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지역의 고질적인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급변하는 산업의 흐름을 정책과 연계하는 작업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기자동차 시대의 도래와 부활하는 조선 산업의 움직임을 단순하게 파악하기보다 실질적인 키를 쥐고 있는 정부와 기업에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이번 요소수 대란으로 경유 상용차의 치명적인 약점이 드러나면서 현대차 전주공장의 수소·전기 상용차 생산에도 속도를 낼 명분이 뚜렷해졌다.
이제까지 전북은 정부와 기업에‘읍소전략’에 그쳤지만, 이들에게 이렇다 할 유인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앞으로는 제도적 지원을 넘어 세계시장에서 이들에게 장애가 되는 요인을 전북정치권에서 적극 완화시키는 법안을 기획하고, 지자체는 신 투자처로서의 전북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이 요구된다.
자동차 산업과 조선업이 지역산업의 근간이었던 전북의 경우 저무는 내연기관 시대에 더욱 기민하게 대처할 필요성도 높아졌다. 지난 2017년 배터리 시장 핵심기업으로 떠오른 LG화학이 새만금에 ‘전기자동차 배터리용 리튬 국산화 제조시설’ 건립을 추진했음에도 당시 일부 국장급 공무원의 잘못된 판단으로 협약이 일방적으로 깨진 상황을 반복해선 안 된다는 의미다. 2019년 LG화학 투자무산 사태는 대표적으로 ‘남이 차려준 밥상을 걷어차는 행태’로 비판 받았다.
미국 현지시간 기준으로 9일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선 메르세데스벤츠,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볼보, 제규어랜드로버, 비야디(BYD) 등 세계주요 자동차 기업 6곳이 오는 2040년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완전 중단하기로 선언했다.
국내에서는 기아자동차가 2035~2040년까지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하기로 계획했고, 현대차도 2040년 모든 국가에서 내연기관차 판매를 전면 중단할 방침을 세웠다.
전기차의 핵심은 배터리로 내연기관차 시대의 종료는 배터리 기업들의 전쟁으로 번지고 있다. 국내만 해도 삼성SDI, LG화학, SK하이닉스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기업의 시선은 국내에만 머무는 게 아니다. 세계 각국의 도시들 역시 이들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혈안이 된 상황이다. 전기차 배터리는 음극재, 동박, 리튬이온 등 여러 가지 소재가 필요하기 때문에 단순한 전략을 넘어선‘타깃 마케팅’이 중요하다.
다행히 전북은 전기차 배터리와 연계성이 높은 탄소소재를 주력산업으로 하고 있어 클러스터를 조성하기 용이하다.
다시 불어오는 조선업 호황기도 군산조선소 재가동과 즉시 연결시킬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이 완료가 중요한 시점에서 정부와 기업 간 협상에 전북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외교력도 절실하다.
이러한 거대 현안은 전북도나 기초지자체에 모든 부담을 전가하기보단 정치적인 힘을 한데 모아야 더욱 효과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자체 국·과장급 공무원이 정치·경제적으로 첨예하게 얽힌 사안을 주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김윤정 kking152@jja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