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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문득 동네책방]<24> 팔공산 용진마을 '사이책방 7호점'

팔공산 동화사와 파계사 사이 용진마을 한가운데
자연을 지향점으로… '월든책방'이라 불려도 좋아

 

 

알기 쉽게 설명하면 동화사와 파계사 사이다. 팔공산 자락에 폭 안겨 빠져드는 느낌이다. 도착하고 보니 용진마을이다. 그렇다. 노태우 전 대통령 생가가 코앞에 보인다. 전국 체인점인 '사이책방 7호점'은 교하 노 씨 집성촌인 용진마을 한가운데 세련된 외관으로 들어서 있는데 그래서인지 박물관인 줄 알고 기념품을 사러 들어오는 이들이 적잖다고 했다.

 

노정호, 노아연 부부(성의 한자가 盧와 魯로 서로 다르다)가 운영하는 이곳은 팔공산 일품 산소가 새 건물 냄새를 조금씩 희석하고 있는 중이었다. '당신과 나의 북 아지트'라는 구호가 입구에 선명하다. 서재를 공유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책방이라고 했다.

 

 

4월 2일 문을 열었다. 아직 자리를 잡진 못했다고 했다. '자리를 잡았다'는 게 무슨 뜻이냐고 묻자 "이곳이 책방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여러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이라고 했다. '돈을 벌어 먹고 살 만해졌다'는 뜻이 아니었다.

 

자연을 지향점으로 삼는다는 말이 진정성있게 들렸다. 노 씨 부부는 자연 속에서 책을 함께 나누고 싶다는 바람을 실현하는 중이라고 했다. 현대판 고전이라는 '월든'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자연에서 힐링하며 책을 보는 곳인 만큼 북스테이는 필수처럼 보였다. 글램핑, 캠핑, 북캠핑을 준비하며 가족 단위에 초점을 맞춘다고 했다. 삶의 의미를 찾는 사람이든, 쉼이 필요한 사람이든 책은 통과의례처럼 한번쯤 펼쳐봐야하는 주문(呪文)이었다.

 

 

책방 안에는 자연, 사회, 인문, 역사 관련 책 400권 정도가 있다.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비치한다고 했다. 읽고 괜찮은 책만 재입고한다고 했다. 반 이상은 자신들이 읽은 책들이라고 했다. 책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공유'하겠다는 의지는 명확했다. 책 소개와 책을 연결고리로 함께 이야기 나누는 건 필수라는 논리였다. 그래서인지 특정 작가, 예를 들어 소설가 김연수의 책은 대형서점 못지않게 많이 진열돼 있었다.

 

다소 고집스러워 보이는 이들의 책방 운영 방식은 첫 책방 운영의 실책에서 나왔다. 직장 생활을 했던 충남 아산에서 차린 책방은 커피숍 안에 샵인샵 형태로 둔 것이었다. 책은 불청객 취급을 받았다. 이들은 책이 도외시되는 느낌이 싫었다고 했다.

 

사이책방 7호점은 독서모임도 가지는데, 키워드는 '읽담'이다. 읽고 담론하는 공간이라는 의미다. 이들은 즉석에서 써보기도 한다. 노 씨 부부는 "최근 화두는 '인간은 왜 불필요한 것에 욕망하는가'였는데 20~30분간 써보고 발표를 한다"며 "기존에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볼 수 있다는 게 특이점이자 장점"이라고 했다.

 

 

김태진 기자 nove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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