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림강릉 1.3℃
  • 서울 3.2℃
  • 인천 2.1℃
  • 흐림원주 3.7℃
  • 흐림수원 3.7℃
  • 청주 3.0℃
  • 대전 3.3℃
  • 포항 7.8℃
  • 대구 6.8℃
  • 전주 6.9℃
  • 울산 6.6℃
  • 창원 7.8℃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순천 6.7℃
  • 홍성(예) 3.6℃
  • 흐림제주 10.7℃
  • 흐림김해시 7.1℃
  • 흐림구미 5.8℃
기상청 제공
메뉴

(광주일보) [2021년 사건·사고 결산 <3>] 책임 안지려는 어른…‘위험한 실습’ 개선 언제쯤

고교생 목숨 앗아간 현장실습
고 홍정운군 숨진 지 2달
밤이면 아들 사진 향해 “잘 자”
여전한 트라우마에 심리 치료
업체대표는 “자발적 잠수” 변명만
학생 노동자 인권 강화 서둘러야

 

 

여수해양과학고 현장실습생 고(故) 홍정운(18)군〈광주일보 10월 11일 6면〉이 사고로 숨진 지 2달이 넘었지만 홍군 가족들의 일상에는 홍군의 자리가 여전히 남겨져있다.

홍군 어머니는 매일 아들 사진이 들어있는 액자를 눕혔다가 세우는 일을 반복한다. 밤이면 홍군 사진을 향해 “잘 자”라고 인사하며 눕혔다가 아침이면 잠에서 깨우려는 듯 다시 세워 놓는다. 심심할 것 같다며 휴대전화를 홍군 사진 앞에 놓아놓기도 한다.
 

홍군 어머니는 아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사고 이후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이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다.

홍군 아버지도 수능이 끝난 뒤 도심을 돌아다니는 또래 아이들을 볼 때마다 아들 생각이 나 울컥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홍군 가족들은 홍군 사고로 인한 트라우마로 심리 치료도 받고 있다. 그리움 뿐 아니라 아들을 그렇게 만든 현장실습업체, 사회에 대한 원망과 분노, 아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으로 괴로운 하루를 버텨내고 있다.

홍군은 지난 10월 6일 이순신마리나 내 계류장에서 요트 밑바닥에 붙은 따개비 제거를 지시받고 면허도 없이 스쿠버 잠수 작업에 홀로 투입됐다가 변을 당했다. 당시 홍군은 2인 1조로 하는 잠수작업의 원칙, 통상 체중의 10% 무게의 납벨트를 착용하는 기준, 제공받아야할 스쿠버 장비도 갖춰지지 않은 상태로 작업 지시를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아버지 홍성기씨는 특히 지난 7일 광주지법 순천지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아들이) 자발적으로 잠수를 했다는 업체 대표의 발언을 듣고 참을 수 없을 만큼 화가 났다”고 했다.

아버지는 “18살 미성년자가 실습업체 대표가 시켜 스쿠버 장비도 없이 들어갔는데, 그렇게 말할 수 있느냐”면서 “책임을 회피하려는 듯한 발언은 형량을 낮게 받으려고 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억울함을 드러냈다.

홍군 아버지는 다음 재판에서 이같은 억울함을 담은 호소문을 재판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홍군 아버지는 “아들은 납 벨트 무게 때문에 차디찬 바다 밑에서 엎드린 자세로 호흡하다 숨졌다”면서 구조 신고가 빨랐다면 아들을 살릴 수 있었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한다. 또 사고난 지 5일 만에 전화를 걸어 ‘언론·경찰·노동부에 시달려 죽겠다’며 ‘요트 손님이 많으니 영업을 하게 해달라’고 연락한 업체 대표의 행태가 원망스럽기만 했다.

홍군의 죽음은 현장실습에 대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체감하기 쉽지 않다.

교육부·전남도교육청·고용노동부 등은 공동조사단을 구성, 지난 10월 9일부터 현장실습 운영지침 준수 여부와 산업체 안전 관리 여부 등을 조사해 규정 위반 및 미준수 사항을 확인한 바 있다. 전국 대부분의 현장 실습장도 안전 사고 위험에 노출됐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상황이지만 전국적 실태 파악은 여태껏 진행중이다.

우선, ‘현장실습 신고센터(온라인·전화)’를 운영키로 하고 전국 실태 파악을 거쳐 보완 방안을 마련한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게 고작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도 지난달 전국 17개 시·도 직업계고 재학생들과 간담회를 갖고 현장실습 과정에서의 애로점, 개선 사항 등을 청취한 바 있다. 학부모, 학생, 교사, 학교가 모두 공감하는 안전한 현장학습 실습업체를 확보하고 학생 노동자 인권 강화 등을 서둘러 마련하는 것, 청소년들의 꿈이 꺾이지 않도록 어른들이 해야할 몫이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많이 본 기사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