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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최저임금 9,160원 역풍…"직원 자르고 서빙로봇 써야 할 판"

영세기업 "다 같이 공멸할 것"…자영업 "가족 경영으로 버텨"
무인단말기 설치로 고용 줄어

 

 

내년 최저임금이 5.1% 오른 시급 9천160원으로 결정되면서 대구경북 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의 반발이 거세다.

 

코로나19 대유행 위기가 여전한 상황에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전반적인 고용 감소와 함께 무인기계 도입 가속화로 이어지는 등 거센 후폭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치솟는 인건비 부담에 공장 문 닫을 판"

 

구미국가산업단지 내 영세 중소기업 대표 A씨는 "내년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1.5배가 가산되는 야간 근무 수당은 1만3천750원으로 올라 손익분기점도 안나오는 시급이 된다. 황당무계한 최저임금 인상 결정"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물량 단가보다 임금이 더 높은 현실과 맞닥뜨리면 영세 기업이 망하는 것은 물론 일자리도 없어지는 등 모두 공멸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대표 B씨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도 걱정이 많은데, 최저임금 인상까지 겹치면 영세 중소기업은 공장 문을 아예 닫아야 할 상황이다. 최근 회사 정리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대구 서구에서 가공식품업체를 운영하는 C씨도 커질 인건비 부담에 잠을 설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에도 갖은 노력으로 사업을 확장한 C씨는 올해 큰 규모의 대출을 받아 새 공장을 설립하는 중이어서 최소 5명의 추가 인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C씨는 "당장 내년부터 공장을 돌려야 하는데 최저임금이 이렇게 크게 올랐으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력을 계속 고용하면서 규모를 늘리고 생산성을 향상하는 제조업의 기본 원리가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인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C씨는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내년부터는 실질적으로 1만원이 훌쩍 넘는 시급을 줘야 한다"며 "인건비 부담만 계속해서 커지는데 누가 고용을 늘리려 하겠냐"고 했다.

 

이어 "요즘에는 사람이 필요한 제조업을 하는 게 맞는지 회의감이 든다"며 "인건비 걱정 없이 부동산이나 주식을 통해 돈을 버는 게 현명한 것 같다"며 자조 섞인 불만을 토로했다.

 

 

◆"알바 대란…무인 점포 가속화"

 

대구 수성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D씨는 최저임금이 오르는 내년부터 아르바이트생을 내보내고 가족 경영을 하기로 결정했다.

 

매출이 급격히 줄어든 올해 남편, 알바생 1명 등 최소한의 인력으로 식당을 꾸려가고 있지만,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더이상 직원을 둘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D씨는 "오늘도 갑작스럽게 인원 제한이 4인으로 바뀌어 그나마 잡혔던 예약도 취소됐다"며 "단골손님으로 버티는 것도 한계가 있는데 최소한 먹고 살 환경은 갖춰야 시급을 올려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D씨는 또 "알바생은 알바생대로 투잡, 쓰리잡을 뛰어 생활비를 마련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업주와 아르바이트생 모두 피해를 보고 있는 이런 상황이 과연 맞느냐"며 "자영업자들이 언제까지 희생만 강요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울분을 토했다.

 

구미 형곡동에서 7년째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상우(55) 씨 경우 이미 가족 경영으로 전환했다. 코로나19로 영업 부진이 길어지면서 최근 5명이던 알바생을 2명으로 줄이고 아내와 아들까지 합세해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최저임금이 더 오르면 내년에도 알바생은 아예 쓸 수 없을 것 같고, 야간 영업을 포기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알바생 근무가 주 15시간 이상이면 주휴수당까지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인건비 부담으로 가족경영 형태는 편의점 뿐 만 아니라 사업장 곳곳에서 나타나 일자리 감소가 심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저임금 인상 등에 따른 역풍은 식당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구미 지산동의 한 냉면집에는 최근 '서빙로봇'이 등장했다. 식당 관계자는 "서빙로봇은 사람 2명 몫의 일을 한다. 일을 많이, 늦께까지 시켜도 힘들다는 소리도 안 하고, 임금을 올려 달라는 얘기도 안 한다"고 말했다.

 

구미 오태동의 한 분식집 경우 음식 주문 및 결제를 하는 무인단말기를 설치하고, 직원 고용 없이 부부가 함께 일을 한다. 이들은 "처음에는 걱정했는데, 막상 무인단말기를 도입해보니 손이 덜 가고 편리하다"고 했다.

 

이창희 기자 lch888@imaeil.com 채원영 기자 chae10@imaeil.com 신중언 기자 shyoung3@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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