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팩 재사용을 통해 환경보호를 실천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상인들의 부담도 덜어주고 저소득층 분들께 일자리도 제공할 수 있으니 1석3조이죠.”
27일 오전 창원시 진해구 마천동 폐아이스팩 수거 사업장에는 1000여개 정도의 아이스팩이 쌓였다. 도내 지자체 중 최초로 재사용 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창원시의 폐아이스팩 수거 현장이다.
이른 아침부터 수거 트럭이 창원 진해 지역 주민센터 곳곳에 마련된 폐아이스팩 수거함을 돌며 모은 폐아이스팩은 분류대로 옮겨진다. 근무자들은 분류대에 모여 폐아이스팩의 재사용 여부를 꼼꼼히 살피는 전수검사를 진행한다.
“물 형태의 아이스팩이나 찢어지고 터지는 등 재사용하기 어려운 아이스팩을 골라내는 겁니다.”
전수검사는 까다롭고 꼼꼼하다. 근무자들은 폐아이스팩을 이리저리 살피며 찢기거나 터진 곳이 없는지 아이스팩을 힘껏 눌러보기도 했다.
“여기 보세요. 이렇게 젤이 흘러나오면 재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전수검사를 통해 폐기되는 아이스팩은 25~30% 정도다. 폐기될 아이스팩을 골라내고 나면 남은 아이스팩에 숨을 불어넣을 차례다. 전수검사를 통과한 아이스팩들은 초음파 세척과 자외선 살균 건조에 들어간다. 완벽히 건조 후 상인 등 필요한 곳에 제공하기 위해 박스 포장에 들어간다. 사업장 한편에는 아이스팩이 포장된 박스가 층층이 쌓여갔다. 이런 과정을 거친 아이스팩은 무상으로 공급된다.
이곳 폐아이스팩 수거 사업장은 진해지역자활센터가 운영 중이다.
아이스팩은 불에 타지 않는 데다 자연분해 기간만 500년이 넘어 소각·매립도 어렵다. 더군다나 아이스팩 내용물인 젤리 형태의 ‘고흡수성 폴리머’는 생태계 파괴 주범인 미세플라스틱이다. 함부로 버릴 수도 없는 아이스팩은 재사용이 답이다. 때문에 전국적으로 지자체마다 아이스팩 재사용 사업에 속도를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손민혜 진해지역자활센터 팀장은 “아이스팩 하나당 500원 정도인데, 1박스에 30~40개 들어간다. 1박스로 상인들이 2만원 정도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며 “세척·살균 과정에서 상인 만족도도 높아 수요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환경보호와 경제효과까지 있는 재사용 사업이 확대된다면 일자리 창출은 덤으로 따라온다”고 했다.
이날 아이스팩을 가지러 사업장을 찾은 황보경옥(57·여·진해구 덕산동)씨는 “아이스팩을 재사용하면 소각처리로 인한 대기오염과 미세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오염을 막을 수 있다”며 “현재는 주민센터 위주로 폐아이스팩 수거함이 배치돼 있지만 향후 아파트 등 생활 반경 곳곳에 수거함이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창원시는 지난해 10월 진해 지역을 시작으로, 올해 4월부터는 마산권역에도 ‘폐아이스팩 재사용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달까지 총 5만8760여개의 아이스팩을 수거해 이 중 4만2485개가 재사용됐다. 창원시는 이 사업을 하반기에 창원권역(의창구·성산구)까지 확대 시행할 예정이다.
한유진 기자 jinny@k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