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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문득 동네책방]<15>시인보호구역

수성구 두산동에 새 둥지 튼 시인보호구역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하려' 시작한 책방이다. 2012년 문을 연 '시인보호구역'이다. 사람들에게 버림받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 '문학'이었다. 대봉동 김광석거리에서 시작했다. 동인동, 칠성동, 대현동, 산격동, 그리고 최근에는 두산동으로 옮겼다. 낭독모임, 작가와의 만남을 비롯해 각종 이벤트를 진행해 대구에서 익히 이름을 알렸음에도 공간만큼은 한 곳에 오랜 기간 정착하지 못해 아쉬웠던 차였다.

 

새로 옮긴 곳 입구에 '시맥한잔'이란 환영사가 붙었다. 시와 맥주에 취해보라는 권유처럼 읽힌다. 실제로 책방이자 카페이자 문화활동 공간이다. 그럼에도 원초적 존재 이유는 '시인보호구역'이다. 시인, 시심이 동하는 이들을 보호하는 공간이라고 해석해도 무방하다.

 

정훈교 시인이 운영을 맡고 있다. 그러나 이곳의 북큐레이션과 공간매니저 역을 하고 있는 책방지기는 한글, 이진리 두 사람이 맡는다. 협동조합으로 운영하기에 각 역할이 세분화돼 있다.

 

 

시인보호구역답게 시집이 즐비하다. 우리지역 출신 시인들의 시집이 대거 섞여 있다. 권기덕 시인의 'P', 김사람 시인의 '나는 당신과 아름다운 궁에서 살고 싶었을 뿐이다', 여정 시인의 '몇 명의 내가 있는 액자 하나' 등이 놓여있다. 독립출판 시집도 눈길을 끈다. 시인보호구역도 독립출판사 역할을 해온 터였다.

 

책방지기 이진리 씨는 "다루는 소재나 내용이 참신하고, 작품 완성도가 높은 도서 위주로 선정하려 한다. 지역과 당대 현실을 잘 반영하는 도서를 우선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쪽 벽면에는 누가 봐도 중고책이 확실한, 2006년 창작과비평, 인물과사상 등 계간지와 월간지가 역사의 증인처럼 손때 잔뜩 묻힌 채 꽂혀 있다. 이곳 운영진들의 경험치이자 내공이다.

 

 

 

동네책방으로서의 역할도 역할이지만 이들이 만들어내는 창작물에 더 눈길이 간다. 현재 대구의 독립문예지로는 유일한, 책방과 동명의 독립문학예술잡지인 '시인 보호 구역'을 펴내고 있다. '책짓는 사람들'이라 불리는 편집위원 6명(박미영, 손은주, 신영준, 이진리, 정훈교, 한글)이 만든다. 지금까지 통권 21호를 냈다. 2016년 월간지로 발간하다 지금은 반년지로 내고 있다. 웬만한 일반적인 문예지와 견주어도 존재감이 있다.

 

듣는 문학이 대세인 트렌드에 맞춰 팟캐스트도 운영한다. 만 2년이 되었다. 마을방송국인 성서공동체FM에서 89.1MHz 방송으로 송출한 것을 팟캐스트에서 다시 내보낸다.

 

정훈교 대표시인은 "시인보호구역은 몇몇 문인들을 위한 곳이 아닌, 인문예술공동체를 지향하는 곳이다. 새로운 문예운동의 전초기지 역할을 할 것"이라며 "5월부터 시작하는 시창작교실, 디카시창작교실, 청년여행작가캠퍼스, 필사의 밤·낭독의 밤, 영호남문학청년학교 백일장에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김태진 기자 nove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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