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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제2의 최순실’ ‘태산명동서일필’…여야, 김건희 파장 주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의 ‘7시간 통화’ 녹취록 공개 이후 여야의 반응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50일 남짓 남은 이번 대선판레이스에서 핵심 뇌관으로 작동했던 ‘김건희 리스크’의 결정판이 공개된 터라 각자 자신들에게 유리한 프레임 씌우기에 집중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은 MBC 관련 보도가 이어지는 만큼 여론의 흐름을 조심스레 살피면서도 세세한 발언에 대한 공식적인 반응은 자제하는 모습이 읽힌다. 방송 이후 여론 흐름의 유불리를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방송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방은 없었다'는 평가가 적지 않은 점을 고려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대신 민주당은 국민의힘 태도를 문제삼으며 의혹의 불씨를 이어가려는 모습이다. 민주당 권혁기 선대위 공보부단장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보도 내용보다 보도를 접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선대본 인식에 경악하고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권 부단장은 “어제 보도 내용 중에 실정법 위반 혐의까지 있는 보도 내용도 있었다”며 “(김건희 씨의) 언론인에 1억 운운하며 매수하려는 듯한 발언도 있었고 미투 문제에 대한 인식, 윤 후보조차 그 인식에 동의한다는 발언이 소개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부분이 아무 문제 없다고 인식하고 오히려 권언유착, 정치기획 이런 안하무인 격으로 나오는 태도가 문제”라고 거듭 밝혔다.

 

김 씨 관련 보도 직후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문제가 될 것이 없다’라는 입장을 페이스북에 올렸고, 이날 오전 김은혜 선대위 공보단장의 ‘이 보도가 이병철(이재명 후보 변호사비 대납의혹 제보자) 씨 사망을 덮으려는 기획’이라고 발언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동시에 민주당에선 김 씨를 비선 실세로 볼 수 있는 정황들이 드러났다며 이번 논란을 ‘제2의 최순실 등장’으로 심각성을 부각하는 양상이다. 당장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마구 내지르는 최순실보다 훨씬 은근하고 영악하다”며 “김 씨의 통화 녹취 시청 소감은 보수정당이 다시 한 여인에 의해 완벽하게 접수되어 선거를 조종당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거기다 이날 윤 후보 선대본에 무속인 출신 인사가 고문으로 활동 중이라는 한 언론 보도가 나온 터라 이와 관련해서도 김 씨를 배후로 지목하는 기류가 보인다. 권 부단장은 해당 보도에 대해 “심각한 문제”라며 “무속인이 대통령 주변에 있었다는 국민 트라우마가 과거 사건으로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진상은 밝히지 않으면 더 큰 문제로 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도 이런 분위기를 전했다. 홍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최순실 사태처럼 흘러갈까 걱정스럽다”며 “자칭 '국사'인 무속인 건진대사가 선대위(선대본부) 인재 영입을 담당하고 있다는 기사도 충격”이라고 밝혔다. 홍 의원은 “아무리 정권교체가 중하다고 해도 이건 아니지 않느냐라는 말들이 시중에 회자되고 있다. 가슴이 먹먹해진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김 씨 관련 보도 이후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 많다. 윤 후보에게 치명타가 될 만한 내용은 없다는 시중의 평가 많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비친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방송 직후 페이스북에 “후보자의 배우자가 정치나 사회 현안에 대해 본인이 가진 관점을 드러내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될 일이 없다”며 “지금 와서 궁금한데 민주당은 왜 본방사수 독려 캠페인을 당 차원에서 했던 건가요”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김근식 전 비전전략실장은 17일 라디오 방송에 나와 “‘태산명동 서일필’(태산이 쩡쩡 울리도록 야단법석을 떨었는데 결과는 생쥐 한 마리가 튀어나왔을 뿐)이라는 기사도 나온 걸 제가 봤다”며 “그렇게까지 우려할 만한 폭탄급의 김 씨의 어떤 잘못된 발언이나 어떤 속내가 드러나는 결정적인 건 없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MBC의 추가 보도, 서울의소리 등 일부 매체의 후속 보도가 이어지는 만큼 첫 방송 내용 중 우려가 제기된 ‘보수는 돈 줘서 미투 안 터진다’ 등 발언에는 김 씨나 윤 후보가 직접 별도의 사과나 입장 표명을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분위기가 나쁘지 않은 만큼 초반에 주도권을 가져오겠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국민의힘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은 17일 기자들과 만나 “누구는 아들도 남이라고 하지만 배우자가 남이 아닌 만큼 (윤 후보가) 무엇이든 생각하는 바가 있을 것이고, 늦지 않게 적절한 시기에 그에 대한 언급이 있을 것”이라고 윤 후보의 사과 기자회견 가능성을 시사했다.

 

권 본부장은 다만 김 씨의 공개 활동 시점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시간은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전했다. 서울의소리가 후속 보도에 나선 것과 관련해선 “법원의 가처분 신청 취지와 전혀 상관없이 마구잡이로 방송하고 있는데 불법행위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