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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강릉의 이색 여행지]오죽헌에서 옛선현의 지혜 새기고 바우길에서 한호흡의 여유 되찾고

영혼과 육체의 휴식처, 강릉

 

 

마스크가 아니면 영위할 수 없는 답답한 일상. 마음껏 여행하던 그 시절이 아득하기만 하다. 강릉을 비롯한 동해안에도 이런 절망감에 지친 심신을 달래고 활력을 얻기 위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탁 트인 바다와 산, 호수 등 천혜의 자연 경관을 둘러보며, 혹은 어느 멋진 카페나 브루어리, 음식점 등 맛집을 찾아 스트레스를 풀고 가는 모양이다.

강릉을 찾는 여행자라면 여기에 더해 옛 선현의 숨결이 깃든 공간을 찾아 그들과 대화하며 삶의 지혜를 얻어 가는 것은 어떨까.

강릉은 예부터 서울 동대문 밖에선 가장 살기 좋은 동네라는 뜻에서 '동대문 밖 강릉'으로 일컬어졌다. 그만큼 문화유산도 풍부하고 시대가 필요로 하는 걸출한 역사적 인물을 많이 배출했기 때문이다.

#오죽헌과 율곡매

보물 제165호인 강릉 오죽헌은 조선 초기에 지어진 별당 건물로 이 곳 몽룡실에서 율곡이 태어났다. 신사임당은 시와 그림, 자수에 능한 예술가였다. 율곡은 퇴계와 더불어 조선 성리학을 완성한 대유학자이자 쇠락한 국운을 되살리고 쇄신하기 위해 혼신을 다한 경세가이기도 했다. 오죽헌 옆에는 수령 600년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매화나무인 '율곡매'가 있다. 율곡매는 사임당의 매화 그림과 율곡이 쓰던 벼루 장식의 소재가 됐다고 전해진다.

사랑채 앞 화단의 모란은 지난주 이미 만개해 지금은 꽃잎이 시들어 가거나 떨어지고 있다. 개화를 놓친 이들은 이른 봄을 원망할 것 같다. 율곡의 영정을 모신 문성사와 정조대왕이 율곡을 칭송한 사연이 담긴 어제각 등도 선현의 숨결을 느끼게 한다. 오죽헌 입구에는 세계 최초로 모자가 나란히 화폐 모델이 된 것을 알리는 화폐 포토존이 마련돼 있다. 탐방객들이 5,000원권과 5만원권 모델인 율곡 이이와 신사임당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오죽한옥마을

오죽헌 바로 옆에 오죽한옥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객실 면적 16㎡의 보급형 2동과 일반형(32㎡, 40㎡) 13동, 고급형(52㎡) 9동, 최고급형(66㎡, 75㎡) 4동 등 모두 29채의 한옥이 모여 있다. 객실 명칭은 독서장, 입지장, 지신관, 접인장, 사친장 등이다. 율곡이 지은 어린이용 학습서인 격몽요결에서 따온 것이다. 모든 가옥은 한옥의 형식에 현대식 편의시설을 갖춰 고향집처럼 푸근하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전체 객실의 50%만 판매하고 있어 주말이나 휴일은 객실을 구하기 어렵다. 공동 취사동이 있긴 하지만 코로나19로 운영이 중단돼 있다.

이용객들은 식사를 배달로 해결하거나 주변 맛집들을 이용하면 된다. 경포해변 횟집타운이나 초당동 먹거리타운, 솔올택지지구가 승용차로 10여분 거리에 있어 쉽게 맛집을 찾을 수 있다.

#강릉헬스케어힐링센터

오죽한옥마을 내에는 강릉과학산업진흥원이 운영하는 강릉헬스케어힐링센터가 있다. 이곳은 지난해 6월 개원 당시만 해도 전통문화체험과 뷰티 테라피, 명상 테라피, 푸드 테라피 등 다양한 힐링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강릉과학산업단지에 입주한 업체들이 생산한 제품과 관광산업을 연계한 힐링 체험 상품이다. 이곳을 헬스케어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지금은 뷰티 테라피만 운영하고 있다.

뷰티 테라피는 아로마 스파, 콜라겐 태닝, 음파 진동 안마 등 치유 목적의 테라피에 미용이 더해져 외적 아름다움과 내적 치유를 동시에 추구하는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푸드 테라피는 공동 취사동이 폐쇄되기 전 그곳에서 지역에서 생산된 식재료를 이용해 육전과 채소겉절이, 황태불고기 비빔밥, 초당두부전골, 초당두부스테이크와 두부샐러드 등을 만들었다. 명상 테라피는 계절별로 블루베리 생산농가, 경포 백사장, 솔 숲 등으로 장소를 옮겨 호흡법과 요가를 하며 명상을 즐기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강릉과학산업진흥원은 5월부터 푸드 테라피와 명상 테라피도 비대면 방식으로 재개할 계획이다. 푸드 테라피는 이용객들에게 밀키트(Meal Kit)를 제공하고 QR코드에 조리법을 담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마음을 비우고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는 시간을 제공하는 명상 테라피 서비스도 줌(ZOOM)을 이용해 다시 선보이기로 했다.

#강릉바우길 5구간

모두 17개 코스로 나뉘는 바우길 5구간은 1구간인 선자령 풍차길과 5구간인 바다호숫길이 가장 인기있다. 녹음이 우거진 산길이 이어지는 1구간은 여름에 특히 인기가 있지만 봄, 가을, 겨울에는 바다를 곁에 두고 걷는 5구간이 단연 인기다. 사천진리 해변공원에서 남쪽으로 바다를 따라 경포해변과 경포호수, 허균·난설헌 생가가 있는 초당마을, 커피거리로 유명한 안목항을 지나 남항진까지 이어지는 15㎞ 코스다. 전 코스를 걸으려면 5시간가량 소요된다. 시간이 부족하면 4.3㎞의 경포호수 한 바퀴 걷기 등 아무 구간이나 선택해서 걸어도 만족할 수 있다.

초당마을에는 허균·난설헌 기념관이 있다. 기념관 마당에는 난설헌과 아버지 허엽, 큰오빠 성, 둘째 오빠 봉, 동생 균 등 허씨 5문장 시비가 차례로 서 있다.

초당마을에는 강릉짬뽕순두부동화가든 등 평일에도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맛집들이 즐비하다. 안목항(강릉항)은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커피거리'다. 스타벅스에서 토종 브랜드에 이르기까지 23개 커피 매장이 성업 중이다. 초창기 이곳을 커피거리로 각인시킨 커피 자판기도 물론 있다.

강릉=고달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