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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新팔도명물]경남 하동 '섬진강 재첩'

진줏빛 속살 품은 '작은 체구'… 매력이 흐르는 '섬진강의 맛'

 

모래 많은 강바닥 서식 민물조개
담백한 맛에 비타민·철분·칼슘 등 영양소 풍부
간기능 향상 등 효과

국내 생산량 90%이상 차지
대부분 전통 손틀방류어업으로 채취
유해생물 우럭조개 탓 서식환경 악화

 

한신협_로고

재첩은 모래가 많은 강바닥에 서식하는 민물조개다.

'갱조개'라고도 한다. 강조개의 하동 사투리다. 타원형에 가까운 껍데기 표면에 유난히 광택이 나는 외형적 특징을 갖고 있다.

번식력이 강해 '하룻밤 사이에 3대를 볼 정도로 첩을 많이 거느린다'는 뜻으로 재첩이라 이름 붙여졌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한때 하동군 섬진강은 '물 반 재첩 반'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재첩이 흔했다.

최근 섬진강 상류 댐건설과 유입수량 감소 등으로 서식환경이 변화하면서 채취량이 점점 줄어드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재첩의 고장은 경남 하동군이다.

 

 

# 재첩의 특징

= 재첩의 껍데기를 분리한 진줏빛 속살을 끓는 물에 삶아 국으로 내거나 회무침으로 먹는다. 비 오는 날 부추와 함께 부침개를 만들어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맛은 담백하고 연하다.

뽀얗게 살이 우러난 재첩국에 부추와 파 등을 송송 썰어 넣은 재첩국은 이미 술꾼들 사이에 해장국으로 정평이 나있다.

1908년 한국 통감부가 발간한 '한국수산지'에 재첩이 유용수산물 106종 중 하나로 포함된 것을 보면 재첩은 이미 100여 년 전부터 상당히 대중적인 식재료로 활용됐음을 짐작할 수 있다.

재첩이 이처럼 유용 수산물로 분류된 것은 부드러운 식감과 담백한 맛과 함께 많은 영양성분이 포함돼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관련연구자료들에 따르면 재첩에는 숙취해소에 도움을 주는 니아신(비타민B3), 탄수화물과 에너지 대사에 도움을 주는 비타민B1, 간기능 유지와 항산화작용이 있는 비타민E, 빈혈에 도움이 되는 철분, 면역강화, 성호르몬 생성 등에 필수적인 아연, 골다공증예방에 도움이 되는 칼슘과 인 등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전통의서인 동의보감도 재첩을 '무독(無毒), 명목(明目), 목황(目黃)하다'고 적고 있다. 다른 음식과 먹어도 부작용이 없고, 눈을 맑게 하고 피로를 풀어주며, 간 기능을 개선 향상시키며 황달을 치유한다는 뜻이다.

 

 

# 하동은 재첩의 보고

= 경남부산권에서는 지난 1970~1980년 대까지 현재의 부산광역시(당시 경남 김해시)인 명지 등지에서 재첩이 서식하기는 했지만 개발과 환경변화로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경남에서 재첩이 서식하는 곳은 하동의 섬진강이 유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섬진강은 물이 맑고 수질정화기능이 있는 모래톱이 많은데다, 바다와 접한 기수지역이어서 재첩서식지로는 안성맞춤이다.

현재 섬진강 기수역에서 재첩잡이가 이뤄지는 수역은 140㏊정도다. 여기서 채취되는 규모는 국내 재첩 생산량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하동군내에는 채취한 재첩을 참게와 함께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업소만 112개소에 이른다. 즉석에서 판매제조가공하는 16개를 포함해 가공업체도 69개다.

지난해 이들 업소가 가공한 재첩은 642.3t(45억9천800만원)으로 집계됐다. 올들어서는 7월 현재 328t(24억9천200만원)정도다. 하동군청을 기준으로 남해군으로 가는 방면에 있는 재첩특화마을에는 5개의 재첩전문식당과 1개의 휴게소가 운영되고 있다.
 

 

# 국가중요농업유산 등록된 재첩잡이

= 재첩은 통상 4월부터 10월까지 채취한다. 가슴까지 올라온 장화를 신고 물 속에 들어가 일명 '거랭이'로 불리는 도구를 이용해 모래와 펄 속에 숨어 있는 재첩을 잡는 전통 손틀방류어업과 배틀방이라는 도구를 배에 묶어 끌고 다니면서 강바닥에 있는 재첩을 긁어 잡는 형망어업이 동원된다.

하동군에 따르면 현재 섬진강에서 전통 손틀방류어업으로 재첩을 채취하는 규모가 147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형망어업은 23건 정도다. 채취업에 종사하는 어업인은 470여 가구, 590여 명으로 파악된다.

손틀어업은 하동과 함께 인근 전남 광양에서도 활용된다. 하동과 광양에서 이뤄지는 이 같은 손틀어업은 지난 2018년 11월30일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됐다. 어획물은 물론 관련 어업방식까지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됐으니 재첩은 가히 '하동 대표선수'라 할 수 있다.

하동·광양의 손틀어업 외 해수부가 전통보존을 위해 관리하는 국가중요어업유산에는 제주 해녀어업(2015), 보성 뻘배어업(2015), 남해 죽방렴(2015), 신안 천일염업(2016), 완도 지주식 김 양식어업(2017), 무안·신안 갯벌낙지 맨손어업(2018), 통영·거제 견내량 돌미역 트릿대 채취어업(2020)등이 있다.

하동군이 여기에 한술 더 떠 이를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하는 방안도 모색중이다.

 

 

# 줄어드는 재첩 자원

= 그러나 섬진강 재첩에 마냥 봄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섬진강 상류 댐의 농공업용수 취수에, 광양만 일대 항로 준설 등으로 바닷물이 역류하면서 강물 염분농도가 높아지는 등 서식환경에 불리한 악재가 밀려드는 상황이다.

하동군 하동읍 두곡리 섬진교 상류의 섬진강 두곡지구는 지난 1993년 주암댐 건설 이후 유량과 유속이 감소하면서 모래와 흙이 퇴적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다 폐플라스틱까지 쌓이면서 점점 재첩이 살기 어려운 환경으로 변하고 있다.

가뭄 등의 영향으로 재첩의 생육을 방해하는 쇄방사늑조개(일명 우럭조개)가 섬진강 하류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우럭조개는 생태계 상위 포식자에게 셀레늄을 농축시키고 개펄 플랑크톤도 대량으로 섭취해 다른 물고기나 조개류가 서식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드는 유해해양생물이다.

/경남신문=허충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