서관이라는 자부심을 품고 있는 아트도서관이 이곳으로 옮겨온 데는 2020년 여름 발생한 화마의 영향이 컸다. 만촌동에 있던 아트도서관에서 전기합선으로 추정되는 불이 난 것이었다. 불에 탄 책들은 물론이고 불을 끄느라 물에 젖은 책들이 대량으로 생겼다.

 

시그니처 작품처럼 인식되는 삽화성경이 관람객을 맞는다. 18세기에 발행됐다는 삽화성경은 그 난리에서 거뜬히 살아남았다. 삽화성경뿐 아니라 이곳에 진열된 책들은 난리판의 생존자 격이었는데, 후각이 예민한 이들은 이곳에서 불의 냄새를 맡기도 한다.

 

 

2014년 아트도서관은 6만5천여 권(등록 장서 기준)으로 문을 열었다. 문을 열기 전 서울 인사동에 있던 미술전문서점인 '미술자료공사'의 책과 자료를 통째로 인수했다. 2.4톤 트럭 12대 분량이었다. 여기에 자신이 30년 이상 모아온 자료와 서적을 보탠 것이었다.

 

책과 결혼한 거나 마찬가지라는 허두환 아트도서관 관장은 "소장 도서의 절반은 국립중앙도서관에 없는 것이며 아트도서관이 존재하는 이유"라고 했다. 아티스트들의 도록은 비매품이 많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의 광적인 수집 의지가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서적 유통에 통달했던 허 관장은 1989년 원서 수입상으로 미술전문서적과 인연을 맺었다고 했다. 그는 "그 즈음이 교보문고가 전국에 지점을 세우겠다고 선언했을 때였다"며 "지역서점들 사이에서는 건축전문서점, 문학전문서점 같은 전문성이 있는 곳이 필요하겠다는 말들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외국서적이 즐비하다. 이용객들이 스스럼없이 열어본다. 텍스트 중심이 아니라 이미지 중심인 미술전문서적의 특성상 해당 언어를 몰라도 보고 즐기는 데는 아무런 제약이 없다. 아트도서관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책이 많은 것은 물론이고 그림도 곳곳에 걸렸다. 창이 크게 박혀있다는 걸 모를 수가 없는데 120호 그림 크기 정도 돼 보인다. 그림 같은 바깥 풍경을 창이라는 캔버스에 담겠다는 의도다.

 

 

 

허 관장은 8년 동안 도서관을 운영하면서 수익 창출 없이 도서관을 운영한다는 건 이상에 가깝다는 걸 절감했다고 했다. 그래서 동네책방을 열기 위해 벤치마킹하러 오는 이들에게 수익 창출 방식에 대한 조언을 꼭 해준다고 했다.

 

매일 오전 11시부터 운영한다. 이곳의 대표 메뉴인 와플과 말렌카를 놓치면 아쉽다. 스트레스로 당(糖)을 갈구하는 이들에게 적절한 메뉴다. 대구 달성군 가창면 우록길 131. 문의) 010-3588-5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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