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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新팔도명물] 수백년 전통 '광주의 위엄' 조선왕실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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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공의 시간은 하얗고 하얗게… 꺼지지 않는 조선백자 500년의 불꽃

 

 

전 세계 도자기 애호가나 전문가들이 '성지'처럼 조용히 찾는 곳이 있다. 요사이 몇 년은 코로나19 영향으로 발길이 뜸해졌지만 한국인보다 외국인들의 관심이 뜨겁다는 곳. 바로 경기도 광주시다.

'백자의 고장'으로 불리는 광주시는 특히나 '조선왕실도자의 본고장'으로 명성이 더욱 높다.

하지만 팔당호 상수원보호구역에다 각종 수도권 규제에 묶여 명성에 걸맞은 시설이나 지원을 받는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러다보니 다른 어떤 지역보다 우수한 문화·예술자원을 지니고 있음에도 한계가 있었고, 지자체의 고민도 깊었다.

이런 가운데 조선백자에 대한 이슈에 이슈가 더해지며 자연스레 조선왕실도자의 본고장 '광주'도 위상을 되찾아가고 있다.

 

 

# RM도 반한 조선백자

조선백자 애호가나 컬렉터라고 하면 으레 머리 희끗한 중장년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2019년 BTS(방탄소년단)의 RM이 본인의 SNS에 올린 사진 한 장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조선백자 달항아리를 사랑스럽게 안고 있는 사진. 

 

'조선의 미' 정수를 보여준 달항아리에 젊은 층까지 열광했고 관심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됐다.

 

 

RM이 직접 달항아리를 구입한 것이 알려지며 작가에도 관심이 쏠렸다.

그 주인공은 오래전부터 광주에 터를 잡고 작품활동을 해오고 있는 권대섭 작가. 이미 대가라는 평을 받고 있지만 다시 한 번 재평가된 것이다.

이처럼 조선백자가 반향을 보이자 2010년 빌 게이츠가 자신이 운영하는 자선단체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통해 달항아리(최영욱 작가 작품) 3점을 거액에 구입한 것이 다시금 회자되기도 했고 현재까지도 열기가 이어지는 분위기다.

# 왕실도자 본고장의 조건

경기도 광주는 어떻게 왕실도자의 고장이 됐을까.

광주는 조선시대 왕실자기를 제작한 분원관요(分院官窯)가 운영됐던 곳이다.

'분원'이란 조선시대 궁중에서 왕에게 올려지는 모든 진상품 및 식사를 담당하는 중앙관청인 사옹원(司饔院)의 하급기관을 뜻한다. 

 

 

왕이나 궁중에 음식을 공급해오다 백자 수요가 증가하면서부터 그 역할이 확대됐다. 왕실 및 관청용 그릇 제작을 직접 주관하게 됐고, 광주에는 1467~1468년경 분원이 설치됐다고 한다.

이후 조선 후기까지 왕실과 관청에 필요한 백자를 제작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광주는 관요가 설치되기 이전에도 민간에서 운영하는 민요(民窯)가 설치·운영됐다. 14세기 말에서 15세기 초 광주 초월읍 쌍동리에서 분청사기가 제작됐고, 이후 가마 수가 크게 증가해 번천리, 우산리 등지까지 가마가 설치돼 질 좋은 백자가 제작됐다.

이런 이유로 지금도 광주 전역에서 도시개발사업을 위해 지반공사에 들어가면 도자기 파편 등 관련 유물들이 출토되는 경우가 많다.

광주의 관요는 15세기 후반 처음 설치됐다. 관요 설치 이전에는 전국 4곳에서 왕실과 관청용 자기를 공납하던 상품자기소(上品磁器所)가 운영됐고, 관요가 설치된 이후에는 사옹원 소속의 사기장 380명이 제작했다. 이들의 역할로 백자의 품질이 빠른 발전을 거듭했다고 한다.

1400년대 왕실자기 제작 '분원관요' 설치
고품질 자랑… 국보 20점·보물 38점 출토
남아있는 백자가마터 78곳 국가사적 지정

 


기술만 좋다고 좋은 작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좋은 작품을 위해선 좋은 재료가 뒷받침돼야 한다. 백자를 만들기 위해선 백토의 공급이 중요했는데 광주는 양질의 백토를 지역 내에서 공급받을 수 있었고, 지금까지도 일부가 남아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가마를 지필 땔나무의 조달도 중요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관요는 10년 주기로 광주지역의 수목이 무성한 곳을 찾아 이전했고, 지역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17세기 후반부터 기근과 흉년으로 화전민이 증가하고 이들이 광주에 유입되면서 땔나무의 조달이 점차 어려워졌다고 한다. 이에 1752년부터는 현재의 남종면 분원리에 관요를 고정시키고 강원도 등지에서 땔나무를 운반해 사용해왔다고 전해진다.

시간이 흘러 자연스레 관요는 사라졌지만 현재도 광주에는 340여 곳의 백자가마터가 남아있다. 이 중 78곳은 국가사적으로 지정된 상태다.

 

 

 

# 왕실도자기를 한눈에

순백의 아름다움을 바탕으로 한 백자는 순백에 대한 조선인의 미감을 철저히 반영했다. 특히 분원관용 백자는 조선시대에 이념을 담은 절제된 아름다움과 세련됨을 지녀 품질에 대한 명성이 중국에까지 널리 알려졌다고 한다.

왕실에서부터 지방민들에 이르기까지 품질의 차이는 있겠으나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조선백자는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대접, 접시, 항아리, 병 등 생활도자기에까지 기본적인 형태가 그대로 계승됐다.

쌍령동 '무명도공의 비' 도예인 매년 제향
기성제품에 밀려 어려워도 명맥 잇기 분투
올해 5월5~8일 3년만에 '왕실도자기 축제'

 

 

이러한 광주왕실도자기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는 축제다. 몇 년간(2020·2021년 취소) 코로나19로 열리지 못했지만 '광주 왕실도자기 축제'에서 그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올해는 5월5~8일 4일간(5~22일 도자마켓) 곤지암도자공원에서 '제25회 광주왕실도자기축제'를 계획 중이다. 코로나19로 변동의 여지는 있으나 어느 때보다 뜨거운 관심을 감안하면 어떤 형식으로든 소통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도자벨트를 나란히 형성하고 있는 광주, 이천, 여주시가 한국도자재단과 매년 개최하는 '경기도 도자페어'가 올해도 열린다. 오는 10월경으로 예정됐으며 이에 앞서 광주시는 9월 광주왕실도자특별전을 통해 광주왕실도자기의 매력을 예고편으로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신동헌 광주시장은 "광주 분원에서 나온 국보가 20점 남짓하고, 보물도 38점에 달한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알지 못한다"며 "광주는 왕실도자기라는 프리미엄이 있으나 싼값의 기성제품에 밀려 도예인들의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돌파구를 찾기 위해 방법을 강구할 것이며,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했다.

 

 

광주에는 '무명도공의 비'(쌍령동 406-2 소재)라는 것이 있다. 선대 무명도공, 이름 없이 사라져 간 도공들의 영혼을 위로하고 장인정신과 예술혼을 기리기 위한 비석으로, 매년 11월이면 제향행사가 거행된다.

광주에는 선대 무명도공을 잇는 지역 도예인들이 100명 남짓하다. 왕실도자로 인정받기까지 수없이 많은 도공이 있어 왔고, 지금도 이러한 명맥을 잇기 위한 무명도공들의 분투는 계속되고 있다.

광주/이윤희기자 flyhig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