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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술을 빚다, 흥에 취하다: 우리동네 술도가를 찾아서·(7)] 해외서도 인정, 안산 대부도 와인 '그랑꼬또'

우리 음식엔 우리 와인… 선입견 뚫고 키워낸 국산 와인의 '대표선수'

 

 

와인은 향기로 먼저 마신다고 했던가.

 

한국 와인에 대한 편견은 '그랑꼬또(Grand Coteau)' 와인의 코르크를 여는 순간부터 깨졌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포도인 캠벨얼리 수천 알을 단숨에 맡는 느낌이었다. 상큼하고 달콤한 향은 코끝을 지나 뇌리를 스쳤고 입안에는 침이 잔뜩 고였다.

 

그다음 눈으로 마신다는 와인. 맑고 투명한 장밋빛은 어느 순간 눈을 매혹했다. 포도밭에 핀 장미꽃처럼 영롱한 자태를 뽐냈다.

 

입안에 그랑꼬또 와인을 머금자 상큼하고 달콤한 향기를 그대로 마시는 느낌이었다. 우리가 통상 알던 수입산 레드 와인과 단순 비교 불가다. 떫은 타닌 대신 향긋한 맛으로 무장했다고 했다고 하는 말밖에 적을 수 없는 표현력이 아쉬울 따름이다.

 

캠벨얼리로 만든 안산 대부도의 한국 대표 그랑꼬또 와인. 첫 만남은 첫눈에 반하기 충분했다.

 

하지만 그랑꼬또 와이너리의 와인은 캠벨얼리로 만든 그랑꼬또 와인이 전부가 아니다.

 

국산 청포도로 만든 화이트 와인 '청수'는 레드 와인 그랑꼬또의 시선을 단숨에 빼앗았다. 맑은 황금색의 청수는 잘 익은 청포도 향이 풍만하게 코를 자극했다. 적절한 산미와 혀끝을 살짝 치는 타닌, 그리고 가득한 청포도의 달달한 향은 청수를 목젖 뒤로 넘긴 후에도 입안에 한동안 맴돌았다.

갑자기 음식(안주)이 당겼다. 기름진 고소한 삼겹살부터 담백한 소고기, 짭짤한 소시지에 이어 대부도의 대표 음식인 바지락 칼국수, 소금으로 구운 제철의 새우, 조개찜, 조개구이 등 수십 가지의 안주가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음식은 없었다. 떡볶이, 주꾸미볶음, 오징어볶음, 동태전, 잡채까지 모두 번갈아 곁들여도 비릿함이 올라오거나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랑꼬또 와이너리를 만든 김지원 대표도 가장 자부심을 느낀다는 부분이 바로 이 점이다. 한국의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는 것이다. 어느새 우리는 레드 와인은 고기류, 화이트 와인은 회나 해산물이라는 공식을 머릿속에 외우고 있다. 이 공식은 청수뿐 아니라 그랑꼬또 와인마저 산산이 무너뜨렸다. 

 

포도 재배 최적환경 갖춘 대부도
가격하락 타개하고자 와인산업 시작
2000년 30여농가 조합설립 시초
김지원 대표, 유럽 오가며 양조 배워
2017년 '청수'로 국제대회 금상도

 

그랑꼬또 와이너리의 대표 로제 와인 'M5610'도 빼놓을 수 없다. 사실 개인적으로 로제 와인은 선호하지 않는다. 로제 와인을 접할 때마다 드는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을 적당히 섞어놓은 느낌 때문이다. 하지만 캠벨얼리의 상큼한 향과 산딸기, 체리와 같은 풍부한 과일 향은 로제 와인에 대한 생각을 바꿔놨다.

단연 개인적 추천은 최신작인 '김홍도 와인'이다. M5610에서 단맛이 조금 더 빠지고 레드 와인 특유의 묵직함이 좀 더 느껴졌다. 그랑꼬또와 M5610의 장점만 모은 듯하다. 여기에 단원 김홍도의 작품인 '사슴과 동자'가 라벨로 붙어 있어 눈도 즐겁게 한다.

 

 

 

천혜의 자연 대부도에서 자란 포도로 만든 한국 와인, 한국인 고집의 결정체

 

그랑꼬또는 큰 언덕이란 뜻의 프랑스어다. 대부(大阜)도의 지역명을 그대로 썼다. 우리나라 대표 포도 산지인 안산 대부도에 대한 김지원 대표의 자부심을 알 수 있다.

대부도는 와인에서 가장 중요한 포도가 자라기 알맞은 환경을 모두 갖추고 있다. 풍부한 일조량과 큰 일교차, 포도 알이 자라기 시작할 때 내리는 풍부한 수량(장마), 성숙할 때 내리쬐는 햇빛, 미네랄이 풍부한 바람과 토양까지 최적의 조건이다.

대부도의 포도 역사는 1954년 캠벨얼리 품종의 포도나무 50그루로 시작됐다. 현재 대부도의 포도 재배 면적은 600㏊로 전체 면적의 15%에 이른다. 각종 개발 등으로 재배 면적이 줄어들고 있지만 거의 모든 농가가 포도를 재배하고 있다.

그랑꼬또 와이너리는 2000년 30여 개의 포도 농가가 모여 그린영농조합이 설립되면서 만들어졌다. 수입산 포도가 들어오면서 국산 포도의 가격이 하락하자 농가에서 와인 등 가공 산업으로 위기를 타개하려 했고, 여기에 농협에서 퇴직한 김지원 대표가 와이너리의 책임자로 뽑혔다.

당연히 처음엔 가시밭길 투성이었다. 상품성이 다소 떨어지는 포도로 와인을 만들어 판매한다는 취지는 좋았지만 한국 와인에 대한 선입견은 벽이 너무 높았다. 2003년 만들어진 첫 와인 그랑꼬또는 첫해 생산량 2천병이 전량 판매됐지만 그 이상을 나아가기 어려웠다.

 

 

수차례 유럽을 드나들며 양조 기술을 익히고 시행착오를 겪던 김 대표에게 2014년 기회가 찾아왔다. 농촌진흥청에서 생과용으로 개발한 청포도 '청수'를 가지고 와인으로 만들어 달라는 제안이다. 청수는 맛과 향이 좋지만 익으면 알맹이가 잘 떨어져 생과용으로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화이트 와인 청수는 단맛과 신맛의 조화에 풍부한 과일 향 및 청량감으로 한국 와인에 대한 선입견을 깼다. 아시아 와인 콘테스트 등 유수의 국제대회에서 연이어 수상하다가 2017년에는 금상을 받았다. 이제 청수는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와이너리 판매가 6만원)에도 부족해서 못 팔 정도의 와인으로 자리 잡았다.
 

삼겹살부터 바지락 칼국수까지 우리 음식과 모두 찰떡궁합, 벽은 선입견

 

김 대표의 자부심처럼 대부도 포도로 만든 와인은 우리의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렸다. 특히 대부도가 자랑하는 해산물과 궁합이 좋았다.

그중에 조개류는 레드 와인을 마실 때 기피하는 음식인데 그랑꼬또, M5610, 김홍도 와인과는 찰떡궁합을 자랑했다. 대부도에서 바지락 칼국수, 각종 해산물, 회와 함께 그랑꼬또 와인을 마시면 바다를 머금은 진한 포도 향을 느낄 수 있다. 

 

향긋한 맛으로 무장한 '그랑꼬또'
입안 긴 여운 남는 화이트 와인 '청수'
로제와인 'M5610' 최신작 '김홍도'
삼겹살·조개구이 등 찰떡궁합 자랑
"국내 와이너리 성장기… 관심 부탁"

 

 

하지만 넘어야 할 가장 큰 벽은 역시 한국 와인에 대한 선입견이다. 실제로 청수를 가지고 프랑스에서 유학한 소믈리에를 찾아가 그랑꼬또와 청수, 김홍도 와인에 대해 물어봤지만 돌아 온 답변은 평가할 수 없다 뿐이었다. 워낙 비주류 품종의 와인이라 평가 자체의 범주에 속하지 않다는 것이다.

김 대표도 가장 아쉬워하는 점이 바로 이런 선입견이다.

그는 "어떤 품종으로 만들었든 와인을 보고 평가해야 하는데 아직은 상당수가 수입산 와인과는 별도로 보고 있다"며 "그 벽을 넘기엔 시간이 걸리겠지만 차근차근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 와인은 성장기에 속해 있어 소비자 외에 지자체 등 정부의 도움도 필요하다. 국내 200여 개의 와이너리가 있는데 이들 모두가 성장기를 지나 성숙기에 들어가 해외의 유수 와인과 경쟁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안산/황준성기자 yayajoo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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