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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최완규 교수의 ‘마한이야기’] 최고의 철기제작 집단 ‘완주 상운리 사람들’

최완규 전북문화재연구원 이사장

고고학 자료란 당시의 사람들이 남겨놓은 직접적인 자료라는 점에서 문헌자료에 비해 높은 사료적인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 문헌자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한국 고대사회를 연구하는데 있어서 고고학 자료는 거의 유일하게 연구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 중에서도 분묘는 구조나 부장된 유물에서 축조 집단의 사상적 측면이나 생활상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고고학 자료로 취급된다.

완주 상운리 유적은 익산-장수간 고속도로의 나들목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확인된 유적으로, 2003년부터 4년에 걸쳐 조사가 이루어졌다. 유적의 입지환경은 전라북도의 동부산간지대와 서부평야의 접경지대에 해당하며, 만경강의 상류인 고산천과 소양천이 인접해 있어 방어와 교통이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조사결과, 해발 35?40m 정도의 낮은 구릉에 많은 수의 마한 분구묘를 비롯하여 청동기시대 지석묘와 고려·조선시대의 토광묘가 확인되었다. 이 유적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조사된 마한 분구묘의 구조나 출토유물을 통하여 마한 사회의 변천과정이나 성격 등 한 단면을 살필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마한 분구묘는 4개 지점에서 30여기가 조사되었는데, 대부분 피장자 1인을 위한 분묘가 아니라 주구를 갖춘 중심 매장부 주위에 또 다시 매장부와 주구가 추가되는 다장(多葬) 형태의 분구묘로 확인되었다. 분구 내에서 확인된 매장부 유형은 점토곽(粘土槨)과 목관 116기, 옹관 38기, 석곽 9기로 구분된다. 그 가운데 흙덩이를 이용하여 매장부를 축조하는 점토곽 방식의 채용 사례는 상운리 분구묘에서 처음 확인되었는데, 이러한 방식은 익산 황등제나 김제 벽골제의 제방이나 영산강 유역의 분구묘의 분구 축조기술에서 확인된 바 있다. 이러한 분묘의 축조 방식은 혈연을 기반으로 조성된 마한 분구묘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으며, 매장부 구조나 규모의 차이는 계층성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출토 유물은 토기류 321점, 철기류 500여점, 옥류 6,000여점으로 방대한 양의 부장유물이 쏟아져 나왔는데, 이 가운데 주목되는 유물은 단연 철기 유물이다. 일반적으로 마한 분묘에서는 철기가 수십여 점 정도 출토되는 것에 비해 이 유적에서는 압도적으로 많은 양이 출토되었다. 철기는 주로 분구 내의 점토곽과 목관에서 출토되었는데, 그 종류 및 비율을 보면 무기류 25%, 농공구류 40.8%로서 무기류와 농공구류가 대부분이며, 그 이외에도 마구류와 기타 철기류가 있다.

 

 

이들 철기 가운데 망치와 집게, 그리고 줄, 철착, 쐐기, 모루 등으로 구성된 20 세트의 단야구는 한반도에서 가장 많은 수가 출토되었다. 이를 통해 상운리 분구묘의 조영집단은 철기를 생산하는 최고의 하이테크 기술을 소유하고 있었던 집단으로서 마한 사회의 성장과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왜 사용 가능한 단야구와 같은 생산도구를 무덤에 부장했을까? 어쩌면 그들은 철기 제작 기술을 매우 신성하게 여겼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사용하는 것을 금기했던 것은 아닐까. 또한 혈연을 기초로 축조되는 분묘의 양상과 부장유물에서 볼 때, 철기의 생산 기술은 대대로 상속되어 백제 영역화 이후 5세기 후반까지 주요한 철기 생산 집단으로 존속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최완규 전북문화재연구원 이사장

기고 desk@jja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