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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문득 동네책방]<54> 경주 신촌서당

불국사숙박단지의 중심에 자리잡은 문화공작소
내비에는 ‘고도슈퍼’를 입력해 찾아가는 편이 나아

 

 

눈에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바꾸어놓은 풍경은 확실히 보였다. '수학여행' 없는 3년에 50년 역사의 숙박단지는 맥을 잃어가는 듯했다. 불국사숙박단지의 중심 불국사우체국 주변 상가는 해가 져도 일부 상점만 조명을 밝히고 있었다.

 

2017년부터 이곳에 자리잡은 신촌서당 운영자 김용진 씨는 코로나라는 악재가 있지만, 그로 인해 다시 새로워지는 시기인 것 같다고 했다. 신촌서당 바로 옆에 있던 30년 역사의 '고도슈퍼'도 '골방책방'으로 이름을 바꿔달았던 터였다. 신촌서당은 책방 기능을 하는 '골방책방'과 함께 '문화공작소' 역할을 맡고 있었다.

 

문화잡지 월간 '싱클레어' 편집장이기도 한 김 씨는 2014년 이화여대 앞에서 서당을 열어 3년 동안 운영했다. 전국 263개 신촌(新村)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신촌을 떠나 경주에 자리잡게 된 건 아이를 키우는 것과 긴밀히 연결돼 있었다. 그는 육아를 전담하는 아빠였다.

 

그가 경주에 들렀을 때 마침 한 작은 초등학교에서 운동회가 있었다. 운동회만 구경하고 가려던 그의 가족을 이곳 주민들은 환대했다. 맥주와 수육을 나눠 먹으며 함께 줄다리기도 했다. 맑은 공기와 여유로운 주변 분위기, 도시와 농촌의 모습이 적절히 배합된 25만 인구의 경주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는 "'서당'이란 것도 동네에서 함께 자라 문화예술인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붙인 것이다. '모두누림'이라는 교육협동조합도 꾸려가고 있다"고 했다.

 

 

이런 정체성을 잘 드러내는 신촌서당의 책모임이 '어린이책모임'이다. 책만 읽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은 뒤 각자의 능력껏 연주해 하모니를 이루는 합주다. 예를 들면 피아노, 기타, 바이올린, 드럼이 하나의 밴드를 이루는 식이다. 정해진 틀에 맞춰서 능력을 배양하는 게 아니라 각자가 가진 능력으로 조화롭게 만들어 보는 것이었다.

 

"현악 4중주 같은 형식이 중요한 게 아니라 각자가 연주할 수 있는 악기로, 능력이 어우러지게 만들어보자는 겁니다."

 

흥미를 끄는 창조와 합성은 책으로도 이어낸다. 영화나 책을 본 뒤 써내는 감상문이나 스스로 만든 2차 콘텐츠를 공유하는 '프라임 북클럽'을 진행한 지 2년이 넘었다. 한 줄이라도 좋으니 무엇이든 자신의 글을 써서 낭독해보는 '후끈밤 낭독회'도 매주 이어지고 있다. 경주는 포항과 문화생활권이어서 책모임을 함께 이끌어가는 이들의 일부는 포항에서 오고, 더러 울산에서 오기도 한다고 했다.

 

 

 

"신촌서당은 지나가면서 들르는 공간이 아니라 찾아오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늘 문을 열어두려고 노력하고 있죠."

 

내비게이션에는 '고도슈퍼'를 입력해 찾아가는 편이 낫다. 경북 경주시 진현로2길 39. 010-9027-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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