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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전남 섬 노인 1만 6000명 백신 맞으러 ‘1박2일 고행길’

75세 이상 내달, 65~74세 5~6월 시작…육지 접종센터 등서만 접종
체재비 자부담에 1박 불가피…도서 특수성 반영한 접종 지침 필요

 

 

흑산도 주민 A(75)씨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위해 4월 중 쾌속선으로 2시간이 걸리는 목포를 가야한다. 1박2일 일정이다. 독감 백신 접종은 줄곧 섬 내 보건지소에서 이뤄졌지만, 정부가 75세 이상 고령자에게 공급하는 화이자 백신은 보관·운반 등이 까다로워 모두 육지에 설치된 코로나 예방접종센터에서만 접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혹시 모를 백신 접종 후 이상 반응 여부를 살펴야 하는 탓에 고령의 A씨는 목포에서 홀로 하룻밤을 자고 섬으로 되돌아와야 한다. 섬에선 응급 상황 대응이 어려워서다. 이 같은 불편은 5월부터 시작되는 65~74세 고령자용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때도 마찬가지다. 보건지소 접종이 불가능해 보건소가 설치된 육지로 가야 하기 때문이다.

16일 전남도에 따르면, 흑산도 주민 A씨 사례처럼 코로나19 화이자 백신 접종을 위해 육지에 설치된 예방접종센터로 ‘1박2일 접종’ 여정을 떠나야 하는 도서지역 고령자가 전남에 9091명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군별로는 목포시 140명, 여수시 1094명, 고흥군 190명, 보성군 76명, 해남군 40명, 영광군 72명, 완도군 3772명, 진도군 737명, 신안군 3020명 등 9개 시군 9091명이다. 이들 도서주민은 교통비와 숙박비 등 적지않은 ‘1박2일 체재비’를 모두 부담해야 해 접종동의율이 현저히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남도는 보관·운반이 까다로운 화이자백신 대신 아스트라제네카(AZ)백신 등으로 백신을 교체해 줄 것을 건의하고 있다. 도서지역 실정에 맞는 백신 공급이 필요하다는 요구지만, 정부가 받아들일지 여부는 미지수다.
 

AZ백신으로 변경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코로나19 백신 접종 실시 기관에 섬 지역에 주로 설치된 ‘보건지소’가 포함돼 있지 않아, 접종을 위해선 육지 보건소나 위탁의료기관(병원)으로 가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15일 65세 이상 고령자 접종 방안 등이 포함된 2분기 코로나 19 접종 계획을 발표했지만 섬지역의 특수성은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정부 지침에 변화가 없다면 5~6월 접종 대상인 65~74세(AZ백신) 전남도서지역 고령자들 역시 1박2일 접종 여정이 불가피하다. 전남도는 AZ백신 접종 대상인 65~74세 전남도서지역 주민이 9개 시군에 걸쳐 7797명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전남도는 섬지역 고령자 접종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독감 백신 접종과 마찬가지로 보건지소를 코로나 19 예방접종 실시기관으로 포함해달라고 정부에 건의하고 있다. 보건소, 위탁의료기관에 한정된 접종 실시기관에 보건지소를 포함함으로써 도서지역 고령자들의 부담과 불편을 줄이자는 것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질병관리청 등 정부를 상대로 ‘섬 주민이 많고 고령자가 많은 전남의 특수성을 코로나 백신 접종 계획과 지침에 반영해달라’고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다”며 “정부도 백신 수급과 코로나19 상황 관리에 어려움이 있겠지만 현재 계획대로 접종이 시행될 경우 전남 도서지역 주민 불편은 극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18년 말 기준, 전남에는 2165개의 섬(전국 대비 65%)이 있고 이 가운데 유인도서는 272곳이다. 섬 거주민은 17만3794명으로 전체 도민의 10% 수준이다.

 

/김형호 기자 kh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