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故 유정수씨 기록물 토대
국방부에 'A씨 진술 충분한 근거'
정작 유씨 본인 불인정 '모순 상황'
당시 환경 고려 폭넓은 인정 필요
대중은 물론이고 정부로부터도 잊힌 국민방위군(11월26일자 1면 보도=한국전쟁 당시 '발진티푸스 창궐', 국민방위군 이동과 시기 겹친다)이 공식적으로 참전 사실을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런 결정에는 국민방위군 고 유정수씨의 일기가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15일 국민권익위원회는 1950년 국민방위군에 징집됐으나 참전 사실을 인정받지 못한 A씨에 대해 국방부에 참전 사실을 인정할 것을 권고했다. 1932년생인 A씨는 1950년 11월 징집돼 경남 고성의 교육대에서 5개월 동안 훈련을 받았다면서 국방부에 참전 사실 인정을 요청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참전 과정 진술이 기존 기록과 다르다는 이유로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권익위가 국방부에 다시 참전 사실 인정을 권고한 것은 고 유정수(1925~2010)씨의 일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A씨가 제출한 진술, A씨의 참전 사실을 입증할 인우보증 진술 등이 기존 기록과 다르다고 봤지만, 권익위는 기존 기록 대신 유씨의 일기를 대조군으로 삼았다.
유씨 일기에 나온 이동 장소와 이동 중 상황 등에 비춰볼 때, A씨의 진술이 참전했다고 인정할 만한 충분한 근거가 된다고 본 것이다. 권익위는 유씨의 일기와 함께 진실과화해위원회의 조사 결과 등을 근거로 삼았다.
60만명 가량 징집된 것으로 추정되는 국민방위군은 지금까지 정확한 기록이 남겨져 있지 않다는 이유로 참전 사실이 인정되는 사례가 드물었다. 특히 국민방위군 장교들은 비교적 공적 문서를 통해 참전 사실을 인정받을 수 있었던 반면 일반 장정들은 소집증 조차 받지 못한 경우가 있을 정도로 상황이 열악했다.
이런 상황에서 권익위의 이번 결정이 참전 사실 인정의 기폭제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 사실을 접한 고 유정수씨의 가족 역시 참전 사실 인정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유씨의 아들 유창희씨는 "고인의 명예를 위해 참전 사실 인정을 신청하겠다"고 말했다.
유정수씨가 남긴 기록이 참전 사실 인정 권고의 근거가 됐지만, 정작 유정수씨 자신은 국민방위군 참전 사실을 인정받지 못한 모순이 발생한 상황이어서 유씨의 참전 사실이 인정될지도 관심사다.
권익위 관계자는 "조사 과정에서 유씨 일기를 참고했지만 유씨가 참전을 인정받지 못한 사람이라는 것은 몰랐다. 다만 일기의 구체성을 볼 때 국민방위군 증명에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봤다"면서 "국방부는 더 폭넓게 국민방위군 참전 사실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