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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조선시대부터 이어온 '굿거리'… 힘들었던 올해도 '신바람 한판'

 

인천 교동도에 '부군당·사신당'
무형문화재 주정자 만신 '굿판'
주민참여 제한… 온라인서 공개


인천 강화군 교동도에서 조선 때부터 전해 내려온 부군당(府君堂)과 사신당(使臣堂) 굿판이 코로나19 속에서도 어렵사리 열렸다. 각종 공연·문화행사가 줄줄이 취소되고 있는 와중에 전통 민속문화의 명맥을 잇기 위한 지역사회 차원의 노력이 눈길을 끈다.

지난 10일 오후 인천 강화군 교동도 교동읍성 안에 있는 부군당에서 '인천시 무형문화재 제27호 보유자'인 주정자 만신이 한바탕 굿판을 벌였다. 무당은 악사들의 장단에 맞춰 '장승맞이', '벌부정', '부정거리', '부군대감거리' 등 굿거리를 하면서 마을의 안녕과 집안의 평안을 기원했다.

굿은 남산포 쪽에 있는 사신당까지 이어졌다. 원래대로라면 굿판에 모여야 할 마을 주민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으로 접근하지 못한 것이 다소 안타까웠다. 그렇지만 조선 중기부터 시작된 것으로 전해지는 부군당·사신당 굿이 올해에도 그 명맥을 이어갔다.

부군당은 조선 중·후기 상업이 발달한 한강 뱃길 주변인 현 서울 용산과 마포 등지 관청 안에 있었던 신당을 일컫는다. 부군당 굿은 아전 등 하급 관리들과 마을 사람들이 함께 참여한 마을공동체 신앙이다.

강화 교동도에 있는 부군당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연산군(燕山君·재위 1495~1506)과 그의 부인을 당신(堂神)으로 삼아 독특하다. 연산군은 폐위된 후 교동도에서 유배생활을 하다가 생을 마감했는데, 그 원혼을 달래기 위해서라고 한다.

교동의 또 다른 신당인 사신당은 고려 때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송나라 사신들의 안전한 항해를 기원하기 위해 세워진 것으로 전해진다. 연평도 '조기 파시' 전설의 주인공인 임경업 장군을 당신으로 삼는다. 부군당·사신당 굿은 옛 유배지이자 수군사령부가 있었던 교동도의 역사적·민속적 가치를 되새기게 해준다.

교동도 부군당·사신당 굿은 1996년을 마지막으로 그 명맥이 끊겼다가 강화교동굿보존회가 2016년 인천문화재단 등의 지원으로 되살려 매년 개최하고 있다. 교동굿보존회와 민속학계는 물론 교동도 주민들이 민속문화를 유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정연학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은 "인천 섬지역 가운데 유일한 교동도의 부군당은 역사적, 민속적 가치가 크다"며 "올해 부군당·사신당 굿은 주민 참여를 제한할 수밖에 없어 아쉽지만, 영상으로 촬영해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온라인에서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