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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새만금 내측 김제 심포항 재첩잡이 눈길

성수기 하루 20톤 채취… 어민 새 소득원으로

(桑田碧海)라는 말이있다.

뽕나무밭이 변하여 푸른 바다가 된다는 뜻으로, 세상사가 엄청나게 변화함을 비유하는 표현이다.

요즘 김제 진봉에 있는 심포에 가보면 가히 상전벽해라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하나는 새만금 동서도로의 개통으로 망해사 주변 심포항 일대가 예전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달리 역동적인 개발의 중심축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백합(=생합) 주생산지의 대명사가 됐던 심포가 이젠 자연산 재첩 생산지로 변모, 주민들에겐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됐다는 거다.

이같은 현상은 새만금 매립공사로 인해 주변 생태계가 어마어마하게 변화했기 때문이다. 사람에게 있어서 콩팥으로 비유되는 갯벌이 새만금으로 인해 없어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오랫동안 심포는 백합으로 유명했다.

국내 백합 채취량의 80%를 차지하는 부안 계화도나 김제 심포 갯벌의 백합은 전국 최고의 명성을 구가했다. 특히 심포는 만경강 하구에서 유입되는 퇴적물이 오랜 세월 축적되면서 천혜의 백합 생산지로 각광받았다. 육지로 변하기 전, 부안 계화도 주민들은 그 지역 백합을 부안으로 가져가 쌀과 바꿔 먹었다고 한다. 그런데 새만금으로 일컬어지는 거대한 매립공사가 이뤄진뒤 백합은 이제눈씻고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풍부한 해산물을 맛보기 위해 찾아온 관광객들의 발길은 끊어졌고, 어민과 상인들의 살림살이는 팍팍해졌다. 그런데 죽을 약 옆에 살 약이 있다는 말이 새삼 재확인됐다.

새만금 방조제가 시작된 지 30년, 김제 심포항을 비롯한 포구가 사라지면서 백합으로 대표되는 어패류가 사라졌는데 생각지도 않게 1급수에만 자란다는 재첩이 등장했다.

지난해부터 새만금 내측, 그중에서도 김제 심포에서는 진기한 풍경을 자주 접할 수 있는데 바로 재첩을 채취하는 모습이다.

재첩은 섬진강이 대표적이며 기수역(汽水域·강물과 바닷물이 서로 섞이는 곳)에 주로 분포하는데 과거에는 대부분의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강 하구에서 재첩을 쉽게 채취할 수 있었다.

불과 얼마전만 해도 심포항에서 재첩을 잡는 광경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젠 대량 채취가 이뤄지고 있다. 어떤 이는 재첩잡이로 제법 큰 돈을 벌었다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30일 기자는 현지를 직접 찾아봤다. 소문으로 듣던 이상으로 재첩은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었다.

새만금에서는 현재 어선 20여 척이 심포를 중심으로 재첩 채취를 통해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성수기 땐 하루에 20톤 정도 재첩을 채취하지만 비수기 땐 하루 2~3톤 정도에 그치고 있다. 새만금 내측 심포에서 가력도까지 드넓게 분포된 재첩은 백합 생산지로 유명한 심포의 옛 명성을 이어주는 새로운 소득원으로 어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현지에서 만난 어민들은 “아직 섬진강의 재첩처럼 유명하지는 않지만 새만금 재첩은 사계절 채취가 가능하고 특히 이곳에서 채취되는 재첩은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어 구수하고 감칠맛이 기가막히다”고 귀띔했다.

이곳에서 채취한 재첩은 90% 이상이 외지로 팔려나가고 있다. 부산과 광양 등 주로 경상남북도로 유통되고 있지만 20kg 한 망을 기준으로 1만5천 원에서 2만 원의 낮은 가격에 거래돼 상품성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이 가격은 재첩으로 유명한 섬진강의 판매 가격 1/10의 수준에 그쳐 제대로 된 가격을 아직은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어려운 점이 있기는 하지만 새만금 방조제로 사라진 심포항 주변 어민들은 재첩 채취를 통해 삶의 새로운 희망을 찾아가고 있다.

최창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