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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22명의 어린산타' 음악으로 서로 보듬다

'스쿨존 화물차 사고' 친구 잃은 신광초… '새빛 오케스트라' 캐럴 힐링 무대

 

23일 오전 9시께 인천시 중구 신흥동 신광초등학교 새빛관 2층 강당에서 '어린이 산타들'의 특별한 오케스트라 공연이 펼쳐졌다.

저마다 산타 모자를 쓴 학생들은 장난을 치면서 깔깔대다 공연이 시작되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악보를 살피며 제법 능숙하게 협연을 이어갔다. 신광초 5·6학년 학생 22명으로 구성된 '신광 새빛 오케스트라'가 3개월 동안 연습한 7곡의 캐럴 연주를 선보인 날이었다.

졸업을 앞두고 공연을 보기 위해 강당을 찾은 6학년 학생들은 신나는 캐럴에 맞춰 어깨를 들썩이거나 작은 발장구를 치며 호응했다. 연주가 끝날 때마다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는 학생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학생·교사, 공황장애·심리치료
코로나19 여파로 공연 준비 난관

 


올해 새 학기에 신광초 학생들은 불의의 사고로 소중한 친구를 떠나보내야 했다.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인 학교 인근 횡단보도에서 4학년 여학생(10)이 길을 건너다 화물차에 치여 그만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이 사고로 친구를 잃은 신광초 학생들은 일부 공황장애를 겪기도 했다고 한다. 사랑하는 제자를 떠나보낸 교사들도 심리치료를 받을 만큼 충격이 컸다.

공연을 총괄한 신광초 오경림 교사는 "사고가 난 뒤로 아이들이 '오늘도 뉴스에 우리 학교가 나왔다'면서 동요하곤 했다"며 "가뜩이나 코로나19 영향으로 가라앉은 학교 분위기를 전환해 보자는 의미에서 이번 공연을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음악으로 상처 입은 아이들의 마음을 보듬기 위해 학교장을 비롯한 교사들이 의기투합한 것이다.

 

 

 

코로나19 여파로 공연 준비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단계적 전면 등교가 시행된 2학기부터 본격적으로 연습을 시작할 수 있었다. 악기를 처음 배우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기에 3개월 안에 단체 연주를 해내기엔 시간도 촉박했다. 하지만 오케스트라에 참여한 학생들은 학교에 일찍 나와서 아침 7시30분부터 각자 연습을 할 만큼 공연에 대한 열의를 보였다.

아침잠 쪼개 석달 연습 '한호흡'
졸업앞둔 6학년들 아낌없는 박수

 


연주를 지휘한 변미정 음악교사는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각자 합을 맞추면서 연습하는 아이들을 위해 공연을 꼭 열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호흡을 잘 맞춰 공연을 마무리한 아이들이 정말 대견하다"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오케스트라에서 바이올린을 맡은 6학년 한수빈 학생은 "학교에 못 가고 원격수업만 들을 때는 쓸쓸했다"면서 "다시 학교에 나올 수 있게 되고, 오케스트라 공연 연습할 생각에 새벽 6시에 일어나도 힘들지 않았다. 오늘로 오케스트라 활동이 끝나서 많이 아쉽지만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고 해맑게 웃었다.

공연을 관람한 6학년 전소연 학생은 "코로나19로 지치기도 하고 화물차 사고가 난 뒤로 다들 힘들었는데, 오늘 친구들이 연주한 캐럴 음악으로 많은 위로를 받았다"고 말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