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림강릉 1.3℃
  • 서울 3.2℃
  • 인천 2.1℃
  • 흐림원주 3.7℃
  • 흐림수원 3.7℃
  • 청주 3.0℃
  • 대전 3.3℃
  • 포항 7.8℃
  • 대구 6.8℃
  • 전주 6.9℃
  • 울산 6.6℃
  • 창원 7.8℃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순천 6.7℃
  • 홍성(예) 3.6℃
  • 흐림제주 10.7℃
  • 흐림김해시 7.1℃
  • 흐림구미 5.8℃
기상청 제공
메뉴

(부산일보) 시립미술관 비 줄줄 샜는데 시는 리모델링 질질…

부산 시민이 김환기·박수근 그림 못 보는 이유

 

 

부산 시민은 부산시립미술관에서 김환기·이중섭·박수근·유영국·천경자의 그림을 볼 수 없다. 시립미술관의 자동 항온·항습 시스템 부재와 시설 노후화 때문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시립미술관 리모델링 실시설계비 8억 원이 내년도 시 본예산에 반영되지 않아 부산시의 문화 인식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1998년 개관한 부산시립미술관은 2016년께부터 항온 항습을 제대로 맞추지 못해 리모델링 필요성이 제기됐다. 부산시는 당초 131억 원을 들여 일부 수리하려다가 260억 원을 들여 전체 리모델링을 하는 쪽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하지만 증액에 따른 행정 절차 문제로 내년도 본예산에 관련 항목이 반영되지 않았다.

 

실시설계비 내년 본예산 미반영

누수 문제에 온·습도 시스템 노후

1970년 이전 회화 작품 못 걸어

 

이런 상황이 알려지자 13일 열린 시 문화체육국 행정사무감사에선 부산시의회 행정문화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해당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김태훈 행정문화위원장, 김부민 의원, 이주환 의원은 “시립미술관 리모델링이 시급한데도 시가 ‘땜질식 행정’을 하고 있다”며 “공공기관 예산 편성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질타했다. 실제로 시립미술관 상황은 심각하다. 8월엔 빗물로 인한 누수로 3층 전시장 바닥에 고인 물이 넘쳐 2층 복도 쪽으로 흘러내렸다. 이로 인해 2층에서 전시 중이던 ‘1960-70년대 부산미술’ 전시장 일부가 폐쇄됐다. 2월엔 조명 트랙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 2층 전시장 천장이 내려앉기도 했다.

 

대책 마련에 나선 부산시는 시립미술관 방수와 천장 공사를 위한 예산 2억 6000만 원만 배정했다. 김부민 의원은 “응급조치로 끝날 상황이 아니다. 작년에도 항온 항습이 안 된다는 지적을 했다. 빗물이 새는 미술관을 임시방편으로 조치하는 건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태훈 위원장은 “현장에 가 보니 목재 바닥이 물을 머금어 걸을 때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더라. 대형 제습기로 겨우 버티는데 제습기 소리도 아주 컸다. 이래서야 시민들이 제대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문화체육국에서 의지가 있으면 다른 예산을 줄이더라도 의지를 보였어야 한다”고 밝혔다.

 

시의회에 출석한 기혜경 부산시립미술관장은 “비가 샌 것도 문제지만 온·습도를 못 맞춰서 작품이 임신한 것처럼 부풀며 크랙(균열)이 갔다. 급한 대로 주변 작품은 수장고로 내리고, 해당 작품은 안정화한 뒤 수복하러 보냈다”고 8월 당시 상황의 심각성을 설명했다. 기 관장은 “시민 대상 조사에서 김환기, 이중섭, 박수근 등의 작품을 보고 싶다는 답이 나왔는데 현재 온·습도 시스템으로는 1970년대 이전 회화 작품은 다룰 수 없다”고 말했다. 같은 이유로 올 상반기 김종학전 때도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김 작가의 1960년대 초기 작품을 빌려 오지 못했다.

 

변화하는 미술 양상을 담기 위해서도 시립미술관 리모델링은 시급하다. 신설될 울산시립미술관을 설계한 안용대 가가건축사무소 대표는 “비가 새는 미술관도 충격이지만, 20년간 미술의 양상이 엄청나게 바뀌었다. 현재 부산시립미술관은 공간이나 재료가 현대 미술을 담기에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는 "시립미술관 리모델링 실시설계비는 내년 1차 추경에 반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