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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영화 '기생충'의 그 반지하 방, 대구엔 거의 없다

외신서 주목…"도시화가 낳은 한국 사회 단면"
市 침수우려 파악된 26곳 정도…서구 평리·중리동 일대에 몰려
영국 BBC, "한국의 젊은이들이 더 나은 미래 희망하는 곳"

 

코는 눈보다 빨랐다. 아직 문을 열지 않았음에도 축축한 냉기와 퀴퀴한 냄새부터 보였다. 13일 오후 2시 대구 수성구의 한 반지하 방은 푸르스름한 새벽녘이었다. 볕은 방으로 들어오지도 못했다. 지나다니는 이들의 다리만 무심히 스치는 창문가에서 볕은 서성였다. 고작 반층 정도 내려온 계단이었지만 다른 세상에 온 듯했다.

이곳 집주인은 "월세 20만 원에 내놨는데 들어오려는 사람이 없다. 대구에 집이 천지인데 누가 반지하에 살려고 하겠느냐"고 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 4관왕을 거머쥐며 영화 속 주인공 가족의 주거지인 반지하 방이 화제에 올랐다. 영국 국영방송 BBC가 지난 10일(현지시각) 한국의 반지하 방 관련 기사를 내보내며 '수천 명의 젊은이가 열심히 일하고 더 나은 미래를 희망하면서 살아가는 곳'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5월 발표한 '2018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반지하 방 거주율은 서울(5.4%) 경기(2.2%), 인천(1.9%) 순으로 높았다. 대구에도 반지하 방은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시가 침수피해 우려 주택으로 파악하고 있는 반지하 주택은 모두 26곳으로 서구 비산·평리·중리동 일대가 16곳으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주거빈곤층 주민에게도 낯설 만큼 반지하 방 자체가 드물다는 게 대구시의 설명이다.

 

 

대부분 고령자인 반지하 거주자들은 BBC의 관련 기사와 달리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여유가 없어 보였다. 달서구의 반지하 방 주민 A(78) 씨는 "볕이 안 들고 환기가 안 돼 1년 내내 곰팡이가 슨다"며 "당장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어차피 집에서는 잠만 자면 된다"고 했다. 서구의 반지하 방 주민 B(83) 씨는 "옛날 집들이 많이 헐렸다. 요즘 사람들은 이곳에 안 산다. 30년 전에는 반지하 방을 봉제업장, 공장 창고 등으로 이용하는 사람들도 꽤 많았는데 요즘은 다 비어있다"고 말해줬다.

전문가들은 급속한 도시화와 주거난을 경험한 한국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곳이라고 입을 모은다. 1980년대 급속한 도시화에 따른 주거난을 해결하려는 정부의 고육지책에서 나온 결과라는 것이다.

조극래 대구가톨릭대 건축학과 교수는 "일조와 환기가 비정상적으로 이뤄지지만 저렴하다는 장점에 수요가 항상 있었던 곳"이라며 "다만 과거 극단적인 인구 유입을 경험한 적이 없는 대구에는 흔한 주거형태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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