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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김형석 교수에 "오래 사는 게 위험" 정철승 변호사 지목 장문의 글 '온라인 확산'

 

故(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법률대리인으로 알려진 정철승 변호사가 최근 일본 산케이신문과 인터뷰를 가진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에게 "이래서 오래 사는 것이 위험하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 한 장문의 글이 온라인에 퍼지며 화제가 되고 있다.

 

글쓴이가 김형석 교수의 둘째딸이라는 언급이 글에 적혀 있으나 실제로 김형석 교수의 자녀가 쓴 것인지, 아니면 사칭 글인지 등의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글 내용 자체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며 공유를 통해 SNS, 블로그, 온라인 커뮤니티 등으로 글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정철승 변호사는 지난 1일 오전 10시 18분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형석 교수를 언급했다.

 

김형석 교수의 산케이신문과의 인터뷰 및 그가 쓴 책 '예수'와 '백년을 살아보니' 등을 가리키면서 "100세가 넘어서도 건강하다는 사실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갖고 있는 모양이다. 그는 독실한 크리스찬으로 알려져 있고 '예수'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는데, 예수의 삶을 존경하는 나는 그 책을 사서 읽었다가 별 내용이 없어서 실망했다"며 "가난하고 힘없는 민중들을 위해 기득권 계급을 비판하며 평등과 박애를 외치다가 34세에 십자가형이라는 악형을 당해 생을 마친 청년 예수의 삶을 존경한다는 이가 어떻게 100세 장수를, 그것도 평생 안심입명만을 좇은 안온한 삶을 자랑할 수 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김형석 교수의 과거에 대해 언급, "김형석 교수는 이승만 정권 때부터 대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60여년 동안 정권의 반민주, 반인권을 비판한 적이 없었는데, 100세를 넘긴 근래부터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발언들을 작심하고 하고 있다고 한다"며 "이 무슨 1945년 8월 16일부터 독립운동하는 짓인지 모르겠는데, 이래서 오래 사는 것이 위험하다는 옛말이 생겨난 것일 게다. 어째서 지난 100년 동안 멀쩡한 정신으로 안하던 짓을 탁해진 후에 시작하는 것인지.. 노화현상이라면 딱한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하다하다 일본 우익 언론매체와 인터뷰를 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대일외교에 대해 비판이 아닌 비난을 쏟아냈다고 한다"고 지적하면서 "이제는 저 어르신 좀 누가 말려야 하지 않을까? 자녀들이나 손자들 신경 좀 쓰시길"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다음날인 2일 일종의 답글로 읽히는 장문의 글이 온라인에서 확산하고 있다.

 

'정 변호사님께 올립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글에서는 "저는 100세 넘은 아버님 김형석 교수님의 둘째딸로, 나이 70이 넘은 볼품 없는 대한민국의 한 할머니이다. 나이 많고 무식한 한 여인이 올리는 글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어 "저의 아버님은 이북에서 할머님과 두명의 삼촌과 고모 한 분을 모시고 사선을 넘어 남하하여 흙집을 지어 20명 가까이 되는 식구들을 거느리고 끼니를 어렵게 사셨다. 저도 이화여중과 이화여고 6년을 신촌에서 산을 넘어 북아현동을 지나 서대문까지 언니 동생과 걸어서 다녔다. 그 당시는 여러 교통여건도 안 좋았지만 돈도 아끼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이처럼 글쓴이 자신이 누구인지 밝히고 과거 가족사도 구체적으로 설명했으나, 원 출처는 현재까지 확인하기 힘든 상황.

 

이어 글에서는 "저의 아버님은 김일성도 만났을 뿐 아니라 인간으로서는 살 수 없는 자유가 없는 나라가 북한이라는 생각은 뼛속 깊이 박혀 있으신 분이다. 남한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들이 이해 할 수 있으실까. 남하해서 힘들게 산 삼팔선 따라지들의 삶을"이라고 했다.

 

글에서는 "아버님의 인터뷰 내용이 좀 심하실 수 있습니다만 너그러운 이해를 바라는 딸의 심정도 헤아려 주시라. 여러 여러 정권이 지나오면서 저는 보아 왔다. 아버님이 저녁 퇴근 하실때 형사들이 기다리고 있다가 아버님을 연행해 가시는 것 한두번 겪지 않았다. 어떤 때는 잡혀가시고는 삼일만에 집에 오신 적도 있었다"며 "정권에 불리한 강연을 하신 탓"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나이가 되도록 조용하다가 늙어서…' 운운하시는 것은 잘못 아신 것"이라며 정철승 변호사가 "60여년 동안 정권의 반민주, 반인권을 비판한 적이 없었는데, 100세를 넘긴 근래부터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발언들을 작심하고 하고 있다고 한다"며 "어째서 지난 100년 동안 멀쩡한 정신으로 안하던 짓을 탁해진 후에 시작하는 것인지"라고 한 부분을 가리켰다.

 

또한 "'늙은이가 뭘 안다고 그만 밥이나 먹다가 죽지…' 맞다. 많은 변화와 세대 차를 잘 따라가지 못하는 우리들은 늙은 세대이다. 뒷방에 있어야 한다"며 정철승 변호사의 언급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부탁 드린다. 저는 공부도 짧고 무식한 늙은이지만,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아픔으로 감히 부탁을 올린다. 제 아버님의 글이나 강연 인터뷰에 대해 어떤 비판이나 시비는 당연하다. 그러나 딸로서 부탁드린다. 인신공격은 말아주시라. 가슴이 아프다"고 부탁했다.

 

 

▶글쓴이는 "문재인 대통령께서 대통령 취임식에서 모든 국민이 통합해 한데 어울려 잘사는 나라, 전에 없던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하셨다"며 "'나와 생각이 다르면 다 나쁜놈이다' 하지 마시고 생각이 다른 상대방의 마음도 좀 헤아려주시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이어 정철승 변호사를 향해 "앞으로 저도 무식한 한 늙은이로서 좀 더 자숙하고 조심하겠습니다만, 정 변호사님도 부모님이 계시고 자식이 있으실터이니, 서로서로 가슴 아픈 상처는 남기지 마시라. 죄송하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한편, 김형석 교수는 지난 1920년 평안남도 대동군에서 출생, 1947년 탈북해 대한민국으로 왔다. 이어 교사로 잠시 일하다 1954년부터 1985년까지 연세대 철학과 교수로 있었다. 올해 나이는 101세이다.

 

슬하 자녀는 2남 4녀로 알려져 있다. 장남은 김성진 한림대 철학과 명예교수다. KBS 1TV '인간극장' 방송(2018년 12월 31일~2019년 1월 4일) 내용에 따르면 방송 당시 기준으로 3명 딸이 미국에서 살고 있다.

 

황희진 기자 hhj@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