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판교 운중초등학교 후문 쪽에는 단독주택(운중동 3블록) 30여 채가 들어서 있다. 주택들은 인도가 없는 생활도로와 맞닿아 있고 주차는 각 주택 마당에 하도록 설계됐다. 자동차전용도로들은 블록 밖에 있고 주택들은 모두 거주 목적으로 지어져 상가 하나 없는 매우 조용한 마을이다.
하지만 2019년 도로교통법 개정(일명 민식이법)이후 어린이보호구역 내 불법 주정차 과태료가 12만원으로 인상되고 지난 21일부터는 주정차도 전면 금지되면서 마을은 혼란에 빠져들었다. 생활도로가 모두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주정차위반에 따른 과태료 계도장이 무더기로 날아들었기 때문이다.
3블록 거주자들은 대부분 학부모들이며 2세대 주택이 많고 한세대당 차량이 2대씩인 가구가 대다수다. 블록 내는 물론 주변에 공영주차장은 없다. 주차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이 없어 지금까지 각자 집 앞 생활도로에 주차해 왔고, 가족·친지 등의 내방객, 육아 도우미, 가정교사, 시설보수업체, 택배업체 등의 차량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불법이 되면서 생활 자체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한 주민은 "조용했던 마을이 피해 갈래야 피해갈 수 없는 구조적 문제로 졸지에 불법 주정차 위반 마을로 바뀌어 과태료 폭탄을 맞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주민들은 성남시에 민원을 제기했고, 현장을 둘러본 시 관계자들도 상황을 인정해 "오는 1월20일까지 과태료를 유예하겠지만, 그 이후로는 어쩔 수 없다"고 했다고 한다.
단독 주택단지 내 생활도로 '어린이보호구역' 지정돼
불법 주정차 과태료 인상에 주정차 전면 금지 '주차난'
"법 취지 공감하지만, 대안없어 불법 주정차 마을 전락"
낙생초·신백현초 주변 주택가도 유사한 상황 대책 호소
한 주민은 "운중초등학교 정문 쪽 1블록 주택가는 우리 블록처럼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지 않다"며 "법안 목표에 맞게 보행로를 마련해 아이들이 인도를 통해 안전하게 등하교 할 수 있도록 하고 주민들의 생활권도 보호하는 등의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주민들은 지난 25일 '성남시 분당구 운중초등학교 안전한 통학로 확보 및 단독주택 생활도로 어린이보호구역 해제 요청'을 요구하는 공식 청원서를 성남시에 제출했다.
일명 '민식이법'의 이면이라 할 수 있는 이 같은 문제는 운중초 외에 판교 지역만 하더라도 낙생초·신백현초 주변 주택가도 유사한 상황에 놓여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이보호구역 내 전면 주정차 금지에는 예외 사항이 있다. 도로교통법 제34조의2 제2항에 따라 시·도경찰청장이 안전표지로 구역·시간·방법 및 차의 종류를 정해 정차나 주차를 허용한 곳에서는 주정차가 가능하다.
경남 창원시의 경우 지난달 "시민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관련 법령에 근거해 학생들의 집중 등·하교 시간을 제외한 저녁 8시부터 익일 아침 8시까지 시간별로 주정차를 허용하는 방안을 9개소에서 시범 운영한 뒤 점차 확대해 나가겠다"고 발표했다.
성남시 관계자는 "주민센터를 통해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운중초, 낙생초, 신백현초, 분당경찰서 등 관련기관 협의를 통해 어린이보호구역 조정 가능 여부 등을 검토하겠다"면서 "또한 성남시 관내 다른 지역 어린이 보호구역 해제 요청 민원이 발생될 것으로 예상돼 내년 중에 주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어린이 보호구역 조정 검토 용역발주'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남/김순기기자 ksg201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