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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바다가 물었다 나란히 걸을래?…완전개통한 그린레일웨이 9.8km를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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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구 올림픽교차로에서 동부산관광단지 입구까지 구간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부산의 강남' 아파트값 1등 벨트? 우리나라 최고의 바다 관광구역? 여기에 아직 부산 시민도 잘 모르는 한 가지가 더 있다. 동해남부선 옛 철길을 따라 조성된 그린레일웨이. 도심과 해안을 따라 오로지 두 발로 해운대구를 가로질러 건너는 길이다. 한파가 닥친 1월 초순 며칠 동안 그린레일웨이를 하루 6시간씩 걸었다.

 

아파트촌과 휘황한 마천루,

해수욕장과 어촌 마을이 섞인

불균질한 ‘해운대’의 매력을

생생하게 체험하기에

여기보다 더 좋은 산책로는 없다.

바다는 발아래도 아니고

걷는 사람의 어깨와 나란히

눈높이로 펼쳐진다.

 

 

 

그린레일웨이는 동해남부선 복선전철화 사업의 하나로 올림픽교차로~동부산관광단지 입구 구간을 장산을 관통하는 직선 구간으로 옮기면서 남은 폐선 부지에 조성된 산책로다. 2015년 9월 우동~부산기계공고 구간부터 시작된 공사가 지난해 11월 완전히 마무리되면서 총 9.8km 길이 걷기 코스가 완성됐다. 중간의 미포~송정 4.8km 구간에 들어선 민자사업개발 관광시설 '블루라인파크'도 지난해 10월 운영을 시작했다.

 

 

 

■기찻길 옆 동네의 상전벽해

 

부산도시철도 2호선 벡스코역 2번 출구로 나와서 약국과 안경점 사이 골목으로 올라가서 재개발사업 예정 구역을 끼고 왼쪽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그린레일웨이의 시작점이 나온다. 장산터널로 이어지는 우동고가교를 눈앞에 두고 길이 끊어지는 곳. 2013년 12월, 동해남부선이 이설하기 전에는 열차가 옛 수영역(지금의 동해선 센텀역과 벡스코역 사이)을 지나 이 쪽으로 곧장 달려왔다.

 

미포~송정 구간이 관광지 느낌이라면 나머지 구간은 동네 산책로 느낌이 강하다. 우동에서 미포까지 이어진 해운대 시가지 구간은 총 4km로, 수비삼거리(수영비행장 삼거리의 약자)라 부르던 올림픽교차로에서 시작해 옛 해운대역을 지나고 왼쪽에 이마트 해운대점을 끼고 돌아서 엘시티 뒷편으로 해서 해운대해수욕장 끝까지다. 송정 구간은 옛 송정역에서 동부산관광단지 입구까지 총 1km 정도다.



 

 

해운대 시가지 구간은 시야 한 구석에는 아파트가 걸리는 아파트촌에다 발 아래로는 8차로 해운대로가 펼쳐진 그야말로 대로변이지만, 산책로 풍경은 의외로 호젓하고 소박하다. 가로수 숲이 도로 소음을 꽤 차단하는 데다 오래된 마을회관이나 체육시설 같은 동네 풍경 때문이다.

 

무엇보다 부지런히 걷는 산책자들이 있다. 도심에서 차가 다니지 않는 평지 길을 1만 보 넘게 걸을 수 있는 완전한 산책로를 찾기란 쉽지 않다. 계절마다 모습을 바꾸는 꽃나무 풍경도 지루하지 않다. 장애물이 없다 보니 유모차를 몰고 산책하는 부부나 지팡이를 짚고 걷는 어르신도 자주 볼 수 있다. 궂은 날씨에도 산책을 포기할줄 모르는 반려견에게도, 머리가 복잡한 날 혼자 밤 산책에 나서는 여성에게도 안전한 길이기도 하다.

 

옛 해운대역 역사 부지는 그린레일웨이 가운데 유일하게 아직 포장이 되지 않은 자갈길이다. 오른편으로 푸른 팔작지붕을 얹은 옛 역사 건물 너머로는 해운대해수욕장으로 향하는 구남로가 훤히 뻗어있다. 왼편 담장 밖은 개성 있는 상점과 음식점들이 있는 일명 '해리단길'이다.


 

 

자갈길을 벗어나 다시 포장된 산책로를 걸어서 이마트 해운대점을 왼편에 두고 지나면 오른쪽으로 나타나는 초고층 빌딩이 엘시티다. 각종 정치 비리와 사건사고를 깔고 선 101층 건물 때문에 산책로 전체는 자주 응달이 된다. 그리고 나면 아름다운 철도 건널목 풍경으로 유명했던 미포교차로 아래로 해운대해수욕장 끝자락의 바다가 반짝인다. 미포~송정 구간의 시작이다.

 

■바다와 나란히 걷는 미포~송정

 

국가철도공단의 미포~송정 구간 상업개발에 여러 시민·환경단체들이 반발했다. 달맞이길 해안 절벽을 따라서 바다를 옆에 두고 구불구불하게 이어진 천혜의 절경은 공공의 것이어야 한다는 이유였다. 우여곡절 끝에 민자사업자가 운영하는 관광열차 해변열차가 생겼지만, 해변열차 철로와 나란히 이어진 4.8km 구간의 목재 데크 산책로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길은 완만하게 굽었다가 살짝 경사가 있다가 하지만 무장애길이라서 여전히 유모차나 반려견을 종종 만난다. 곳곳에는 바다 가까이 내려갈 수 있는 계단 산책로나 벤치도 있어서 쉬엄쉬엄 걷기에도 좋다.

 

 

해변열차 매표소를 지나쳐서 엘시티를 등뒤에 두고 500m 정도 걸으면 '달맞이재'라고 이름붙인 25m 길이의 짧은 열차 터널이 나온다. 터널 옆에 바다 쪽으로 넓게 낸 데크는 사진을 찍기에 맞춤인 곳이다. 색색의 아치 모양을 낸 터널 벽을 배경으로 찍어도, 데크 아래로 내려가 광안대교와 이기대를 배경으로 찍어도 훌륭한 '인증 사진'을 얻을 수 있다.

 

바다와 나란히 걷는 기분은 걸어보지 않고서는 실감할 수 없다. 바다는 발 아래도 아니고 걷는 사람의 어깨와 나란히 눈높이로 펼쳐진다. 이 바다는 동해와 남해가 만나는 곳이다. 국립해양조사원은 달맞이 고개 정상 해월정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135도로 그은 선을 남해와 동해의 경계로 본다. 낮에는 너른 바다가 햇볕을 품기 때문에 겨울에도 예상보다 춥지 않다. 오륙도는 선명하고, 날씨가 좋으면 멀리 대마도도 보인다.

 

 

청사포에서는 청사포다릿돌전망대를 빼놓을 수 없다. 2017년 개장한 다릿돌전망대는 20m 높이에 바다 쪽으로 72.5m로 뻗은 전망대로, 바닥을 보호하기 위해서 신발 위에 덧신을 신고 입장할 수 있다. 유리 바닥 아래로 보이는 바다와 전망대 앞으로 보이는 다릿돌 위로 파도가 여울지는 절경이 아찔하다. 다릿돌전망대 관광안내소에서는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고, 횟집촌이 즐비한 청사포 해안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

 

산책로에서 계단 아래로 내려가야 하는 청사포 몽돌해변은 표지판 하나 없는 200m 남짓한 작은 해변이지만 놓치면 아쉬운 곳이다. 1985년 북한 간첩선이 침투한 사건 이후로 군부대 철조망이 설치되면서 일반인의 접근이 철저히 금지됐다가 최근에야 개방됐다. '차르르 차르르' 하고 몽돌 사이로 바닷물이 들고 나는 소리와 멀리 청사포의 붉고 흰 등대만 봐도 좋지만, 해질녘이라면 바다를 물들이는 낙조도 놓치지 말자.


 

 

■모두를 위한 도심 속 걷는 길로

 

청사포를 지나서 조개구이와 횟집 건물들이 즐비한 어촌 풍경을 보면서 걷다 보면 어느새 송정해수욕장에 도착한다. 해변열차 송정 정거장과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옛 송정역 역사를 지나서 동부산관광단지 입구까지 걸어가려면 역사 바깥의 인도를 잠시 걸어야 한다. 송정삼거리에서 다시 산책로로 접어들어 소나무가 멋진 길을 따라가면 멀리 이케아와 롯데아울렛 동부산점의 간판을 두고 그린레일웨이가 끝난다.

 


전체 9.8km를 걷는 데는 3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미포~송정 구간을 제외하면 도시철도 벡스코역~중동역이나 해운대해수욕장, 송정해수욕장, 해리단길 등 곳곳에서 산책로로 진입할 수 있어서 걷고 싶은 만큼만 걸어도 된다. 미포~송정 구간도 일부 구간은 해변열차를 이용한다면 어린이나 어르신도 함께 걸을 수 있다. 갈맷길, 삼포길, 해파랑길, 문탠로드 등 주변의 산책로와 연계해서 걷기도 편하다.
 

 

그린레일웨이는 아직 정체성이 뚜렷하지 않은 길이지만 아파트촌과 휘황한 마천루, 해수욕장과 어촌 마을이 섞인 불균질한 '해운대'의 매력을 생생하게 체험하기로는 여기보다 더 좋은 코스는 없다. 유모차도 어르신도 반려견도 모두가 안전한 도심 산책로로서도 가치가 있다.

그린레일웨이 가운데 유일하게 남은 미개발지인 옛 해운대역 역사 부지의 개발 방안은 여전히 협의 중이다. 부산시는 이 부지를 상업개발하더라도 산책로가 끊어지지 않고 이어질 수 있고, 공원화를 바라는 주민들의 의견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국가철도공단에 요청하고 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