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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이윤만 쫓는 건설사…‘빨리빨리 시공’에 안전 무너진다

건설현장 사고 악순환 끊으려면 <상> 무리한 속도전 멈춰라
얽히고 설킨 불법하도급 관행
‘싸고 빠르게’ 만연…결국 부실로
단가 후려치기에 안전 투자 미흡
공기 단축 압박에 안전의식 부재
참사 부르는 고질적 폐습 개선해야

 

 

39층 초고층 아파트가 지난 11일 힘없이 무너져내렸다. 3.3㎡당 1700만원에 달하는 분양가로 당시 지역 최고가 아파트에 이름을 올리는가 하면, 이른바 ‘1군’ 건설업체라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을 맡은 명품 아파트라고 홍보했던 게 무색할 정도로 16개 층의 거실·안방이 한꺼번에 내려앉았다.

불과 7개월 전에는 광주시 동구 학동 4구역 재개발사업구역 내 철거건물이 붕괴되면서 지나가던 버스를 덮쳐 17명의 사상자를 내는 참사가 났다. 지난해 4월에는 광주시 동구 계림동 한옥주택이 리모델링 과정에서 무너져 4명이 목숨을 잃거나 다쳤다.

최근 2년 간 지역 건설현장에서만 11명이 숨졌고 11명이 부상을 입었다. 5명은 여태껏 찾지 못하고 수색작업이 진행중이다.

사회 숱한 분야에 안전불감증이 도사리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사고들이다. 부당한 관행, 근거 없는 낙관주의에 기대 ‘안전’을 도외시하는 사회 분위기는 여전하고 안전 의식을 챙기고 강조해야할 기관·관리들은 ‘좋은 게 좋은거야’는 식으로 나 몰라라 하는 상황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다. 기본, 원칙에 충실한 건설현장, 사회로 바뀌어야 사고를 막을 수 있다. 광주일보는 기획기사를 두 차례에 걸쳐 게재한다.

‘광주시 서구 화정동 아이파크 아파트 붕괴사고’는 안전은 뒷전으로 미루고 속도에 매몰돼 비용 절감에만 관심을 기울이다보니 빚어진 참사라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특히 광주일보가 단독으로 확보해 최초 공개한 ‘아이파크 감리보고서’<광주일보 1월 19일 6면> 의 ‘예정 공정표’는 늦어진 공사 일정을 단축하기 위해 무리하게 서둘러 공사를 진행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올만하다.

시공사가 계획했던 골조 공사 마무리 기간은 12월 말까지였지만 1월 초까지 공사는 끝나지 않았다. 공사 기간을 맞추지 못한 것은 여러가지다. 현장여건을 고려하지 못한 부실 설계를 비롯, 발주자의 전시행정을 위한 준공일자 지정, 민원발생 및 보상지연, 하도급업체 부도, 매장 문화재 발견, 건설장비 및 자재 공급 지연 등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변수가 워낙 많지만 공사 기간이 늘어질수록 공사비가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인건비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여기에 애초 입주 일정에 맞추지 못하면 지체보상금도 감수해야한다. 화정동 아이파크의 경우 입주가 2년 이상 늦어질 경우 예비 입주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지체 보상금만 1000억원이 넘는다는 말도 나온다. 빠르게 공사를 마무리하려다보니 눈이 내리는 영하의 날씨에도 콘크리트 타설을 강행하고 충분한 콘크리트 양생(養生)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공사를 서둘러야 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건설 현장에 만연한 불법 하도급 관행도 사고의 원인으로 꼽힌다.

화정동 아이파크 현장의 경우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과 골조공사 계약을 맺은 업체가 아닌, 장비임대업체 직원들이 ‘위장 시공’하는 형태로 콘크리트 타설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불법성과 관련, 국토교통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한 상태다.

현대산업개발이 참여했던 광주 동구 학동 4구역 재개발구역 철거건물 붕괴사고도 불법 하도급으로 얽혀있었다.

현대산업개발이 50억원에 하도급을 줬던 철거 비용은 재하도급(한솔기업→광주 백솔기업)을 거치면서 9억원으로 줄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11월 15일부터 12월 20일까지 공공공사 현장 136곳에 대한 실태점검을 벌였을때도 46곳(34%)에서 불법 하도급 사례가 적발됐다. 46개 업체 중 43곳은 도급 금액의 80% 이상 직접 시공 원칙을 지키지 않았고, 나머지 3개 업체는 도급금액의 20% 범위에서 하도급을 줬으나 발주자의 사전 서면 승인을 받지 않은 점이 확인됐다.

업계에서는 일한 만큼 받는, 투입한 만큼 지급하는 적정공사비 확보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단가 후려치기 관행이 사라져야 안전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고 숙련공을 쓸 수 있고 공사 기간을 맞추기 위해 속도전에 치중하는 일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송성주 건설노조 광주전남지부 사무국장은 “원청사에서 하청을 받은 전문건설업체에서는 재하도급을 주도하는 총괄 책임자를 두는 게 보통”면서 “재하도급 과정에서는 공사비 단가를 빼먹고 이를 맞추기 위해 공기 단축을 압박한다”고 말했다.

송창영 광주대 건축학과 교수는 “설계상에 어떤 그 미흡한 부분, 시공상에 여러 가지 건설 근로자들의 안전에 대한 역량 부족 등에 대해 미리 제대로 된 사회안전 시스템을 활용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외 사업주의 근로자 안전의식 개선 노력 미흡, 근로자의 안전의식 부족, 외국인 근로자 증가 및 의사소통 미흡, 소규모 현장의 안전관리 관심 부족, 시공자 중심의 안전관리체계 등의 관행적인 폐습들도 시급하게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거세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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