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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로마 “수백만 마리 찌르레기 군무는 황홀하지만 배설물이”

이탈리아 로마에서는 겨울철마다 해가 질 무렵이면 놀라운 장면이 연출된다. 찌르레기 수십만~수백만 마리가 포로 로마노, 베네치아 광장, 성 베드로 대성당 등의 하늘에 나타나 군무를 추는 모습이다. 마치 천지를 창조한 신의 위업을 찬양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로마에 여행을 간 사람은 고대 유적 사이에서 생전 처음 보는 아름다운 풍경에 눈을 뗄 줄 모른다.

 

찌르레기는 겨울 철새다. 매년 10월~이듬해 2월 사이에 수십만~수백만 마리가 북유럽에서 이탈리아를 찾아 날아온다. 추운 날씨를 피해 따뜻하게 겨울을 나기 위해서다. 지난해의 경우 500만 마리가 로마를 찾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도 300만~400만 마리 정도가 날아온 것으로 추정된다.

 

찌르레기는 수천 년 전 고대 로마 시대에도 겨울마다 로마에 날아왔다. 로마의 조점관들은 찌르레기가 어떻게 군무를 추는가를 보고 새점을 치기도 했다. 초기 기독교는 겨울에 찾아오는 찌르레기 무리를 신의 축복이라고 생각했다.

 

찌르레기 무리는 낮에는 시골 지역에서 먹이활동을 하다 저녁 무렵이 되면 로마로 돌아온다. 정확하게 일몰 30분 전에 로마로 귀환해 곳곳에서 군무를 과시한 다음 나뭇가지에 앉아 밤을 보낸다. 로마 시내 기온이 시골보다 높아 더 따뜻한데다 도로를 달리는 차량에서 나오는 불빛이 길을 찾기 쉽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천적 새들은 도시 생활을 싫어해 로마 시내에 나타나지 않는 것도 찌르레기 무리가 로마로 몰려드는 이유다.

 

 

 

하지만 로마에 사는 현지인들에게 찌르레기의 등장은 그다지 반갑지 않은 일이다. 오히려 로마에서 쫓아내고 싶은 흉물이기도 하다. 바로 배설물 때문이다. 수십만~수백만 마리가 한꺼번에 분출하는 배설물이 유적은 물론 도로나 집을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더럽히는 것이다.

 

찌르레기는 병을 옮기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들이 분출하는 배설물이 양이 너무 많아 도시를 더럽히는데다 길을 미끄럽게 만들어 사람들이 넘어질 위험성을 높인다. 그래서 겨울에는 로마 사림들이 우산을 펼쳐들고 길을 걷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로마 시청은 겨울철이 되면 매일같이 찌르레기 분비물을 치우느라 바쁘다. 빗발치는 민원 때문에 찌르레기를 쫓아내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한다. 직원들에게 스피커로 소음을 내게 해서 새를 겁주는 것은 기본적이다. 찌르레기가 가장 무서워하는 천적 새의 소리를 들려주는 것이다.

 

 

한편 지난해 새해 첫날 아침에는 피투성이가 된 찌르레기 수천 마리가 죽은 채 도로에 떨어져 있는 모습이 발견돼 로마 시민들을 놀라게 했다. 과학자들은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다고 분석하지만, 환경운동단체는 12월 31일~1월 1일에 로마에서 벌어진 새해맞이 이벤트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새해 첫날 새벽에 시내 곳곳에서 수많은 폭죽이 터지는 바람에 찌레르기가 너무 놀라 쇼크사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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