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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강원의 혈관 국도를 살리자]車타고 떠나는 茶여행

(8)고성 산학다원

 

 

동해안 최북단 화진포호수 자락에 차나무밭 약 3,200평 조성
무농약 수제차로 명성…5~9월 수확 생산과정 체험도 가능해


국도 46호선은 고성과 인천을 잇는 도로다. 최북단 강원도 고성과 서해 인천 간 215.4㎞ 구간으로 인제, 양구, 화천, 춘천 등 강원북부 산간지역을 동서로 연결하는 산악형 도로다. 종착점 고성을 시작으로 인천 방향으로 답사를 시작했다.

커피는 세대를 구분하는 분류코드다. 아아는 MZ세대, 냉커피는 쉰세대다. 지금은 커피가 사람들 사이에 끼어들며 부드러운 관계 맺기 도우미를 자처하고 있지만 불교국가이던 고려시대엔 차가 그 역할을 담당했었다. 우리나라 차에 관한 기록은 삼국사기에서 시작된다. 신라 흥덕왕 때 당나라 사신으로 갔던 김대렴이 차나무 종자를 가져와 지리산에 심게 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강원도와 차는 잘 어울리지 않는 조합 같지만 차 유적지가 곳곳에 있어 관련이 깊다.

강릉시 강동면 하시동의 한송정(寒松亭)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차 유적지다. 이곡(李穀·1298~1351)이 쓴 동유기(東遊記)에 따르면 ‘…한송정에서 송별연을 베풀었다. 이곳 또한 사선이 놀던 곳이었는데 고을 사람들이 한송정에 유람 오는 사람이 끊이지 않아 이를 귀찮게 여긴 나머지 집을 헐어 버렸다. 소나무 또한 들불로 타버리고 오직 석조, 석지와 두 개의 돌우물만이 그 옆에 남아 있었는데 역시 사선의 다구(茶具)라 하였다' 고 기록돼 있다. 한송정은 신라 화랑들의 수련장으로 지어진 것으로 보이나 정확한 축조 연대는 알 수 없지만 사선(四仙), 즉 영랑, 술랑, 남석행, 안상 등 네 국선의 전성기인 진흥왕(眞興王·540~575년) 전후로 추정하고 있다.

춘천 청평사에도 고려시대 차 유적지가 있다. 고려 예종 때 대학자 이자현(1061~1125년)은 벼슬을 버리고 청평사에 들어와 참선하며 은거해 살았다. 예종은 외삼촌인 이자현에게 사신을 시켜 차와 약을 보냈다. 이 기록은 청평사 문수원기에 ‘향기로운 차를 마셨다'라고 암각돼 있다. 차밭 하면 우리는 전남 보성을 떠올리지만 유서 깊은 차 유적지가 있는 강원도에도 차밭이 있다. 동해안 최북단 화진포호수 자락에 터를 잡은 산학다원은 2009년부터 차나무밭(녹차) 1만578여㎡(약 3,200평)을 조성했다. 무농약 수제차로 옛 차 명성을 잇고 있다. 차는 만드는 방법에 따라 백차, 녹차, 황차, 청차, 홍차, 흑차 등 다양하게 구분한다. 그러나 보통은 생차, 반발효차, 발효차 등 3가지로 나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녹차는 많은 손길이 뒤따른다. 차밭에서 찻잎을 채취해 따 온 잎이 시들시들할 때까지 기다린다. 찻잎을 온도 250~300도 될 때 솥에 넣고 덖어낸다(살청한다). 멍식이나 둥근 바구니에 찻잎에서 진이 나오도록 비벼준다(유념한다). 덖음차를 털면서 식혀 가며 비벼준다. 다시 솥에 2차로 덖어낸다. 이때 1차보다는 온도가 내려간다. 차를 털면서 비벼준다. 덖음을 아홉 차례 정도 반복해서 건조하면 수분이 완전히 제거된 녹차가 완성된다.

반발효차는 차 안에 있는 효소를 10~80%가량 발효시킨 차로 황차, 우롱차 등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100% 발효된 차는 묵은지처럼 풍미로운 맛이 일품이다. 오래될수록 가치가 높아지는 홍차, 보이차 등이 여기에 들어간다.

산학다원은 5월부터 차를 채취하기 시작해 9월까지 수확한다. 이 기간 동안 차 생산과 만드는 과정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다원에서 체험하는 차 종류는 녹차와 가볍게 발효한 황차로 사전 예약을 받는다.

권진수 산학다원 대표는 “매년 5월 차 수확기가 되면 우리 차에 관심이 있는 분들의 발길이 이어진다”며 “체험과정은 4~5시간 걸리지만 직접 채취하고 가마솥에 9차례 덖음을 반복해 차를 만드는 과정은 인기가 높다”고 했다.

고성=김남덕기자 kim67@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